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 화무십일홍

2012. 7. 14. 12:06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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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왜 그들만 모를까?

9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은진사에서 시민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백련을 구경하고 있다. 백련은 7~9월 하얀 꽃을 피운다. 부산/뉴시스

 

 한여름 전주 덕진연못에 활짝 핀 연꽃, 자세히 보면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을 연상케 한다.
ⓒ 박주현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 한다는 뜻이다. 이명박(MB) 대통령 5년 임기가 아직 8개월 남아 있는데도 측근 및 친인척들이 비리로 줄줄이 구속되거나 사법처리되는 중이다. 권력의 무상함을 상징하는 '권불십년'은 그래서 너무 길다는 느낌마저 준다.

MB의 정치적 멘토이자 '방통대군'으로 통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상왕' '만사형통'으로 통했던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 '개국공신'이었던 정두언 의원 등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 박주현


 

 

 

 

 

 

 

 

 

 

 

 

 

 

 

 

 

 

 

 

권력에 기대어 평생 호가호위하며 살 것만 같더니 그들도 결국 5년 권력을 다 버티지 못하고 영어의 몸이 되었거나 곧 그리 될 처지에 놓였다. 기세등등하던 권력들이 벌써 어두운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대통령 자신도 퇴임 후 결코 무사하지만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징후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내곡동 사저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특검 또는 국정조사가 MB의 턱밑까지 다가선 형국이다. 최고 권력을 이토록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권력과 그 주변의 부도덕한 처세, 온당치 못한 통치 등에서 기인한 것이다.  

'권불5년', '권불4년'...권력 생태계 바뀌었지만 '권력무상' 여전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결국 한쪽에선 지고 마는 연꽃들.
ⓒ 박주현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법자금이 2007년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측근비리 수사의 파문은 점점 청와대와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권력의 무상함은 역대 정권들에서도 곧잘 드러났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악습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권불'의 덫이 무섭긴 무섭다. 이제는 '권불5년' '권불4년'으로 권력의 생태계가 바뀌고 있지만 권력무상은 여전하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듯이. 그래서 '권불십년' 뒤에는 '화무십일홍', '달도 차면 기운다'는 수식어들이 뒤따른다.

저문 꽃은 다시 피어나고, 기울었던 달도 다시 차오르는 세상의 이치와 같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피어나고 환하게 빛날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꽃과 달이 있듯이, 새로운 권력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꽃이 지면 새로운 꽃이 피울 준비를 하듯, 권력 또한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잉태하고 생산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한국 정치사에서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 측근 비리가 임기 말 어김없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강한 권력이라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천하의 어떤 권력도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권력도, 재력도 세월이 가고 철이 지나면 기울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이런 단순한 이치를 그들만 모를까.

세상 오욕에 물들지 않는 연꽃...혼탁한 정치, 씻을 수만 있다면

 전주 덕진공원 내 연못은 진분홍 연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 박주현


 

 

 

 

 

 

 

 

 

 

 

 

 

 

 

 

 

꽃도 마찬가지. 아무리 예쁜 꽃도 시간의 흐름 앞에선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화무십일홍'의 진정한 뜻을 아는 사람만이 가장 예쁜 꽃을 보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부지런하고 반듯한 사고를 지닐 때 그 기쁨은 두 배 세 배가 될 수 있다.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연꽃이 지천에 피어난다. 그중 전주시 덕진공원 내 덕진연못을 7월 한 달 내내 진홍빛으로 물들게 하는 웅장한 홍련군락은 일품이다.  

그윽한 연꽃이슬을 마음속에 떨어뜨리는 듯한 청량감, 닫힌 듯 열려 있는 화사한 꽃잎, 진흙뻘 속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굵고 긴 진녹색 자태를 뽐내는 강한 줄기에선 고고함이 묻어난다. 줄기에서 1미터 정도 우뚝 솟아 난 연녹색 둥근 잎은 물에 젖지 않고 이슬을 금세 방울로 만들어 감싸 안는다.

 연꽃 속 노오란 연밥이 누군가를 유혹하고 있다.
ⓒ 박주현


 

 

 

 

 

 

 

 

 

 

 

 

 

 

 

 

 

 

 

원추를 뒤집은 모양으로 길이와 높이가 각각 10㎝ 정도로 솟은 연밥은 3개월을 깊이 간직하다 10월경 완성본을 내놓는다. 편평한 윗면 구명에 여러 개의 씨가 그날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씨는 수명이 길어 3000년이 지나도 발아할 수 있다고 하다. 신비함이 절로 묻어난다. 온갖 탐욕과 비리로 얼룩진 혼탁한 정치·권력을 이 연꽃 물에 말끔히 씻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꽃을 보면서 시인 이문조씨는 "세상 오욕에 물들지 않는 굳은 의지"를, 시인 김후란씨는 "닫힌 듯 열려 있는 침묵의 말씀"을 생각해 냈다. 또 목필균 시인은 "진흙 뻘에 발 묻고도 붉은 꽃등으로 켜지는 너"라고 비유했고, 노태웅 시인은 "세월의 틈바구니에 삶의 몸을 닦는다"며 부러워했다. 연꽃과 관련된 시를 떠올리며 연꽃을 감상하면 정신이 더욱 맑아진다. 느낌도 새로워진다.

 이슬 머금은 연꽃 봉오리들.

ⓒ 박주현

 

풍수지리설과 관련이 깊은 전주 덕진연못은 조선 후기 전라도 관찰사를 지낸 이서구가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전주부성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로 북서쪽이 공허하여 지기(地氣)가 빠져 나간다고 했다. 그래서 이러한 지기가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지산과 가련산을 제방으로 연결해 연못을 만들었는데 그 연못이 오늘의 덕진연못으로 이어오고 있다.

 

-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