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자취가 없다 함은 / 현정선원

2013. 4. 11. 20:4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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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마음에 자취가 없다"함은 어떠한 상태를 이르는 것입니까?



   <답> - 나무 그림자 본 적 있어요? 
   - 예.
   - 아침에서 저녁까지 왔다갔다하는 나무 그림자 자국을 찾아다닌 적 있어요?

   - 없습니다.
   - 난 대답 다 했소.
   - ······


이 세상 일체 모든 게 그림자처럼 있기는 있는데 있는 게 아닌 거요.

모습이 있고 이름이 있고 뜻이 있는 모든 것은 꿈속에서 보고 듣고 했던 것과 전혀

똑같은 것인데,
그것들이 실체로 존재하는 줄 알고 집착하는 거란 말이오.

중생들이 그 무언가에 휘둘리고 끄달리고 하는 것은 그러한 그림자나 메아리를 보고

그러는 거요.· · ·

금강경 구절 다시 들먹일 것도 없이, 전부 꿈같고 환같은 거요. 실체가 없단 말이오.
그러니 자취가 있을 턱이 있겠소?

이런 말을 하면서도 걱정스러운 게, 이 말을 들으면 또 금새 그 '나'란 놈이 자취
없는 자리를 증득하려고 목을 맨다는 거요.· · · 모름지기 '나'가 없어야 합니다.
'나'가 없어야 진정한 열반, 진정한 해탈이 현현되는 거요.

원래는 '나'가 있었는데 그걸 쳐부순 다음에 없는 게 아니고, 본래부터 '나'라는 건

없는 거예요.

모든 것이 실체가 없다는 말은 그 '나'도 예외가 아닌 거요.

쉬려고 애쓰고, 자취 없는 자리를 증득하려고 애쓰고, '나' 없기 위해 애쓰고,· · ·
그러는 동안은 그렇게 하려는 '나'란 놈이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강화되는 거요.
그러니 언제 그 '나' 없는 자리에 들겠소?· · ·

이 말을 또 금새 알아듣고, "그럼 이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하고 그 알아들은

바에 따라 어떠한 식으로든 조작하려든다면 그 교활한 '나'란 놈이 순식간에 가면을

바꿔 쓰고 또 곤댓짓 하는 거요.
그래서 "해도 틀리고 안 해도 틀린다"는 말도 있는 겁니다.· · ·

그저 앉은 그 자리에서 쭉 뻗고 쉬세요.

 

         

         -현정선원 법정님 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