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0. 17:5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공염불' 제대로 알고 쓰자
<주장> 좋은 뜻이 선거 관련해 부정의 뜻으로 쓰여
선거철이 돌아오면 출마자의 공약(公約)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그 많은 공약들이 다 지켜지면 다행이지만
불행하게도 지켜지지 못하는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매우 많은 것이 정치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으레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을 지레짐작해 공염불(空念佛)에 그친다는 표현들을 쓴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잡지고 할 것 없이 그리고 정치가나 교수나 언론인을 가리지 않고 이 말을 쓰는데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불교계 언론이나 스님 법사 불교교수들마저 생각없이 쓰고 있다.
대개 그저 지켜지지 않을, 헛된 약속같은 선거공약 정도의 뜻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공염불이라는 말은 그런 뜻과는 전혀 다른 좋은 의미다.
본래 공염불이라는 말은 명나라 때의 유명한 승려인 주굉(株宏)스님의 문집에 나오는 말로
그 의미를 제대로 쓰기 위해 원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살펴보기로 하자.
어느 과부의 꿈에 죽은 남편이 나타나 애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 평생 닦은 바가 없어서 아직도 극락세계에 태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천도재(薦度齋)를 지내주구려.
돈이 없을 터인즉 동평묘(東平廟)를 찾아가면 성의를 다할 것이오."
동평묘는 그 이름이 뜻하기로는 불교(佛敎)의 사찰이 아니라 도교(道敎)의 사당인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역사에 도교와 불교의 사상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도 많아서
도사와 스님의 구분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스님이라 하지 않고 주인이라 한 것으로 보아 도교쪽의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시키는 대로 시주 돈을 조금 마련해서 찾아갔더니
동평묘의 주인은 아낙의 시주돈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평소 해오던 기도를 잠시 접어두고 정성껏 천도재를 지내주었다.
그날 밤 꿈에 다시 나타난 남편이 "당신 덕분에 음계(陰界)를 벗어나 극락세계에 났다"며 고마워했다.
이 이야기는 중국 명나라때 스님인 운서 주굉(雲棲 株宏)이 지은 죽창수필(竹窓隨筆)에 실려있다.
주굉은 선승(禪僧)이면서도 염불(念佛)과 방생(放生)을 적극 권장한 실천적이고 민중적인 분으로 호는 연지(蓮池)다.
이야기 끝에 덧붙이기를
"(염불하는) 마음이 (돈에 관계없이) 평등함에도 공덕이 이와 같거늘 하물며 그 마음이 공(空)함에랴!"
라고 하였다.
여기서 평등한 마음으로 하는 염불은 평등염불(平等念佛)이다.
시주 돈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말고 평등하게 하라는 말이다.
빈 마음으로 하는 염불은 이른바 공염불(空念佛)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공짜로 해주는 염불인 것이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염불이 바로 공염불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해봤자 소용없는 일을 일컬어 공염불이라 쓰고 있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국회의원 총선거,대통령 선거,지지체장 선거 등과 관련해서
공약성 계획을 내거는 모습을 보고 공염불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느니
공염불로 그칠 것이라느니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주 잘못된 것이다.
굳이 꼭 써야 한다면 그런 의미의 행위는 '헛기도'라고 불러야 옳다.
이제는 사람들이 공염불의 참뜻를 알았으면 싶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염불해야 올바른 염불이라고 주굉스님은 가르치신 것인데
전혀 다른 뜻으로 아니 정반대의 의미로 쓰는 것은
무지가 바로 죄악이라는 가르침에 입각해 보았을 때 빨리 고쳐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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