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믿는 데도 먼저 그 목적을 바로 알고
갈길을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교를 믿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다들 아시는대로 깨달음을 얻는 것입니다.
무엇을 깨닫는겁니까. 이렇게 이 세상에 와서 살다가는 이 ‘나’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옛날 한 스님이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불법입니까(如何是佛法)?”
“봄날 닭우는 소리이니라(春日鷄聲).”
도대체 이게 무슨 말입니까.
불교가 무엇이냐고 묻는데 봄날 닭우는 소리라니.
봄 날에 닭이 우는 소리가 어떻게 불법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봄날 닭우는 소리를 알면 인생을 알 수 있습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했잖습니까.
닭 우 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가 그 소리를 들었나요. 내가 들었습니다. 무엇으로 들었 는가요. 귀로 들었습니다.
그럼 죽은 사람의 귀도 뚫려 있는데 그 죽은 사람도 들 을 수 있을까요.
없겠지요.
그럼 나는 무엇으로 봄날 닭의 울음 소리를 들었습니까.
그 소리를 들은 나는 과연 무엇이란 말입니까.
자, 이렇게 자기의 근원을 캐 묻고 또 캐 묻는가운데
우리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 습니다.
불교를 봄날 닭우는 소리라 해서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이치가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닭울음 소리에도 불법의 적적대의(的的大義)가 들어 있는 겁니다.
익히 들어 본 것이지만 선문답을 더 들어 봅시다.
어떤 스님이 동산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如何是佛)?”
“삼 서근이니라(麻三斤).”
또 어떤 스님이 운문스님께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부처 입니까?”
“마른 똥 막대기니라(乾屎궐).”
불교를 묻는데 이런 괴상한 답이 나올 수 있을까요.
어떻게 부처를 똥막대기에 비유한다는 겁니까. 모를 일입니다.
모른다는 것은 그 말을 한 놈이나 듣는 놈이 다 모른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모르느냐. 그 말한 것, 부처나 똥막대기 마삼근을 모른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대화하는 너와 나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마음은 또 무엇이냐. 그것은 곧 부 처입니다.
마조스님의 유명한 공안이 있습니다.
어떤 스님이 마조스님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如何是佛)?” “마음 이 곧 부처니라(心卽是佛).” “어떤 것이 마음입니까(如何是心)?” “부처가 곧 마음이다(佛是卽心).” 마음과 부처는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부처이고 부처가 곧 마음이란 것인데
문답은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부처냐고 다시 물어 보는데 그때는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非心非佛)라고 합니다.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것, 그것은 무엇입니까. 집착이 없어서 부처에게 의지하지도 않고 마음에 매달리지도 않는 곳에서 부처를 이룬다는 뜻입 니다.
이렇게 말로 하면 장난 같기도 하고 도무지 헷갈려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선 공부하는 이들에게 기본이 되는 이 화두들을 들어 설명하는 것은 불교를 쉽게 이해하라는 것입니다. 묻는 말은 한결 같습니다. “무엇이 부처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대답은 가지각색입니다.
말로 글로 이름지어진 것에 집착해서는 그 도리를 절대 알지 못합니다.
태양을 일본사람은 ‘다이요’라 부르고
미국 사람들은 ‘Sun’이라 부릅니다. 그렇다고 태양의 본질이나 그 빛이 변하는가요.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이라 부르던 상관없이 태양은 그렇게 떴다 집니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인간이라는'나’를 비롯해 모든 사물의 진실,
그 본래의 모습입니다.
진실된 모습, 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섣불리 이름을 붙여 버리는데서
우리의 번뇌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불교의 목적이 깨달음을 얻는 것이라면 무엇을 깨달을 것인지 어떻게 깨달아야 하는지, 깨달은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장서방이 장에 가니 나도 간다는 식으로 불교를 믿으면
번뇌의 그늘만 더 커지는 겁니다.
요즘의 경제위기도 우리가 우리의 본질, 우리 나라의 현실을 잘 들여다
보지 못하고 다른 나라가 가는 길이 위대하게만 보여서 무작정 그 길을
따라 가다가 만난 막다른 길인 것입니다. 옛 선사들이 끊임없이 “무엇이 불교인가”를 물었듯이 현 대인들도 끊임 없이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현대에 맞는 불교의 실체가 보일 것입니다.
진리를 향한 구도심이 없는 세상은 경제, 정치, 도덕, 문화도 없습니다. “무 엇이 불교입니까?”라고 묻듯 “무엇이 정치입니까?”
“무엇이 경제입니까?”라 고 물어 봅시다.
오늘의 어려움이 극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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