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스님의 "어떤 것이 잘 사는 것인가?"

2013. 5. 9. 18:5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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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을 밝히는 에세이 116

 

 

인간은 누구나 잘 살려고 하는 이 한마음을 가졌을진대,

잘 살 수 있는 어떤 법칙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나는 잘 사는 법을 말하기 전에

먼저 어떤 것을 잘 사는 것이라고 하는가를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세계 경제를 한 손에 넣고 주무르는 재벌이 되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제왕이 되거나

또는 사자후의 웅변을 토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서늘하게 만들고,

천하의 독자를 붓 하나로 놀라게 하는 큰 문호가 된다면

이것을 잘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부귀와 명예를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고 떠도는 구름, 흐르는 물로 살림을 삼아

천상천하유아독존인 양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을 일러 잘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 모두가 겉치레의 잘 사는 방법이 될지는 몰라도

참된 의미에서 말하는 잘사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럼 어떤 것이 잘 사는 것일까요?

 

부족함이 없는 것이 잘 사는 것이요,

구할 것이 없는 것이 잘 사는 것이요,

 

원망이 없고, 성냄이 없는 것이 잘 사는 길이요,

미움과 질투, 공포와 불안, 강제와 속박이 없는 것이 잘사는 것이요,

 

해탈과 자유가 있는 것이 잘 사는 것이요,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요,

보다 위없는 것이 잘사는 것이요, 마음에 흡족한 것이 잘 사는 것입니다.

 

-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과 충무원장을 지내신 청담스님의 말씀.

 

 

 

생전에 도선사에 머무셨던 청담스님께서는,

당신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으셨다고 하지요.

이렇게 문턱을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방문객이 묻는 질문에 답변하시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하셨다고 합니다.

이를 보다 못한 시자 스님들이 ‘스님, 좀 시간을 줄이십시오’ 하고 건의를 하면은,

 ‘무슨 소리냐, 법을 물으려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어찌 시간제한을 둘 수 있단 말이냐’ 하시곤

여전히 방문객을 맞아 많은 법문을 들려주셨다고 합니다.

어린 행자나 시자들에겐 부처님의 일생을 자세히 들려주시면서 신심을 키워주셨다고 하네요.  

스님을 모셨던 어느 시자 스님의 말씀이, 어느날은 아침에 도선사 석불전에서 새벽예불을 끝내고

법문을 하시는데, 얼마나 고구정녕 오래 하시는지

초롱불을 들고 있던 팔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고 하시네요.

당시는 전깃불이 없어서 석유를 담은 초롱불을 켰답니다.

그 전등傳燈의 새벽을 한번 상상해보십시요.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입니까?  

 

그리고 얼마나 검약하셨는지, 총무원 일을 보시고 돌아오면 반드시 수채구멍을 검사하셨다고 해요.

콩나물 대가리라도 떠 있는 날이면 그것을 건져내 저녁 찬으로 올리게 했고

혹시라도 여름에 밥이 쉬게 되면 그것을 후라이팬에 볶게 해서 함께 드셨다는 군요.

"쌀 한 톨에 농부의 땀이 아홉 근이 들어있다."

옛 스님들께서 자주 하셨던 말씀이랍니다.

살아가면서 쌀 한 톨에 스며든 천지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하는데,

더불더불 살아가는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곁에서 뵌 분들은 청담스님을 가리켜 ‘따스한 봄바람과 같았던 선지식이었다’고 회고를 하시더군요.

청담 큰스님!

자비로움이 곧 법임을 몸소 보여주신 수행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똥주머니 치장하는 짓 / 법상

 

 

오늘 하늘을 올려다 보셨는지요?

이런 날은 나무그늘 아래서 너른 평상위에 몸을 누이고

흘러가는 구름과 파아란 하늘색, 그리고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만끽하는 호사를 누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타인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우월감에 우쭐하라는 것은 아니다.

남들과의 비교를 내려놓고 자기다운 독자적인 삶을 무조건적인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것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옵니다.

다소 거친 바람 소리가 더운 여름을 활기있게 해 줍니다.

전부터 바람을 참 좋아했는데, 이 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부터는 자주 불어오는

격렬한 바람 덕분에 하루 하루가 더없이 생기롭고 행복합니다.

 

우연히 일어나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 모든 것은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더 깊은 차원에서 연결된 우주적 인연이다.

 

모든 일은 내 깊은 영혼의 선택이다.

내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 누가 대신해 준 것이 아니다.

존재의 깊은 영혼은 정확한 선택의 때를 알고 있다.

영혼이 선택한 모든 삶을 대긍정으로 받아들이라.

 

삶의 모든 계획은 언제든 변경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계획은 세울지언정 그 계획에 집착하지는 말라.

매 순간 전혀 새로운 계획변경의 가능성을 열어 두라.

 

내가 계획했던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가안(假案)의 계획일 뿐,

'절대' 바꿀 수 없는 계획은 없다. 언제든 그 계획은 바뀔 수 있다.

내일, 아니 당장에 다음 순간 벌어질 일에 대해 내가 무엇을 결정적으로

정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혹은 이 계획대로 되어야만 한다'고 고집하게 되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괴롭다.

그러나 계획은 있되 그 계획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치에 나를 맡기다 보면 괴로울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내 앞에 펼쳐질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활짝 마음을 열어 둠으로써

전혀 새로운 차원의 삶과 마주할 투명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현자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 단지 하나의 선택일 뿐임을 아는 것이지,

남들이 선택한 것보다 더 나은 길이거나 옳은 길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얻으면 얻어서 걱정 잃으면 잃어서 걱정,

그러나 현자는 얻으면 얻어서 풍요를 누리니 좋고 잃으면 가볍고 홀가분해 좋다.

 

불안, 위험, 혼돈이 있기 때문에 삶은 경이롭다.

때때로 찾아오는 근심과 역경이야말로 삶의 필수 요소다.

그런 도전이 없다면 삶은 얼마나 나약해지고 말 것인가.

 

따져봐서 사랑할 만 하면 사랑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하는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사랑할 만 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사랑하라.

그럴 때 본래부터 있어왔던 근원적 사랑이 현실로 드러나 꽃을 피운다.

 

나 자신을 완전히 사랑하라. 사랑받을 만한 부분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 어려운 부분까지도 기꺼이 사랑하라.

나 자신에게 잘못은 없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야말로 유일한 잘못이다.

그러니 언제나 사랑하라.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랑하라.

사랑에 조건을 달지 말라. 그저 사랑할 뿐!

 

자신이 경험하는 삶에 완전히 동의하라.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설사 그것이 기분 나쁜 체험이 될지라도.

사실 그 모든 것은 내 스스로가 만든 깊은 영혼의 선택이다.

 

지금의 상황이 행복한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행복이란 단순히 행복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나의 선택일 뿐이다.

행복의 조건이 얼마나 충족되었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행복의 결정권은 언제나 당신에게 있다. 언제나 행복을 선택하라.

 

지옥도, 죄도, 두려움도 모두 내 스스로 만든 것일 뿐이다.

이처럼 우리 스스로 지옥이며, 죄와 두려움을 만들어 내고는 있지만,

그 이면의 바탕에는 오직 무한한 자비와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워하면 두려워하는 바로 그것이 창조된다.

 

자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

구름과 햇살과 파란 하늘이 만들어 내는 매 순간의 새로운 작품에 귀 기울이라.

거기서 한 줄기 평화를 누릴 줄 아는 이가 되라. 푸른 하늘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라.

 

언제나 문제가 있는 바로 그곳에 답도 함께 있다.

모든 문제는 내 스스로 만들어 냈기 때문에 답 또한 바로 내면의 그 자리에 있다.

바깥으로 헤매지 말라. 내면 깊은 곳을 주시할 때 모든 답은 드러난다.

 

옛 스승들은 이 몸을 똥주머니라 불렀다. 똥만 잔뜩 넣어가지고 다니는 똥주머니를 위해

무얼 그리 치장하고 내세우며 어여삐 여기는가.

 

내 주변에 사기꾼이 많다면 그것은 곧 내 마음에 사기의 업이 있는 것이고,

내 주변에 나를 돕는 이들이 많다면 나의 마음 한 켠에 이타심이 춤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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