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라찰라 깨어지는 번뇌 ('12년 4월 미 북가주 청화큰스님 법문공부 후기)

2012. 5. 5. 20:4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728x90

- 마음이 한가하기도 바쁘기도 했던 4월이었다.

고2 큰 아이가 진로를 정했다 하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다 하여 깜짝 놀랐으며

(문과? 아녀? 그럼, 이과? 아니라고? 엉. 이렇게 뒤늦게 미술?!),

그러니 생소로운 그 <미계美界>란 어느 별나라인가 알아보아야 했고, 또한 타겟인 학교도 둘도 아닌 전국에 딱 한 군데라카며 가보고 싶다 하니, 닥친 상황을 전체적으로 가늠해보기도 바쁜 와중에 여행 계획을 급히 세워야했고, 결국 봄방학 중에 엘에이를 다녀왔다.

누구나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당황스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때에 유념하면 좋은, 진작에부터 전해드리고 싶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해 여름 북가주 수선회 선방에 용타스님께서 오셔서 <불교의 기초불교>를 강의하시다가 한 예화로 말씀하신 것이다.

 

..싯다르타는 고행으로 쓰러졌고 영락없이 죽은 사람이었다.

그 때 지나가던 한 수행자가 보았다.

그는 지나가 가필라국의 정반왕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은 고행하다가 죽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왕은 전혀 요동을 하지 않고 물었다.

“그 아이가 대각을 성취하고 죽었다고 하는가?”

“못하고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애.....! 그러면 죽지 않았네.

그 아이는 마음에 원하는 걸 성취하고 갈 아이지, 그냥 갈 아이는 아니라네.”

 

용타스님께선 이 대목에서 소리내어 우셨다고 했다.

정반왕의 아들에 향한 신뢰를 보며, 온 세상의 부모-자녀간의 상황이 보이는 것이며, 이 정도로 자녀를 신뢰한다면 자녀가 못 될 까닭이 없다고 하셨다 (관련경전 링크는 아직 못 찾음).

 

 

 

 

 

 엘에이(LA) 가는 길

 

 

 

 

엘에이(LA) 시내 (선셋 블로바드 부근) 

 

 

 

- 이런저런 사정으로 4월 철야참선이 계속 생략되었다. 개인적으로 공항마중을 나가야 했거나, 애아빠가 출장이어서 집에 아이들만 놔두고 참석할 수가 없었던 것이 이유였다.

그래도 두 토요일에 모인 <금강심론 강독>만큼은 마찬가지로 네 분이 모였다.

 

둘째주도 넷째주도 ‘금강심론’ 한문이 어렵다고 모두 한숨이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자 읽읍시다!” 말소리 떨어지자마자 또한, 척 읽어진다는 것이다.

소리는 하늘천 따지 서당음률에, 가나다라 첨 배우고 쪼깨 속도가 나고 있는 꼬마의 파편 문장^^.

한자漢字의 중압감에 아득해서 도저히 읽어지지 않을 것도 다같이 내리합독해 보니, 엉~ 이렇게 집에서 혼자도 읽을 수 있겠군 슬 용기도 난다. 혹 내 바퀴가 멈춰도 옆의 도반님들께서 끌고나가 주시니 절로 ‘인내 바이러스’란 것이 전염되는 중일테다.

아니다. 모호함은 빼고, 팩트만 주장할까.

더도 말고 강독한 시간만큼은 번뇌가 타파되었다고 하자. 삑사리가 나지 않도록 아흑 얼마나 집중을 했던가!

모두가 하나로 집중했다. 4년전 금강정진회(양주 육지장사) 가서, 예까지 오게 된 사연을 일어서서 얘기하던 중 착시현상이 일어났던, 빛나는 한 금덩어리같이... 얼마전 금강 보리방편문 사경방에서 한 도반님께서 ‘한자한자 사경 때마다 찰라찰라 깨어지는 번뇌’라는 멋진 문구를 쓰셨었는데, 바로 이것이 그것이었다.

 

- 4월달 진도는 반야심경의 약해부터 보리방편문, 인원과만, 삼신요별, 오지여래, 묘유현상이었다. 넷째모임은 특히 반야심경약해를 2회로, 보리방편문을 5회로 더해서 합송했고, 자성거사님께서는 다음달 학회 준비로 바쁘시다면서도 새 슬라이드를 준비해오셨다. 수능엄삼매도 뿐 아니라 금타스님께서 말씀하신 1 3 5 7 숫자의 근거를 기호와 원자 전자 등의 그림을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하신 것인데, 당시도 그랬고 도저히 나는 옮길 수가 없다. 이젠 못 알아듣는 죄송도 극에 달해 보따리 내놓으라 적반하장을 한다. 미국의 최고의 석학들과 과학을 논하시면서, 또한 동시에 우리같은 문맹들을 만나 설득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시려면 이만저만 팔방미인이 되시지 않으면 안 되겠죠? 거사님~ 우리 만난거 큰 업장소멸한다 생각하셔요^^.

 

개별챕터를 풀어 설명해주셨는데 각 내용은 생략한다. 늘 그러하시듯 ‘반야심경의 약해’란 너무도 대단하다며 이 날도 극찬하셨다.

..몇 년 전에 거사님께서 재미난 얘길 해주신 적이 있다.

옛날 대기업에 다니실 때 일본출장을 가셨는데, 동료가 책상에서 뭘 꺼내보다가 마주치자 쓱 집어넣더란다.

그게 뭐냐 물으셨다.

그는 <반야심경>이라 했다.

그런데, 너털스런 표정으로 덧붙이더란다. “허허 이십년을 해도 아직도 모르겠으니...”

그것이 눈에 불을 당기신 것 같다.

“뭣이라? 이십년을 해도 모르는 공부가 다 있어?”

 

그 후의 대목, 얘기에 없다. 그러나 느껴진다. 반야심경을 어떻게 대하셨을지!

그렇게 공부하시다 보리방편문을, 그리고 이제 '금타화상의 반야심경의 약해'를 만나셨던 것일테고, 지금의 이 모습이시다. 즉 한결같이 ‘보리방편문’과 ‘반야심경의 약해’ 극찬을 하시며 ‘장사’를 자처하신다.

 

서운하니 설겅설겅히 복습할까보다.

금강심론의 내용은, 정말 물질이라는 것은 없더라, 모든 것은 마음(에너지)뿐 이더라, 이 에너지들이 쌓여서 물질이 된다, 정말 나라고 할 것이 없다 하는 이것, 현대의 물리학과 다르지 않고, 청화큰스님께선 현대어로 바꾸어 깊이 말씀하셨다.

즉 어설프게 안다고 하지 말라, 여기까지 가야 깨달았다고 할 수 있다. 오온개공五蘊皆空을 믿고 오온개공이 되게끔 하라. 수능엄경에서는 (색수상행식의)식識이 공空이 될 때까지 되어야 구경각이 된다고 되어있다. 색을 넘어가는게 1단계인데, 우린 그 색계를 지금 못 넘고 있으니, 가장 빠른 방법이 금타스님께서는 <보리방편문과 반야심경약해를 끊임없이 하다보면 그 단계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하셨다. 믿고 따르면 극유진 우모진 양모진.. 금진.. 인허.. 다 보게 될것이다. 참선을 통해 통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글들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자성거사님)는 믿고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미 법신보신화신인데 다만, 무명이라는 필터를 가지고 있어 행동하다보니 과보와 업보로 육도윤회를 받아 고통을 받고 있다. 그 필터만 없애면 다 부처이다. 보리방편문은 그 필터가 없는 그 앞부분을 매우 반복한다. 필터가 끼이는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인달하야’ 뒷부분 그것은 무상無常이니(변하니) 집착 말고 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보리방편문의 방법론은, 내가 부처라는 가상적 일상삼매와 가상적 일행삼매를 계속하다보면 차츰 필터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그러다보면 완전한 부처가 된다는 것이다. 아미타불(보리방편문)할 때 내가 아미타불이라는 것이 들어오도록 해야 하겠다.

 

책을 읽었다 말았다 머리까지 아팠다는 여경보살님, 거사님께서 진도를 나아가니 책장이 비로소 넘어간다고 하셨다. 거사님은 수능엄삼매도를 이해하면 금강심론이 쉬워질 것이라 하셨다. 금강심론은 보리방편문과 수능엄삼매도를 설명한 책이라 보면 되며, 몇 번 읽어보면 기가 막히게 요약해 놓으셨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하셨다.

자성거사님께서는, 이번에 현로거사님께서 이메일로 주신 수정암 장우스님 법문 중의 일상/일행삼매 관련을 인용하시기도 했고, 우리가 혹 다른 쪽으로 가진 않을까 염려해주시는 마음이 보이시는 경주법사님의 미주도반 게시판의 게시물도 언급하셨다. 도반님들도 그간 금강정진회에서 진행되었다는 경주법사님 법문파일이 죽 있을지 궁금해 하셨고, 그것이 없더라도 언젠간 책이 나오지 않겠냐며 기대하신다....

 

..그리고 내게는 그렇다.

5년전 북가주에 오셨었던 전남대 이중표 교수님은 콜라병을 부시맨이 볼 때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인용하시곤 했는데, (어려운 심론 공부에 기운을 내려 억지를 좀 부려보면) 그것이 손에 들리면 우리 눈은 어쨌든 보인다는 것이다.

보이지만 실로 모르겠는 이것- 우연히 콜라병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 깨닫든, 출세해서 문명세계를 찾아가 기어이 알아내든, 어디서 한번 본 것 같더라는 잔영이라도 희미하게 내생에 기억나게 만들든.... 맨 의식에 작은 인因을 심기란 참으로 얼마나 어려울지 모르겠다. 실로 진한 인연因緣이 있어야 할게다.

지금 그 콜라병, <금강심론>, <보리방편문>이 산호세 둥근 테이블 위에, 네 도반 손에 들려있다.

오직 할 뿐.

 

감사합니다.

보원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