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씨앗이 낙락장송이 되건만/월암스님

2012. 2. 27. 12:4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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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알의 씨앗이 낙락장송이 되건만

 

 

인과경에 말씀하시기를 “전생의 일을 알고 싶으냐? 현재 받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내생의 일이 알고 싶으냐? 지금 짓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라고 했다. 과거 현재 미래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연기적 순환이요, 인과의 사이클이다. 과거의 원인이 없는 현재의 결과가 없고, 현재의 노력 없이 미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한국불교가 그나마 이정도의 발전을 하게 된 것도 과거 우리 선사(先師)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다. 어떻게 보면 현재 한국불교는 과거 우리 선조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결과물을 따먹으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나 않는지 의문스럽다. 빛나는 불교문화유산으로 인해 별 노력 없이 문화의 주체적 위치에 서서, 왕궁을 방불케 하는 대가람에서 과거의 유산을 향유하는데 안주해 버린다면 미래불교의 진로는 암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과거불교의 유산으로 대접받고 있듯이, 또한 우리의 노력으로 미래불교를 준비하고 담보하여야 한다.

부산 금정중학교에 근무하는 현익채 교법사가 펴낸 “간추린 부산불교 50년사”에 따르면 부산불교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어린이법회와 중고등학생회 및 대학생불자회 등의 변천사’이다. 현법사가 도표를 통해 밝힌 현황은 우리들로 하여금 부끄러움과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가장 전성기를 누렸던 93년에 어린이 법회 52개, 중학생회 22개, 고등학생회 54개, 대학생회 22개, 청년회 40개이든 것이, 지금 현재 어린이 법회 22개, 중학생회 18개, 고등학생회 23개(사찰 소속 학생회는 단 3곳 뿐), 대학생회 6개, 청년회 16개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수치의 현황보다 일선 포교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불교에서 부산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한국불교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부산불교의 형편이 이럴진댄 여타 다른 지방은 불을 보는 듯 뻔할 것이다.

물론 초중고등 학생들의 입시위주의 교육양태와 대학생들의 취업중심의 의식변화에도 조금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전적인 책임은 기존 사찰과 기성불자들의 미래 포교에 대한 투자의식의 결여에 있다. 이것은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앞날을 망각하고 있는 근시안적 포교전략의 결과이다. 학생회법회는 사찰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학생회법회가 결코 찬밥 신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서양종교의 한국에서의 성공적 선교사례에서 보듯이 새싹포교와 청년포교는 간과할 수 없는 포교전략의 일번지이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학생과 청년세대에 대한 투자의 결과를 지금 수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이들에 대한 선교전략을 마련하고 집중투자하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집단은 스스로 망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포교원에서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포교활성화’에 대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과감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즉 어린이와 학생 그리고 청년들에 대한 획기적인 포교청사진을 마련하여 특별관리하지 않으면 미래불교는 기대할 수 없다. 관계부서에서는 획기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전 종도들은 이에 협력하여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 문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사안이 아니다. 낙락장송도 한 알의 작은 씨앗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역사문헌에 의하면 과거 신라나 고려시대에는 ‘원사(願師)제도’가 성행하였다고 한다. 원사(願師)제도란 어머니가 아이를 임신하였거나 혹은 아이가 태어나면 먼저 절에 가서 훌륭한 스님 한분을 정해서 수계를 하고 불명을 받아 평생 동안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가르침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속가제자, 혹은 마을상좌(유발상좌)라고 한다. 신라나 고려시대에는 대부분의 백성들이 모두 출가제자 아니면 속가제자가 되는 셈이다. 아마도 조선 오백년을 거치면서 이러한 제도가 많이 약화된 것 같다. 이제라도 원사(願師)제도를 활성화시켜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국에 비구 비구니스님들은 총출동해서 반연되는 신도들의 자녀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원사의 결연을 맺어 마을상좌를 만들어 특별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기존의 부모들은 이 일에 적극 협조하여 내 자식들을 일깨워 부처님의 속가제자가 되어 당당하고 복되게 살아가도록 인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땅의 모든 불자가족은 스승의 가르침에 의해 법회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면 학생, 청년법회가 자연히 활성화될 수 있으며, 미래불교의 전도 또한 밝을 것이다.

 

 

 

    일탈을 꿈꾸며 구암 박상규
    나는 가끔씩 이유 없는 일탈을 꿈꾼다. 침묵이 흐르는 구속의 시간들을 접어 둔 채 목적지 없는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고 싶다. 때로는 달맞이꽃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안개 낀 강변을 서성이고 싶고 때로는 바다가 보이는 창이 넓은 카페에 앉아 달려오는 파도를 가슴으로 안아 입맞춤하고 싶다. 소낙비 쏟아지는 들판에 나를 세우고 싶고 아무도 없는 눈 쌓인 산길을 나 홀로 걷고 싶다. 풀잎 위에 아침 이슬같은 꿈이어도 좋다. 비 온 후 갠 날 무지개같은 이상이어도 좋다. 나는 지금 화려한 일탈을 꿈꾸며 짐을 꾸린다. 텅 빈 내 가슴에 한 조각 그리움을 채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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