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8. 19:14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지혜의 말씀 22
호박 넝쿨
담 위에 가을볕이 환하다.
누런 호박 두 덩이가 묵직하게 매달려 있다.
의젓하다.
“저 놈들을 저리 기르느라
호박 넝쿨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호박 넝쿨은 가늘지만 억세다.
소 팔고 논 팔아 자식을 대학 공부시키던
시골 농부의 손처럼 억세다.
맺힌 호박알이 중간에 시들까 봐
애는 또 얼마나 태웠을까?
억센 손, 새카맣게 탄 속.
의젓한 호박들이여,
오늘 퇴근 때는 부모님 자실 술 한 병,
고기 한 근 사 가지고 들어가게나.
모시고 사는 것 괴롭게 생각 지 말게.
사 가지고 들어가 봐야 소용없는 사람도 있다네.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하리.
정진권 / 한국체대 명예교수
아무것도 감추고 있지 않네
송나라의 황산곡 시인은 참선을 마친 뒤
옆에 계신 조심(祖心)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논어에 보면 '나는 너희에게 아무것도 감추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그 말씀이 바로 선(禪)과 같지요?”
“잘 모르겠는데요. 우리 산책이나 할까요?”
두 사람은 물푸레꽃이 활짝 피어있는 산길을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향기가 어떻습니까? 좋지요?”
선사가 물었습니다.
“예, 좋군요.”
“거 보시오. 아무것도 감추고 있지 않지요?”
맹난자 / 수필가
그대에게
일을 도모하되
쉽게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이루어지면
마음이 경솔하게 되나니,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 지나니.
-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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