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1. 12:4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이뭣고?
일용사무별(日用事無別) 유오자우해(唯吾自偶諧)
두두비취사(頭頭非取捨) 처처물장괴(處處勿張乖)
주자수위호(朱紫誰爲號) 산절점애(丘山絶點埃)
신통병묘용(神通竝妙用) 수급반시(運水及搬柴)
매일 매일 하는 일 다른 것 없고
오직 내가 스스로 짝해서 어울린다.
낱낱이 취하거나 버리지 아니하면
곳곳마다 마음에 들거나 거슬릴 것 없네.
권력과 명예 누가 귀하다고 하던가?
저산도 하나의 티끌 먼지인 것을...
신통과 묘용이여!
물 긷고 나무하는 이 일이네
뚜렷이 홀로 밝다
『임제록』을 통한 선 공부 / 김태완
도 배우는 이들이여!
진실한 마음은 몹시 어렵고 불법은 심오하지만 알고 보면 쉽다. 내가 종일토록 저들에게 말해주어도 배우는 자들은 조금도 뜻을 두지 않으니, 천 번 만 번 밟고 지나가면서도 칠흙 같이 깜깜하다. 하나의 모양도 없으면서 뚜렷이 홀로 밝은데도, 배우는 자들은 믿음이 부족하여 명칭 위에서 알음알이를 내면서, 나이 50이 지나도록 다만 밖으로 송장만을 지고 다니는구나. 이렇게 짐을 지고 천하를 다니니 짚신값 물어낼 날이 있을 것이다.
마음공부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익혀온 세속의 허망한 마음을 반야의 진실한 마음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세속의 허망한 마음은 이름과 모양이라는 대상만을 쫓아다니며 정작 그렇게 행하고 있는 바탕인 자기자신은 알지 못하는 마음이고, 반야의 진실한 마음은 이름과 모양을 쫓는 일이 전부 자기에게서 비롯된 자신의 일임을 잘 알아서 대상에 속지 않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오로지 세속의 허망한 마음만을 익혀왔을 뿐, 반야의 진실한 마음이라는 것은 꿈에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반야의 진실한 마음은 전혀 생소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 마음공부의 어려움이 있다. 늘 익숙한 습관대로 행하는 것이 쉽고 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런 일은 세간의 허망한 마음과 반야의 진실한 마음이 본래 하나의 같은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허망함 속에 있으면서도 진실을 그리워하게 되고, 그 그리움이 심해져서 목마름으로 되면 진실한 마음을 찾으려는 마음공부를 발심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다행스런 일은 허망한 마음과 진실한 마음이 본래 하나이기 때문에, 허망한 마음에 익숙해져 있더라도 진실한 마음을 찾으려는 발심만 굳으면 언젠가는 진실한 마음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태도는, 자신이 현재 진실한 마음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진실한 마음에 관한한 자신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 있어서 어떻게도 손을 쓸 수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진실한 마음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며, 이제까지와 같이 이름과 모양을 통하여 대상을 파악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진실한 마음을 파악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어떤 방법을 통하더라도 진실한 마음은 알 수가 없다는 이 사실을 명확히 인정할 때 비로소 마음공부를 할 올바른 자세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도 손쓸 길을 몰라서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어떤 방법에도 의존하지 않고, 다만 진실한 마음에 목말라 하며 길을 찾으려는 간절한 마음 하나 뿐인 것, 이것이 바로 마음공부의 올바른 자세이다.
무엇을 찾아내고 알아내는 방법으로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방법을 완전히 포기해버리고 손을 놓고서 어떻게도 할 수 없게 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문득 본래 이대로일 뿐 달리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연히 알아차리게 된다. 허망한 마음 그대로가 본래 진실한 마음인 것이다. 다만 허망한 의식을 놓지 못하고 있을 동안에는 진실한 마음이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있다는 헛된 생각과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견해를 버리면, 바로 그 자리에 본래부터 진실한 마음이 뚜렷이 홀로 밝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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