밥 한덩이 / 묵연 스님

2010. 11. 14. 13:2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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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덩이 / 묵연 스님" 
                                            

가끔 혹은 자주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어지러워진다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자신은 무조건 옳고 

남들은 다 틀렸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 한다


병이 깊다

인간은 자신을 성찰할 만한 의식이 없다

자신에게 칼을 들이댈 용기가 없고

자신을 해부하고 들여다 볼 용기가 없다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데 말이다.


병이 깊다

남의 단점은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자신의 허물은 돋보기도 안 갖다댄다

눈은 밖을 보며, 마음은 안을 본다.

밖의 단점은 보면서 안의 허물은 못 보니


병이 깊다

사랑하는 사람도 순간 원수를 만들고 

미움과 원망의 독을  품는다

사소한 이익에 눈 멀어

배신 때리기를 서슴없이 한다


군자와 현자들이 세상을 등지고

왜 숨어 살았는지 알만하다

세상은 먹고 먹히는 금수의 세계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세상을 등지는 것은 백 번 옳지 않은가?


안을 살피지 않으면, 

그는 장님과 다르지 않다.

평생을 혼란과 고난과 슬픔을 겪을 것이다

그것은 그를 성숙하게 하지도 않느니,

오직 고해에 부침하는 것 뿐이다


고요히 앉아서,

오직 자신의 어지러운 마음을 살피라.

일생 모은 재산도 거지가 얻은 밥 한덩이!

그 밥 한 덩이를 위해 개처럼 굴지 말라.

안을 살피는 수행만이 인생의  보물이니라

 

지혜에 관하여

 

 

원아(圓我)  유종열

 

 

 

 

마음 병 몸병을 고쳐야
마음과 몸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의 사람이 됩니다.

이렇게 되어야
다음 순서로
인간의 고도한 영적인 능력
창조력과 영감을 발로 할 수 있습니다.

저장해 두었던 지식과 정보의 차원을 넘어
생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지혜의 영역이 드디어 발휘됩니다.

창조가 이루어지려면 
텅빈 무한의 밭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뿌릴 씨 종자가 마련되어야
씨를 뿌리고 싹이 돋아나와
줄기와 잎이 생기고
꽃이 핀 다음 열매를 거둘 수 있습니다. 

씨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요?

자기가 당면한 문제의식이
분명하고 시급하여
오전 내내
이뭣고
일념으로 지속되어
생각이 다하여
모르는 자리로 돌아가고
모르는 자리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알아내려고 하는
간절한 원력이
끊임없이 지속될 때
씨가 만들어져
텅빈 하늘에 뿌리게 됩니다.

오후에는
홀로 모든 걸 잊은 가운데
무작정 걷기 돌아봄으로
산책을 즐긴 다음

밤에 돌아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면
60조 세포와 신경계통이
우뇌로 연결이 되어
정보가 전달되고
간추려진 정보가
좌뇌로 가
개념화 언어화의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면

이튿날 잠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섬광처럼 영감으로 작용하여
뜻밖에 해답이라는 열매를
거두어 들이게 됩니다.

인류의 진화 발전을 주도했던 
창조적 소수자가 행한 일이
이렇게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제로라고 하는 텃밭에
하나의 씨를 만들어 뿌리면
움이 트고 가지가 생기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이치입니다.

그러한 능력을 발휘하려면
마음과 몸을 부리고 씀에
일단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야
활용할 수 있는
정신개벽의 능력입니다.

물질이 개벽된 세상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정신개벽의 능력
영적인 지혜의 능력이야말로
인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인류의 희망입니다.

 

출처 : 봄나라 (http://bomnara.com)

 

 

 

 

 

 

 

♬배경음악:Daiqing Tana♬
 

 

 

 

 

 

 

새벽 달빛 아래서 

 

예불을 마치고 뜰에 나가 새벽달을 바라보았다.

중천에 떠 있는 열여드레 달이 둘레에 무수한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잎이 져 버린 둘배나무 그림자가 수묵으로 그린 그림처럼 뜰가에 번진다.

달 빛이 그련 놓은 그림이라 나뭇가지들이 실체 보다도 부드럽고 푸근하다.

 

밤새 개울물 소리에 씻겨 투명해진 새벽달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화집에서 본 심전心田 안중식의 '성재수간도聲在樹間圖'가 연상되었다.

소리가 나무 사이에서 난다는 그림인데,

표현을 달리하자면 숲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숲속에 사는 한 사내가 달빛 아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사립문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찾아오는 이는 없고 바람만 휘몰아치면서

그의 머리카락과 나뭇잎이 심하게 나무끼고 있는 풍경이다.

어쩌면 그는 방 안에서 바람소리를 듣다가 밖에 누가 오는 듯한 소리를 듣고

문밖으로 나와본 것인지도 모른다.

중천에 떠 있는 새벽달을 바라보면서 떠오른 그림이다.

 

새벽달은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만나보기 어렵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스물네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은혜다.

이 우주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움직이고 흐르면서 변화한다. 한 곳에 정지된 것은 살아 잇는 것이 아니다.

해와 달이 그렇고 별자리도 늘 변한다.

우리가 기대고 있는 이 지구가 우주 공간에서 늘 살아 움직이고 있다.

무상 無常하다는 말은 허망하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한다는 뜻이다. 이게 우주의 실상이다.

 

이 변화의 과정 속에 생명이 깃들이고,

이런 변화의 흐름을 통해서 우주의 신비와 삶의 묘미가 전개된다.

만약 변함이 없이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곧 숨이 멎은 죽음이다.

살아 있는 것은 끝없이 변하면서 거듭거듭 형성되어 간다.

봄이 가고 또 오고,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그와 같이 순환한다.

그것은 살아 있는 우주의 호흡이며 율동이다.

그러니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할 게 아니라,

오는 세월을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유심히 살펴보면

우주의 호흡과 같은 자연스런 움직임과 흐름을 인위적으로

저지하고 막으려는 데 큰 병통이 있는 것 같다.

불경기로 인해 세상의 흐름이 막히고 잇다.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못해서 돈이 잘 안 돌아가는 현상이다.

물건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상업이나 생산활동에 활기가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돈줄이 막혀 그 힘으로 움직이던 경제 활동이 멈추어 선 것이다.

비전문가의 처지에서 주제넘는 참견 같지만

우리가 몸담아 사는 세상일이니 모른 체할 수가 없다.

 

세상일은 여러가지 현상이 얽히고 설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연관되어 있다. 경제현상도 경제 자체만이 아니라

경제 외적인 현상과 서로 맞물려 있다. 경제의 주체는 재화가 아니라

그것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경제정책을 세우고 그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전체적인 우주의 흐름을 모르고, 눈앞 일만 가지고

이리저리 끼워 맞추려고만 하니 오늘 같은 파국을 가져올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 사회의 모든 현상이 활발하게 살아 움직여 전체적으로

활기찬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인데,

'신한국' '신경제'를 내세운 집권세력들이 부패의 고리를 끊는다는 명분 아래,

생명의 원리를 무시하고 그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한 데서

오늘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긴 눈으로 보면 이도 또한 이 땅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전기가 될 것이다. 돈이란 우리들 마음이 평온하고 기쁨으로 차 있을 때,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떳떳하고 즐거울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에너지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돈을 수량적인 단위로만 보지 말고

좋은 일과 좋은 생각에 따라다니는 우주의 흐름,

즉 에너지의 흐름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이런 흐름의 오묘한 도리를 이해한다면,

그 흐름을 받아들일 자세와 그것을 값있게 활용할 길을 찾게 괼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돈을 쫓아다니지 말고 돈이 따라 오도록 하라는 것도

이 에너지의 흐름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흐름이 멈추어 한 곳에 고이게 되면 부패한다. 이것은 우주 생명의 원리다.

물질만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도 어느 한 곳에만 얽매여 갇혀 있게 되면

그 이상의 성장이나 발전은 없다. 그래서 늘 새롭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살아 있는 물은 밤낮없이 흐르면서 스스로도 살고 남들도 살린다.

새벽 달빛 아래서 흐름에 귀 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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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오두막 편지'는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법정 스님의 산문집입니다.

1.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에서 열번 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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