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31. 20:15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 미치려면 완전히 미쳐라 >
어느날 한 방문객이 프로비던스 선원에 와서 숭산선사에게 물었다.`
"참선수행을 하면 깨달음을 얻겠습니까 ?"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왜 깨달음을 얻으려 하는가 ?" 그 방문객이 대답했다.
"나는 늘 온갖 종류의 것들에 시달립니다. 아직 자유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왜 자유로움을 못 느끼는가 ?"
"내 생각엔 내가 너무 많은 집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대는 그 집착들을 끊어 버리지 못하는가 ?"
"그것들이 아주 실제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선사가 말했다.
"자신이 언제 죽을 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것은 내년일수도 있고,
다음 주일수도 있으며, 5분뒤의 일일수도있다. 그대가 이미 죽은 것처럼
마음을 가져라. 그러면 그대의 모든 집착도 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대가 선을 수행하든 안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지금 그대는 '나는 살아있다. 나는 강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대는 많은 욕망을 갖고 많은 집착을 갖는 것이다.
오직 '나는 죽었다.'라고 생각하라. 죽은 사람에게 욕망이 있을 수 없다."
방문객이 물었다.
"어떻게 살아 있으면서 죽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까 ?" 선사가 말했다.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우리는 눈, 귀, 코, 혀, 몸,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반야심경에서는 본질[空] 속에는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코도 없으며,
혀도 없고, 몸도 없고, 마음마저 없다고 말한다.
여섯가지 감각이 없다면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대단히 쉽다. 따라서
만일 내가 이미 죽었다면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요, 듣는 것은 듣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음식 냄새를 맡으면서 식당 앞을 그냥 지나가는 것과 같다.
그 식당은 나의 집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지나갈 뿐이다."
방문객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죽는 수련을 할 수 있습니까 ?" 선사가 말했다.
"오직 이 크나큰 질문, '나는 무엇인가 ?'를 간직하라. 이제 그대에게 묻겠다.
그대는 무엇인가 ?"
"나는 하나입니다."
"하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
"신(神)에게서 나옵니다. 신도 하나입니다."
"신 ? 신을 이해하고 있는가 ?"
"아닙니다."
"그대는 '하나'라고 말하고 '신'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빗나간 것이다.
그대가 하나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하나고, 신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신이다.
이 모든 것은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이 사라진 후의 그대는 무엇인가 ?"
"무(無)입니다."
"무 ?" 선사는 그를 세게 한방 치고 나서 말했다.
"아픈가 ?"
"예, 아픕니다."
"어떻게 '무'가 아픔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 방문객은 겸연쩍게 웃었다.
"생각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대는 흰 백지와 같다. 그런데 그대가 그 백지 위에
'하나'라고 쓰고, '신'이라고 쓰고, '무'라고 쓴다.
그대가 모든 생각을 끊었을 때 이 모든 이름과 형태들이 지워지고
그대는 본래의 텅 빈 백지로 돌아간다.
나는 누구인가 ? 나는 모른다. 이 크나큰 질문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모른다'는 마음을 유지하라. '모른다'는 마음은 텅 빈 공(空)의 마음이다.
거기 언어도 없고 연설도 없다. 따라서 거기 하나도 없고, 신도 없고,
무(無)마저 없다. 이 '모른다'는 마음은 대단히 중요하다.
내가 곧 '오직 모를 뿐'이며, '오직 모를 뿐'이 곧 나다.
오직 이것뿐이다. 이것이 그대의 '진면목'이다. 항상 '모으는 마음'을 유지하라."
방문객이 말했다.
"나의 친구들은 내가 선에 관심을 가지니까 미쳤다고 합니다."
선사가 다시 말했다.
"미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미친 사람들은 행복하고, 자유롭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장애물도 없다. 그러나 그대는 아직 많은 집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약간만 미쳤을 뿐이다. 그것은 충분히 미친 것이 아니다.
미치려면 완전히 미쳐야 한다. 그때 그대는 이해할 것이다."
방문객은 절을 했다. 다른 사람이 찻잔 두 개에 차를 따랐다
마음으로 짓는 집
잘 지어진 집에
비나 바람이 새어들지 않듯이
웃는 얼굴과
고운 말씨로 벽을 만들고
성실과 노력으로 든든한 기둥을 삼고
겸손과 인내로 따뜻한 바닥을 삼고
베품과 나눔으로
창문을 널찍하게 내고
지혜와 사랑으로
마음의 지붕을 잘 이은 사람은
어떤 번뇌나 어려움도
그 마음에 머무르지 못할 것이다.
한정되고 유한한 공간에 집을
크게 짓고 어리석은 부자로 살기보다
무한정의 공간에 영원한 마음의 집을
튼튼히 지을 줄 아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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