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의 공덕/중봉명본 선사

2013. 4. 5. 10:4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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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의 공덕

 

요즈음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영험을 얻지 못하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옛날 사람들과 같은 진실한 지기(志氣)가 없고, 

 둘째 생사(生死)와 무상(無常)에 대해서 철저히 파고들지 않으며,

 셋째 오랜 세월 익혀온 버릇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루 종일 남을 따라 참선한다고 선방에서 살지만,

방석에 앉자마자 졸거나 마음이 산란해지며,

한발짝도 뒤로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굳은 신심(信心)도

갖추지 못했으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저절로 성불(成佛)한 석가가 어디 있으며,

하늘에서 떨어진 미륵(彌勒)이 어디 있다더냐?

 

요즘 보면 소견머리 없는 사람들이 제 자신 애쓰지 않는 것은

꾸짖지 않고, 도리어 말세라고 한탄하면서 종단 꼴이 어떻고

총림 꼴이 말이 아니라고 입버릇처럼 되뇌이기만 한다.

 

그런가 하면 가르칠 수 있는 선지식도 없고,

같이 공부할 도반도 없다고 한다.

거기에다 거처할 곳이 불편하고 음식이 부실하고,

대중 규칙이 시원찮고 환경이 시끄럽다는 등

짜증을 부리면서 이러한 여건 때문에 공부가 안 된다고 한다.

거의가 이런 생각을 가지니 이는 마치 농부가 가뭄이 심하다 하여

김을 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니 무슨 결실을 바랄 것인가?
다만 공부인이 나쁜 경계를 당했다 해서 한 생각이라도

분별하려 든다면 그것은 생사의 허물 속에

영원히 묶이는 터전이 되고 만다는 것을 말해 두고 싶다.

누가 묻기를, “평생 참선해도 깨치지 못했다면 어떤 과보가 있겠는가?”

하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날 리 없고 풀뿌리에서 소나무가 솟아나지 않으리라.

참선이라는 것이 비록 미리 계획하고 분별하는 것이 없이

자연스레 하는 공부이긴 하나 참답게 참선했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저 유명한 영명(永明) 화상 말씀에

 ‘가령 참선해서 깨치지 못했고 도를 배워 성불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저 거치기만 한 인연으로 영원히 종자가 되어 세세생생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세세생생 사람의 몸을 잃지 않다가 언젠가는 선지식을 만나

한 순간에 깨달음을 얻는다.’ 하였으니 참으로 진실한 말씀이다.

또 경에도 ‘다섯 가지 이름만 듣더라도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칠보(七寶)로

보시하는 것보다 뛰어난 복이 된다.’ 했으니 어찌 헛된 말이겠는가?

처음 출발할 때는 생사(生死)를 결단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시작한 것이

혹 20년, 30년이 지나도록 깨닫지 못했다 해도 결코 다른 길을 찾아서는 안 된다.

끝까지 마음에 딴전을 피우지 말고 생각 생각에 모든 망상을

끊어 버리고 그저 부지런히 화두에만 매달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삼생이면 어떻고 백생이면 무슨 상관이냐?

확실히 깨치지 못했으면 결코 쉬지 않으리라는 정신만 가졌다면

생사 인연을 밝히지 못할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시 묻기를, “설사 깨쳤다 하더라도 오래 쌓인 무명 번뇌와 습관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 보고 듣는 경계에 따라 나타나니,

깨달은 뒤에도 계속 닦아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 밖에 법이 없고 법 밖에 마음이 없다고 했다.  만약 털끝 만큼이라도

정(情)에 끌린다거나 습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원만하게 깨친 마음이 아니라는 증거다.

그러므로 그 원만하지 못한 흠집을 싹 쓸어버리고

새로 살림을 꾸려서 크게 깨쳐야만 한다.

만약 미진하고 흠집 있는 것쯤이야 차차 닦아 나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진다면, 이것은 마치 마른 나무를 끌어안고

불덩이를 끄려는 것과 같아 불덩이를 더욱 치성하게 만들 뿐이다.

옛사람의 말씀에 ‘부처님의 지혜로 다스려라.’ 하는 말이 있는데,

나는 부처님의 지혜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과연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갔다면 ‘다스려라’ 하는 그 말은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아니겠는가?”

그가 다시, “그렇다면 밟고 닦을 것이 전혀 없다는 말씀입니까?” 하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있다, 없다는 말을 하여 공연히 마음을 시끄럽게 할 것 없다.

다만 부지런히 공부해서 항아리 밑바닥이 몽땅 빠지거든

그때 가서 닦을 것이 있는지 없는지 묵묵히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중봉명본

 중봉명본(中峰明本): 원나라 때의 고승.

어려서 출가하여 고봉원묘(高峰原妙)의 법을 이었다.

뒤에 문종은 지각(智覺) 선사, 순종은 보각(普覺) 선사라 시호했다.

저서에『광록(廣錄)』30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