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뭣고?물긷고 나무하는 일

2011. 11. 11. 12:4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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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뭣고?

일용사무별(日用事無別) 유오자우해(唯吾自偶諧)
두두비취사(頭頭非取捨) 처처물장괴(處處勿張乖)

주자수위호(朱紫誰爲號) 산절점애(丘山絶點埃)
신통병묘용(神通竝妙用) 수급반시(運水及搬柴)

 


매일 매일 하는 일 다른 것 없고
오직 내가 스스로 짝해서 어울린다.
낱낱이 취하거나 버리지 아니하면
곳곳마다 마음에 들거나 거슬릴 것 없네.

권력과 명예 누가 귀하다고 하던가?
저산도 하나의 티끌 먼지인 것을...
신통과 묘용이여!
물 긷고 나무하는 이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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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진다.
나뭇잎이 물들고 떨어진 잎들이 수북하게 쌓인다.

엽락귀근(葉落歸根)하니
래시무구(來時無口)로다.
잎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니
올 때는 입이 없다.

돌!ㅇ 무슨 말인가?

서리 오기 전에 고추 잎도 훑어 오고
가뭄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움츠리고 있는
무 배추에도 물을 준다.

천산루(天山樓) 서실(書室)의 내부
무늬목 락카 칠을 비롯해서
오래되어 허술해진 건물 곳곳에는 페인트 색칠도 한다.

선(禪)이란 삶이다.
생생하고 활발발(活發發)한 진정한 삶이다.
이것이니 저것이니 분별하여 집착하지 않고
놓여진 삶을 직시(直視)하면서 그대로 받아드리고
수용(受用)하는 지혜(智慧)다.말이 필요치 않다. .

이뭣고(?)

 

 늘 한결같아라

 

 

 

 

도 닦는 이들이여! 대장부가 또 무엇을 의심하느냐?

눈 앞에서 작용하는 이것은 누구냐? 이것을 붙잡았으면 곧 그대로 작용할 뿐 문자에 집착하지는 말아야 하니, 이것을 일컬어 현묘한 뜻이라 한다. 이와 같이 볼 수 있다면 꺼릴 법이 없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마음은 온갖 경계를 따라 흘러가는데, 흐르는 그곳이 참으로 아득하구나. 흐름을 따라 본성을 확인한다면, 기쁨도 없고 근심도 없다."라고 하였다.

바로 지금 여기에 살아 있어라. 시간은 늘 바로 지금일 뿐이고, 장소는 늘 여기일 뿐이며, 행동은 늘 지금 이 행동이고, 항상 지금 눈 앞을 바라보고 있고, 항상 지금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며, 항상 지금 이 생각을 하고 있으며, 항상 지금 이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지금 이렇게 말하고 지금 이렇게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바로 지금 <이-것>에서 떠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지금 이-것에서 벗어나지 말라.

지금 이-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생각에 휩싸여서 과거·현재·미래와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것이요, 지금 이-렇게 보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보이는 색깔과 모양에 속박되어서 색깔과 모양을 따라다니는 것이요, 지금 이-렇게 듣고 있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들리는 소리와 말에 구속되어서 소리와 말에 끌려다니는 것이요, 지금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몸의 모양과 느낌에 매달려서 몸에 끌려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과 색깔과 모양과 소리와 말과 몸에 속박되어 끌려다닌다고 하여도 실제로는 지금 이-것에서 전혀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벗어남이란 허망한 환상에 도취되어 있는 것이다. 마치 몸은 여기 있으나 생각은 전혀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것과 같으며, 몸은 여기 누워 있으면서 과거의 온갖 장소를 돌아다니는 꿈 속에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허망한 환상에 쌓여 있으므로 매 순간 순간이 진실하지 못하고 무슨 일을 하여도 늘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끼고 무언가 다른 참된 것을 찾아서 늘 헤매고 다니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의 삶이다.

망상에 쌓여서 망상을 따르는 삶이 바로 허망한 삶이요, 진실을 알아서 매 순간 순간 진실에서 벗어남이 없는 삶이 바로 참된 삶이다. 진실한 삶을 살려면 진실에 머물러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진실은 바로 지금 여기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보고 있으며, 듣고 있으며, 붙잡고 있으며, 걷고 있으며, 생각하고 있으며, 느끼고 있으며, 욕망하고 있으며, 말하고 있으며, 읽고 있다.

보고·듣고·생각하고·말하고·행동하는 가운데 변함 없이 이-렇게 있는, 끊임 없는 변화의 흐름 위에 항상 나타나서 변함이 없는 이-것을 확인하라. 마치 형형색색의 사물이 나타나 변화할 때에 변함 없이 빛이 그 위에 있듯이, 온갖 모양의 물결이 나타났다 사라질 때 변함 없이 물이 그 자리에 있듯이, 온갖 경험의 세계가 나타나 사라지는 변화 속에서 이-것은 변함 없이 그대로 있다. 바로 이-것이 진실이며, 참된 나 자신이다. 이 진실한 나 자신이 분명하여 흔들림이 없다면, 세상의 온갖 풍파가 모두 닥쳐 오더라도 나는 늘 그대로 변함 없을 뿐이다.

자,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변함 없는 자신이 분명 지금 여기에서 확인되어 의심이 없습니까? 늘 한결같은 자리에 흔들림 없이 있습니까?


 

 

 

 

 

 

- 임제록을 통한 선 공부 /김태완

 

뚜렷이 홀로 밝다

  

『임제록』을 통한 선 공부 / 김태완

도 배우는 이들이여!

 

 

 진실한 마음은 몹시 어렵고 불법은 심오하지만 알고 보면 쉽다. 내가 종일토록 저들에게 말해주어도 배우는 자들은 조금도 뜻을 두지 않으니, 천 번 만 번 밟고 지나가면서도 칠흙 같이 깜깜하다. 하나의 모양도 없으면서 뚜렷이 홀로 밝은데도, 배우는 자들은 믿음이 부족하여 명칭 위에서 알음알이를 내면서, 나이 50이 지나도록 다만 밖으로 송장만을 지고 다니는구나. 이렇게 짐을 지고 천하를 다니니 짚신값 물어낼 날이 있을 것이다.
마음공부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익혀온 세속의 허망한 마음을 반야의 진실한 마음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세속의 허망한 마음은 이름과 모양이라는 대상만을 쫓아다니며 정작 그렇게 행하고 있는 바탕인 자기자신은 알지 못하는 마음이고, 반야의 진실한 마음은 이름과 모양을 쫓는 일이 전부 자기에게서 비롯된 자신의 일임을 잘 알아서 대상에 속지 않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오로지 세속의 허망한 마음만을 익혀왔을 뿐, 반야의 진실한 마음이라는 것은 꿈에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반야의 진실한 마음은 전혀 생소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 마음공부의 어려움이 있다. 늘 익숙한 습관대로 행하는 것이 쉽고 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런 일은 세간의 허망한 마음과 반야의 진실한 마음이 본래 하나의 같은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허망함 속에 있으면서도 진실을 그리워하게 되고, 그 그리움이 심해져서 목마름으로 되면 진실한 마음을 찾으려는 마음공부를 발심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다행스런 일은 허망한 마음과 진실한 마음이 본래 하나이기 때문에, 허망한 마음에 익숙해져 있더라도 진실한 마음을 찾으려는 발심만 굳으면 언젠가는 진실한 마음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태도는, 자신이 현재 진실한 마음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진실한 마음에 관한한 자신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 있어서 어떻게도 손을 쓸 수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진실한 마음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며, 이제까지와 같이 이름과 모양을 통하여 대상을 파악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진실한 마음을 파악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어떤 방법을 통하더라도 진실한 마음은 알 수가 없다는 이 사실을 명확히 인정할 때 비로소 마음공부를 할 올바른 자세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도 손쓸 길을 몰라서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어떤 방법에도 의존하지 않고, 다만 진실한 마음에 목말라 하며 길을 찾으려는 간절한 마음 하나 뿐인 것, 이것이 바로 마음공부의 올바른 자세이다.

무엇을 찾아내고 알아내는 방법으로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방법을 완전히 포기해버리고 손을 놓고서 어떻게도 할 수 없게 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문득 본래 이대로일 뿐 달리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연히 알아차리게 된다. 허망한 마음 그대로가 본래 진실한 마음인 것이다. 다만 허망한 의식을 놓지 못하고 있을 동안에는 진실한 마음이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있다는 헛된 생각과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견해를 버리면, 바로 그 자리에 본래부터 진실한 마음이 뚜렷이 홀로 밝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