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현스님의 완역 한글반야심경

2011. 10. 9. 10:5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염불 불보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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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큰 슬기로 정토에 이르는 핵심 말씀)

 

관세음보살께서 깊이 이룬 슬기(般若婆羅蜜)를 실천할 때,

다섯 쌓임(五蘊) 다 빈 것을 비춰 보고 괴로움과 재앙을 다 건넜네.

 

사리불이여, 물질이 공성과 다르지 않고 공성이 물질과 다르지 않으며,

물질이 곧 공성이요 공성이 곧 물질이니,

느낌 생각 지어감과 의식 또한 그러니라.

 

사리불이여, 모든 법은 공성이라 나지도 없어지지도,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네.

 

그러므로 공성에선 물질도 없고 느낌 생각 지어감과

의식도 없으며, 눈 귀 코 혀 몸과 뜻도 없으며,

 

빛과 소리 냄새와 맛 감촉 현상도 없으며,

눈의 경계와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무명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도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 없으며,

 

괴로움과 그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얻음도 없다네.

 

얻을 것이 없으므로 보살은 이룬 슬기(般若婆羅蜜) 의지하여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도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 아주 떠나 완전 열반 들어가며,

3세 모든 부처님도 이룬 슬기(般若婆羅蜜) 의지하여

가장 높고 고르고 바른 깨달음을 얻는다네.

 

그러므로 이룬 슬기(般若婆羅蜜)는 가장 신비하고 밝고 높은 주문이며

어느 것도 견줄 수 없는 주문이니 괴로움을 다 없애고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느니.

 

슬기로운 주문(般若婆羅蜜多呪)은 곧 이러하네.

"가니가니 건너가니 저쪽으로 건너가니 깨달음을 이루나니"(3)

“가테가테 파라가테 파라상가테 보디스와하”(3)

 

 

 

백석의 시 모음(감상;몽우 조셉김-재미화가)

 

1

나 취했노라

 

나 취했노라

나 오래된 스코틀랜드의 술에 취햇노라

나 슬픔에 취했노라

나 행복해진다는 생각에 또한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취했노로

나 이 밤의 허무한 인생에 취햇노라

 

- 감상 

 

행복해 진다는 생각에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수없이 취하는 우리 인생의 희비를

비감어린 목소리로 읊으신 시이다

나는 이 시에 취하여 여러점의 작품을 그렸다.

 

2

'호박꽃  초롱' 서시

 

한울은

울파주가에 우는 병아리를 사랑한다

우물돌 아래 우는 돌우래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버드나무 밑 당나귀 소리를 임내내는 시인을 사랑한다

......

한울은

이러한 시인이 우리들 속에 있는 것을 더욱 사랑하는데

이러한 시인이 누구인 것을 세상은 몰라도 좋으나

그러나

그 이름 강소천(姜小泉)인 것을 송아지와 굴벌은 알을 것이다

 

- 감상

 

어릴 적에 동요를 좋아했는데 강소천 선생님이 지은 동요를 특히 좋아했다.

그런데 강소천 선생님이 백석 선생님의 제자이셨다는 말을 듣고

나는 마음이 설레었다.

강소천 선생님의 동요를 가만히 보니까 잭석 선생님의 시가 보였다.

백석 선생님은 제자 강소천을 위해 <허박꽃 초롱 서시>를 지으셨는데,

이 시를 보면서 내가 어릴 적 좋아하던 동요 작가분과

어른이 되어 좋아하게 된 시인이 연관된 분이라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고 감격스러웠다.

 

3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았나?

어데서 물큰 개비린재가 온다

 

- 감상

 

길을 가다가 비가 내려서 큰 나무 밑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했는데

갑자기 백석 선생님의 시 비가 떠올랐다. 이파리들과 꽃들이 나를

위해 비를 막아 주느라 두레방석이 될 정도로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후 이 장면을 그리고 싶어서 붓을 잡았다.

백석 선생님의 시는 짧지만 정말 깊은 여운을 주는 시들이 많다.

 

4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쭉쭉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앚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감상

 

백석 선생님의 이 시를 읽고 무척 감명받았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시의 이 첫 소절을 보자마자 작품으로 이 시를 그리고 싶은열망에 휩싸였다.

나도 사랑하는 한 사람을 나의 부족함과 건강 문제로 떠나보낸 기억이

있어서 이 시가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산골로 가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만 살자 . .'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사랑하는 여인과 내가 저 눈과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사랑한다면 이 세상의 시선과 상관없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백석 선생님의 시 중에 가장 낭만적인 이 시를  통해 나는 사랑에 대한

진실함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 시를   통해서 영감을 얻어

여러 점의 작품을 그리게 되었다.

이 시는 아무리 무수히 읽고 계속 낭송해도 질리지 않는 아름답고,

아름다운 시다.

눈 내리는 날에는 항상 나는 이 시를 떠올리며 작품을 그린다.

 

5

늙은 갈대의 독백

 

 

해가 진다

갈대는 얼마 아니하야 잠이 든다

물닭도 쉬이 어는 낯설은 논두렁에서 돌아온다

바람이 마을을 오면 그때 우리는 섧게 늙음의 이야기를 편다

. . . .

이 몸의 배딥매딥

잃어진 사랑의 허물 자국

별 많은 어느밤 강을 날여간 강다릿배의 갈대 피리

비오는 어느 아침 나룻배 나린 길손의 갈대 지팽이

모두 내 사랑이었다.

. . . .

 

- 감상

 

이 시를 읽으며 나는 여러 점의 작품을 그렸다.

나중에 50호 작품을 그리면서 나는 세 번 울었다.

젊음이 지나간 후 늙은 갈대가 독백을 하는 아름답고 황홀한 이 시는

인생을 지혜롭고 사랑스럽게, 행복을 붙잡으며 늙어 갈 것을 교훈해 주었다.

젊을 때 성공의 길로 가느라 행복과  사랑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애절한 고백이 이 시에서 느껴져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그리다 울었다.

 

 

6

광원(廣原)

 

 

흙꽃 니는 이름 봄의 무연한 벌을

경편철도(輕便鐵道)가 노새의 맘을 먹고 지나간다

 

멀리 바다가 뵈이는

가정거장(假停車場)도 없는 벌판에서

차는 머물고

젊은 새악시 둘이 나린다

 

- 감상

 

사랑하는 여인을 보내고, 홀로 광원을 거니는 노새의 마음처럼

이 시가 나에게 많은 위로와 기쁨을 주었다.

이 시에서 영감을 받아 한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7

산비

 

 

산뽕잎에 빗방울이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 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 켠을 본다

 

 

- 감상

 

인생을 살다가 눈물이 비처럼 내릴 때가 있다.

백석 선생님의 시 <산비>에서 자벌기(자벌레)는 빗방울이

내리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비를 피해 자벌기가 숨기에는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햇살을 향해 날아가는 저 멧비둘기가

자벌레는 부러운가 보다

살다가 눈물이 많아질 때면 이 시를 떠올리게 된다.

 

8

바다 / 백석

 

 

바닷가에 왔더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뒤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는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 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늘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섪기만 하구려

 

- 감상 

 

<바다>라는 백석선생님의 시는 사랑하는 님을 바다에 비유하셨는데

 

바닷가에서 이야기를 하고 개지꽃(나팔꽃)을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사랑했던 님에 대한 아련한 마음 저림이 담긴 아름다운 시다.

구부정하게 모래톱을 올라 바다를 보면 그녀가 보이는 걸까?

 

9

수라(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바보화가 - 몽우 조셉김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