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이 세상이 모두 하나라는 말씀이 납득이 안 됩니다.

2011. 11. 11. 12:3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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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

내 몸과 이 세상이 모두 하나라는 말씀이 납득이 안 됩니다.

 

< 답변 >

그 질문 자체가 사실은 앞뒤가 맞질 않소.· · · 일체가 하나라면 도대체 누가,

무엇을, 납득하고 이해하고 할 수 있겠소? 묻는 자와 묻는 대상이 하나라 소리요.

· · · 이 길을 가는 사람은 모름지기 아주 투철해야 합니다. 늘 하는 소리지만

세속의 상식을 갖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적당히 싸 발라서는 절대 가망 없소.

 

전체가 참된 하나인데, 인간이 어떤 잣대를 갖고 판단하고 분별함으로 해서

하늘이 생기고 땅이 생긴 거요. 그런 판단의 기준이 되고 그에 따라 우리의 언행을

제약하고 통제하는 것이 이른 바 법(法)인데, 그 법의 성품이 몽땅 빈 거라 이

말입니다.· · · 두 살, 세 살 때 우리의 마음이 그러한 법에 의해서 제약을 받아요?

· · · 안 받지요? 그럼 법이라는 게 뭔가?· · · 그냥 인간이 제 멋대로 정한 거요,

이건 이렇다고, 저건 저렇다고. 텅 트인 허공에 자기 중심적으로 숱한 획을 그어

난도질 해놓은 거요. 그 법이 항하사(恒河沙) 만큼 많다고 한 겁니다. 그리고 철

들면서부터 꾸역꾸역 그 법을 마음속에 구겨 넣은 거요. 그래서 그런 법을 아주

정교하고 완벽하게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흔히 유식하다거니, 훌륭하다거니 그래요.

하지만 그렇게 '법의 그물'(幻網)이 빽빽하고 촘촘한 사람일수록 운신이 어렵소.

그게 얼굴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늘 경직되어 있고, 매사에 마땅치 않은 일이 많고,

· · · 그런 식으로 살다보면 그 사람의 삶이 결국 어떻겠소?· · ·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기는 거요.

 

이런 말은 그런 법들을 전부 무시하라 소리가 아닙니다. 숱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니 그런 규범이나 법규들이 없을 수 없소. 문제는 그러한 모든 법의 성품이

빈 것이라는 사실을 환히 아는 사람과 그게 다라고 알며 살아가는 사람의 차이요.

후자인 경우는 모든 법이 그 마음의 흐름을 제약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답답하고

옹색해져서 늘 무언가를 근심하고 갈등하면서 몹쓸 상태로 되가는 거요.

 

-현정선원 법정님의 법문- 

 

< 질문 >

해탈에 대한 마음은 간절한데 왜 깨닫지 못하는 겁니까?

 

< 답변 >

심생종종법생(心生種種法生)이요, 심멸종종법멸(心滅種種法滅)이라 했소.· · ·

달마대사의 일화 알지요?· · · 아무리 찬란하고 귀한 보배구슬이라도

사람의 마음에 의지해야 비로소 오색 찬란한 보배구슬이 되는 것이니,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존귀한 것은 이 마음의 보배인 거요.

이 마음의 보배에 의지하지 않으면 어떻게 산하대지 삼라만상이 존재할 수 있겠으며,

귀하고 천한 온갖 것들이 어떻게 스스로 귀하고 천한 것이 되겠소?

 

그게 뭐가 됐건 마찬가진 거요.

여러분의 마음을 현혹해서 늘 헐떡이게 만드는 온갖 것들이

저 밖에서 고유의 성품을 갖고 고유의 규범을 따라 고유의 길을 가는

그런 독립적인 실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중생이 완전히 뒤바뀌어 미친 기운이 뻗쳐서 그런 거요.· · ·

오직 여러분이 그렇다고 했기 때문에 그런 거요,

그렇지 않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겁니다.

 

하늘, 땅을 한 입에 몽땅 집어삼키고 났더니,

티끌 만한 한 법과도 짝하지 않는다 했소.· · ·

깨달음이 됐건 해탈이 됐건 부귀영화가 됐건 그게 몽땅 헛소리요 망상이오.

오직 마음 뿐이요 마음밖엔 티끌 만한 한 법도 없으니,

그 마음이 도대체 어디에 의지하고 어디에 머물겠소?· · ·

모든 말은 중생을 이끌기 위해 성인들이 임시방편으로 시설한 방편이오.

그러니 어떤 말에도 떨어지지 마시오.

그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고 대단해도 말은 전부 거짓이요 망령된 겁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지식은 모두 다 허망한 망념을

언어화하고 개념화해서 꾸역꾸역 쌓아놓은 거요.

그걸 몽땅 토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그때 그 신령한 성품이 빛을 놓는 거요.

 

-현정선원 법정님의 법문- 

    징검다리 / 정 호승 물은 흐르는 대로 흐르고 얼음은 녹는 대로 녹는데 나는 사는 대로 살지 못하고 징검다리가 되어 엎드려 있다 오늘도 물은 차고 물살은 빠르다 그대 부디 물속에 빠지지 말고 나를 딛고 일어나 힘차게 건너가라 우리가 푸른 냇가의 징검다리를 이제 몇 번이나 더 건너갈 수 있겠느냐 때로는 징검다리도 물이 되어 흐른다 징검다리도 멀리 물이 되어 흘러가 보고 싶어도 다시는 보지 못할 때가 있다 * 흐르는 물 속에 징검다리가 되어 내를 건너주는 그대 장하구나
    그 징검다리도 물이 되어 흘러가 버리기 전에
    님이시여! 힘차게 나를 딛고 건너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