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5. 23:2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기우멱우 (驥牛覓牛) / 일붕 서경보 스님
옛날 중국 복주땅에 大安선사란 이가 백장산의 백장선사를 찾아가 뵈옵고 묻되,
"학인이 부처를 알고 싶은데 어떠한 것이 부처입니까?" 하였더니 백장선사가 ,
'마치 소를 타고 소를찾는거와 같으니라' 라고 대답하셨다.
대안이 또 묻되, "부처를 안뒤에는 어떻게 하리까?" 라고 말하자,
'사람이 소를타고 집에 돌아가는거와 같이하라 ' 고 한다 .
대안이 다시 묻되,
"어떻게 보림 (保任 )합니까?" 하였더니 ,
' 소먹이는 사람이 채칙을 들고 소를 지켜보되
남의 밭곡식을 범하게 못하게 할지니라'
이말을 듣고 대안선사가 깨닫고 다시 달리 치구 (馳求)하지 아니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재래(在來)로 사람의 마음을 소에 비유해서 '마음을 닦는 수도를
야생으로 자란 큰소를 제멋대로 잡아 부리는거와 같이하라' 고 했다
기독교에서는 선교하는 교역자로 목사라고 한 것도 양치는 목자가
양을 기르듯 하라는 듯에서 나온 것이다.
유럽에서는 전부터 목축업으로 양들을 많이 길렀기 때문에
목양의 목자를 떼어다 목사라고 쓴 것이라 하겠다 ,
그러나 우리 동양에서는 자고로 육축업으로 소를 많이 길렀기 때문에
소 먹이는 자의 목자를 떼어서 목우행 (牧牛行)을 권장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고려 중엽에 선법을 중흥하신 불일 보조선사의 자호를 목우자 라고
한 것도 역시 목우행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옛날에 위상화상이 나안 이란 화상에게 묻되,
"근자에 자네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가?"
'저는 그간에 소를 기르는 목우를 하고 있었나이다"
"어떻게 소를 먹였는가?"'
'소가 곡식밭에 들어가면 코뚜레를 들어서 끌어 내었나이다'
"그러하면 자네는 목우를 썩 잘한 사람일쎄"
또 영도 수좌라는 납자가 오랬동안 늑담회증 회상에 있었는데 늑담화상이 묻되,
" 조사가 서쪽으로 와서 홀로 심인(心印)을 전하고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견성성불 케 했다하니 , 자네는 알고 있는가?"
영도가 대답하되, '모르겠나이다' 하니 늑담이 또 묻되,
" 자네가 출가하기 전에 무슨 일을 하였는가?" 하니
그는 농부 출신인 까닭으로, ' 소를 길렀습니다'
"소를 어떻게 길렀는가?"
'아침에 타고 나가서 저녁에는 타고 돌아왔습니다'
"자네는 모른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로다,
나간 사람은 누구이고 타고 돌아온 사람은 누구인가" 하니
영도화상은 이 말씀 끝에 크게 깨닫고 송 (頌)을 지어 오렸다
소 고삐를 버리고 문득 출가하여
머리를 깍고 가사를 입었으니
어떤 사람이 나에게 서쪽으로 온 뜻을 묻는다면
주장을 옆으로 메고 리라를 부르며 노래하리라.
우리 인간의 마음을 소에 비유하고 , 또 소 먹이는 이로 비유하며 수행하는
이가 고래로 부터 많았기 때문에 선종에는 십우도 라는 것이 전해 왔다.
중국 송나라때 청거 선사라는 이가 최초에 소 하나를 그려놓고 그 그림
한 장에 열가지 색체에 의하여 수행의 단계를 구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없어져서 전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전하고 있는것은
임제종의 확암스님이라는 이가 열가지 도면을 그리고 열 가지에다 짧막한
서문을 쓰고 송을 지어 붙였는데 수행인에게 매우 참고가 되게했다.
그 내용을 들어보자면 장황함으로 다 들을수가 없으나 제목만이라도 들것같으면,
1) 심우 (尋牛 ) 2) 견적 (見跡) 3) 견우 (見牛) 4) 득우 (得牛)
5) 목우 (牧牛) 6) 기우귀가(騎牛歸家) 7) 망우존인 (妄牛存人)
8) 인우구망(人牛俱妄) 9) 반본환원( 返本還元)
10) 입전수수 (入廛垂手) 이렇게 되어있다 .
첫째에는 어떤 사람이 소를 잃고 들과 산으로 종일토록 찾아도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 조차 못 보고 초조한 마음으로 앉아 있는 것을 ,
둘째는 볼수 없으나 발자국이 낭자함을 그리고 , 셋째는 궁둥이를 발견하고
쫓아가서 잡는 것을 그리고, 넷째는 소 고삐를 놓지않고 , 다섯째는 먹여
길들이는 것을, 여섯째는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그리고,
일곱째는 소를 외양간에 감추어 놓고 소에 대한 근심 없이 무사한심으로
앉아 있는 것을 그려놓고, 아홉째는 사람도 없는 청산록수만 그려놓고,
열째는 사람이 어촌주가 (漁村酒家)에 앉아 있는 만면의 홍안을 그려 놓았다.
이것은 마치 사람이 먼길을 가는데 노정기의 약도를 그려놓고 겉잡아서
수행인에 대하여 매우 참고가 되게하고 공부의 천심을 알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에 초점이 되는 것은 본래부터 없는 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집에 있는 소가 나간 것을 찾는 것이니 마치 우리 인간의 마음이 이와 같아서
환경에 끌려서 본자리를 지키지 아니하고 나가기가 쉬운 것이므로
그것을 거둬들이는데 비유 한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 소를 아주 잊어버린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타고
있으면서 육진경계에 팔려서 있는 것을 알 수가 없어서 찾는 것이니
그야말로 소를 타고서 소를 찾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재미나는 실화가 있으니, 지금으로 부터 약 오십년전에
우리나라 전라남도 구례군에 있는 천은사 라는 절이 있고, 그절에는 심일암
이라는 암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 암자에는 선방을 꾸미고 박성월 선사를 모셔다 놓고 참선공부를
하게 되어 모인납자가 30여명이 넘었다, 이때 천은사 에서는 70이 넘은
호은화상이라는 노승이 있었는데, 노승은 그저 사판승으로 돈놀이나 좋아하고
공부에는 특별한 뜻이 없었다 ,
그러던 어느날 노승이 이 암자에 올라와서 수좌들이 참선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한 수좌에게 묻되,
"여러분들이 쭉 돌아앉아서 벽만 바라보고 있으니 이것이 무엇을 하는 것이요?"
스님은 공부라는 것을 모르는 구려! 이것이 공부중에 제일가는 공부 랍니다"
'공부라는 것은 책을 펴놓고 소리를 질러서 읽어야 공부지, 이게 무슨 공부란
말이요?'
"그것은 겉공부이고, 아렇게 말없이 앉아서 하는공부가 알찬공부요 속공부랍니다 ",
'그러면 이 늙은이도 할수 있소?'
"있고말고요 이 공부는 남녀노소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면 나에게도 그렇게 공부하는 방법을 일러주시오',
이말을 들은 수좌는 그를 조실방으로 안내하여 박성월 스님께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 알게 했다 ,성월스님은 그에게 본래면목의 화두를 가르쳐 주고 앉는 자세와
호흡하는 방법과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절차를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그는 곧 선방에 방부를 들이고 매일같이 어색하고 섣트른 공부를 시작 하였으되
열심히 했다,
그는 이렇게 하기를 두 달 가량을 했다, 어느날 아침 대중공양을 마치고 차를
돌려마시는 시간인데 최혜암이란 스님이 박성월 스님께 묻되,
"스님 기우멱우 즉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것을 소승이 연전에 신해월스님께 물었더니 그 스님이 말씀하시되,
'그저 소를 찾으라는 말일쎄' 하셨는데 아직도 석연치 아니하오니
스님께서 좀 일러 주실수가 없겠습니까?" 하였더니 성월스님의 말씀이,
"법을 물으려면 우선 예를 갖추어야지 그렇게 지나가는 말로 풀어서는 아니되네",
했다 ,그러므로 혜암스님이 일어나 큰절을 하고 무릎을 끓고 앉아서 다시 묻되,
'스님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 뜻이 어떠한 것입니까?'
"찾는 소는 그만두고 탄 소를 가져오너라,그리하면 일러주리라",했다
혜암스님은 이말에 막혀서 어리둥절 하고 앉아있고,
다른 공부하던 납자들도 멍하니 앉아 있는데 참선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늦게 공부를 시작한 호은 스님이 벌떡 일어나서 춤을 둥실둥실 추며,
"대중스님네는 다 몰라도 나혼자만은 알았습니다" 했다
대중스님네는 , ' 저 노장이 미친 노장이다 ,어서 문 박으로 나가라' 고 하였더니
성월스님이 말씀하되,
"깨달음에는 노소가 없고,남녀가 없고,구참 신참이 없느니라" 하고 달래서
조실방으로 데리고 가서 불조 화두 공안에 대하여 차근차근히 물어보니 하나도
막히는 것이 없이 다 대답을 한다.
그래서 성월스님은 그 스님을 깨달은 사람으로 인가 하였고 ,그도 곧 함경남도
안변군 석왕사 내원암 선방에 조실로 초빙을 받아가서 수많은 납자를 제접하게 되었다.
이것을 보면 우리 납자가 참선공부를 한다는 것은 마음소를
타고도 알지 못하겠고, 다른 소를 찾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도 한다.
불교명저 서음미디어 의 "선이란무엇인가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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