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몽삼매(如夢三昧)/현정선원

2012. 8. 31. 16:1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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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몽삼매(如夢三昧)/현정선원

 

 

<문>

꿈을 다 꾸고 나서는 꿈인데 무슨일이 있는가 하고 그때 비로소 담담해 지시는지요?

그렇지 않으면 꿈속에서 꿈이 시작되자마자 망상이 일어난 줄 알고 바로 깨시어

꿈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으시는지요 ?

 

어떤스님이 말씀하시길

항상 자면서도 깨어 있다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요.


<답>
꿈인 줄 알았으면 그것이 이미 여읜 건데, 무슨 사설이 그리도 많아요?

지금 있는 이대로의 일상이 모두 꿈과 같아서 실답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면,

휘둘리건 휘둘리지 않건 또 자재하건 자재하지 못하건 무슨 상관이에요?

 

요는, 연생(緣生)하는 만법이 자체성이 없어서, 안으로는 <나>도 없고 밖

으로는 상대할 티끌 만한 한 법도 없는 게 제법실상(諸法實相)인 겁니다. 인연의

가화합(假和合)으로 있는 이 <나>와, 역시 인연화합으로 있는 밖의 모든 세간상

(世間相)이 자체성이 없어서 꿈 같고 환(幻) 같은 것임에도, 미혹한 중생이 이

모든 것을 실유(實有)로 잘못 알고 집착하기 때문에, 이 미집(迷執)을 떼 주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이 꿈과 같고 환과 같음을 밝혀 집착을 여의게끔 하는 것이

마음공부의 요체인 겁니다.

 

모두들 꿈속에서 모든 게 있다고들 하지만, 깨고 나면, 곧 성품을 보고 나면,

비록 면전에 산하대지가 또렷또렷해도 티끌 만한 한 법도 볼 것이 없는 게

진실인 겁니다. 볼만한 경계가 없으면 마음이 없고, 마음이 없으면 일체의

이치와 도리가 붙을 데가 없어서, 세간상이 지금 있는 이대로 상주(常住)하니,

이것이 바로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열리는 겁니다.

 

그러기에 고인이 이르기를, 「여몽삼매(如夢三昧) 하나 만으로 구경(究竟)할

수 있다」고 했으니, 헛되이 견문각지(見聞覺知)를 좇으면서 분별을 일삼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와 같이 오래도록 무심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머지 않아서

여여한 본체가 우뚝 드러나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현정선원 법정님의 법문-

 
 
 
♧ 멀리 가는 강처럼 ♧
- 김재진 -
    이제 내 마음의 순결이 조금 더 굳어지기 전에 모르는 누군가를 더 받아들이고 용납해야지. 죽음을 앞둔 노인의 눈을 들여다보며 눈 속에 깊이 담긴 삶의 진실을 조금 더 이해하고 끌어안아야지. 어찌면 한 번쯤 더 사랑을 하고 한번쯤 더 고통 앞에 멀리 가는 강처럼 소리 낮춰 소용돌이친다 해도 마음의 근육 조금 더 굳어지기 전에 상처 받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다독거려야지. 용서하기 힘든 일도 내려놓으며 가보지 않은 길이라도 익숙한 사람처럼 성큼성큼 두려움 없이 걸어가야지. 이제 남은 시간 더 어두워지기 전에 화분에 물을 주고 장미꽃 향기를 들여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