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은혜 / 혜인스님
2013. 11. 28. 18:45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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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은혜 / 혜인스님
수미산 꼭대기의 도리천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던
제석천황이 한 신하에게 명하였습니다.
“그대는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을
가져오도록 하여라.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면 되느니라.”
신하는 즉시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를 찾아 헤매었고,
마침내 그 아름다운 것은 세 가지로 압축되었습니다.
그 셋의 하나는 꽃 이었습니다.
누가 보아 주거나 외면하거나에 상관없이 때가 되면 활짝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기였습니다. 누구를 속일 마음도 해칠 마음도 없는 아기,
티없이 맑은 눈망울에 천진스럽기 그지없는 아기의 해맑은 웃음이
신하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세 번째는 어머니였습니다. 우는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는 어머니,
똥오줌이 묻은 기저귀를 갈아 주는 어머니, 잠을 재우기 위해
아기의 등을 두드려 주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언제나 모성애가 넘쳐흘렀고,
그와 같은 어머니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제석천왕께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만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꽃과 아기와 어머니의 아름다움은 하나같이 나를 감동케 하니 ...
과연 어느 것을 택하고 어느것을 버릴 것인가?”
선택과 고민 끝에 결정을 하지못한 신하는 제석천왕의 호된 질책을 각오하며,
이 세가지 모두를 데리고 도리천으로 올라갔습니다.
뜻밖에도 제석천왕은 아주 유쾌하게 웃으실 뿐, 꾸지람도 별 말씀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세월이 흘렀고, 신하는 인간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활짝 피어 있을 줄 알았던 꽃이 시든 후에도,
티없기만 할 줄 알았던 아기가 자라 마음이 변한 후에도,
아기 곁에서 젖을 먹이며 미소 짓던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한결같았기에 ....
이 이야기가 깨우쳐 주는 것!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조건도 바람도 없습니다.
마냥 베풀고 또 베풀기만 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특별한 업보가 있는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 속에서
자랍니다. 부모님의 사랑! 세상에서 이것 이상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의 간섭이
“나”를 부자연스럽게 만다다며 ... 낳아준 부모이니 사랑하는 것도 당연하다며 ...
이 때문에 부모 또한 순간적으로 힘들어 하고 때로는 자식을 탓하기도 하지만,
부모는 언제나 자식에게 지고 맙니다. 힘이 없어 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용서하고 이해하고 져주는 것입니다. 이제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하여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금 되세겨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불경 중에는 부모님의 크신 은혜와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방법을 설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 있습니다. 줄여서 [은중경]이라고도 하지만,
원래의 경전명은 [대보부모은중경(大報父母恩重經)]입니다.
곧 “부모님의 중한 은혜를 크게 보답하는 경”이라는 뜻입니다.
이 은중경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왕사성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삼만팔천인의 대비구와 여러 보살 마하살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남쪽으로 나아가시다가
마른 뼈 한 무더기를 보시자 오체를 땅에 기울여 마른 뼈에 예배하셨다.
이에 아난과 대중들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삼계(三界: 欲界/色界/無色界)의 거룩한 스승이시며
사생(四生: 濕生/卵生/胎生/化生)의 자비하신 어버이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귀의하고 공경하옵거늘 어찌하여 이 마른 뼈에 예배하시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비록 나의 훌륭한 제자이며 출가하여 오래 수행하였건만 그 앞은 넓지 못하구나.
여기 이 마른 뼈 한 무더기는 어쩌면 내 전생의 조상이거나
여러 생을 거치는 동안의 어버일 것이므로 내 이제 예배하는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한결같이 거룩한 설법을 듣고자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보았으며, 이윽고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법하셨다.
“무릇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음은 부모를 어버이로 인연하기 때문이니,
아버지가 아니면 생겨나지 못하고 어머니가 아니면 자라지 못하게 되느니라.
이로부터 어머니는 여덟 섬 너 말의 젖을 자식에게 먹이고 열 손가락 손톱에 묻은
자식의 더러운 것을 먹으니 어머니의 은혜야 말로 하늘과 함께 다함이 없느니라.“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제자들이 부모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거듭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특유의 비유 문답을 펼친 다음 답하셨습니다.
“내 너의에게 먼저 묻겠노라. 저 넓은 바다의 물을 잔으로 뜬다고 하자.
너희는 몇 잔이라고 답할 수 있겠느냐?”
“답할 수 없나이다.“
“저 넓은 대지를 샵으로 뜰 때, 너희는 과연 몇 삽이라고 답할 수 있겠느냐?”
“답할 수 없나이다.”
“저 넓은 허공 또한 어떠한가? 너희가 자로 재어 몇 자 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없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의 은혜도 그와 같아서, 가히 입으로 다 말할 수 없고 글로써
능히 표현할 수 없느니라. 세상의 죄목이 3천 가지가 넘는다 하나
불효 죄 보다 더 큰 죄가 없고, 공덕이 8만4천 가지가 넘는다 하나
부모님께 효양(孝養)하는 것 보다 더 큰 공덕이 없느니라.”
이어 부처님께서는 부모님의 열 가지 큰 은혜,
곧 십중대은(十重大恩)을 게송으로 설하셨습니다.
① 잉태하여 수호해 주신 은혜 [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첫째는 아기를 잉태하여 수호해 주신 은혜이니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여러 겁에 거듭된 귀중한 인연 금생에 또 다시 모태에 들게 되었네.
날이 거듭하여 달이 가니 오장이 생기고 여섯 달에 이르러서 육정이 열리네.
어머니 몸 무겁기는 태산과 같고 가나오나 서고 앉는데 조금의 바람에도 겁이 나네.
즐겨 입던 비단옷도 걸쳐볼 틈도 전혀 없고 매일 보던 거울에는 먼지만 쌓이네.
② 낳으실 때 고통 받으신 은혜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둘째는 아기를 낳을 때 고통 받으신 은혜이다.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아이를 잉태한 지 열 달에 접어드니 해산의 두려운 마음 갈피잡기 어렵도다.
편치 않게 자고 나면 중병환자와 흡사하여 나날이 정신마저 점차 흐려지네.
두렵고 겁난 마음 어이 기억하며 근심에 흐르는 눈물 가슴 적시네.
슬픔을 억누르며 친척에게 이르기를 이러다가 죽지나 않을까 하고 넋두리 하네.
③ 아기를 낳고서 근심을 잊으신 은혜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
셋째는 아기를 낳고서 근심을 잊으신 은혜이다.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자비하신 어머니가 이 몸 낳으시던 날
오장육부 모두 녹아 없어지듯 몸과 마음 한꺼번에 까무라쳤고
피는 흘러 흡사 양을 잡은 것 같았지만 낳은 아이 건강하단 말 듣고는
그 누리는 기쁨 무엇에 견줄손가!
잠시의 기쁨 지나고 나니 밀려오는 걱정 굽이굽이 서리고 서려 애절하네.
④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먹이신 은혜 [인고토감은(咽苦吐甘恩)]
넷째는 입에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이면 뱉어서 먹이시던 은혜이다.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부모님의 하해(河海)같이 깊은 은혜 자식 귀여워하심 잠시인들 잊으련가.
지극한 사랑! 단 것은 자식위해 남겨둬 먹을 것 없고
쓴 것은 삼키고도 싫어함이 전혀 없네.
오릇한 사랑 어려움인들 어찌 못참으며 은혜가 깊으니 또 슬픔 더 하네.
다만 아이만을 배불리 먹이면 자비하신 어머니는 굶주림도 마다않네.
⑤ 마른 자리에 뉘이신 은혜 [면건취습은(面乾就濕恩)]
다섯째는 마른 자리는 아기에게 돌리시고 스스로 젖은 자리로 나아가신 은혜이다.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어머니 자신은 젖은 자리 마다 않고 아이는 마른 자리에 옮겨 재우시네.
두 젖으로 굶주림과 목마름 채워주시고 옷 소매로는 찬바람 가려주시네.
밤마다 아이 걱정에 밤잠 설치시지만 아이 재롱에 모든 시름 놓으신다네.
오직 아이만을 편케 해 주시고 자신의 편안함은 전혀 생각잖네.
⑥ 젖을 먹여 기르신 은혜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여섯째는 젖을 먹여 기르시는 은혜이다.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뜻 깊은 어머니 은혜 땅과 같고 아버지의 높은 은혜 하늘과 같네.
하늘은 덮어주고 땅이 실어준 은공 같으니 아버지와 어머니 마음 역시 그러하시네.
내 자식은 눈이 없어도 미운 마음 전혀 없고 손과 발 병신이면 그 사랑 한층 더 하네.
내 몸을 나눠 친히 낳은 자식이기에 나이 더 할수록 더욱 더 아끼시네.
⑦ 더러움을 씻어주신 은혜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일곱째는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주신 은혜이다.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생각하니 옛날의 아름답던 그 얼굴 또한 그 몸매 더욱 빼어났었네.
반달 같은 두 눈썹 더더욱 아련했고 붉은 두 뺨 연꽃도 무색하였네.
은혜 더 할수록 옥 같은 모습 빛을 잃으니 기저귀 빠시느라 거울이 무슨 소용이람.
오직 저 아들 딸 불쌍히 여기는 마음 자애로운 그 모습 이렇게 변할 줄이야.
⑧ 먼 길 떠난 자식 염려하신 은혜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
여덟째는 먼 길 떠난 자식 염려하고 생각하시는 은혜이다.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죽어서 영 이별도 참기 어려운데 살아서 생이별은 더욱 가슴 아픈 일.
자식이 집 떠나 타향으로 나가면 어머니 마음은 한발 앞서가시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식 걱정하는 마음 흐르는 눈물 시냇물 이루며
흡사 새끼 사랑하는 원숭이 울음처럼 사무치는 자식 생각에 애간장이 녹아나네.
⑨ 자식 위해서 나쁜 일을 하시는 은혜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
아홉째는 자식 위해 나쁜 짓도 감히 하시는 은혜이다.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강산같이 중하시니 그 막중한 은혜 보답기 실로 어려워라.
자식의 괴로움 대신 받기 원하시고 자식이 고생하면 어머니 상심 더 크시네.
만일 먼 길 떠나간다는 말 들으시면 가는 길 춥지 않나 밤낮으로 근심하시네.
아들 딸 잠시 잠깐 겪는 괴로움도 어머니 마음은 두고두고 아프시다네.
⑩ 끝없이 사랑하시는 은혜 [구경인민은(究竟隣愍恩)]
열째는 끝없이 자식을 사랑하시는 은혜이다. 게송으로 일러 말한다.
부모님의 무한하고 막중한 그 은혜 자식에게 베푼 사랑 잠시도 끊이지 않네.
앉으나 서나 그 마음 항상 이어지고 멀거나 가깝거나 애통한 정 변함없네.
어머니의 높은 연세 백세가 되었어도 팔십된 아들딸 밤낮없이 걱정하시네.
부모님의 사랑 끝날 때를 알고자 하면 목숨이 다한 연후에야 끝남이 있을련지!
이 열가지 은혜 중 앞의 아홉 가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수 있는 것이므로
굳이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마지막 “구경연민은”과 관련된
체엄담 한 편을 소개하여 부모님의 위대한 사랑,
한결같은 사랑을 함께 느껴보고자 합니다.
약 10여 년 전 법문을 하기 위해 부산 소림사에 며칠을 머물고 있을 때,
일흔살 가량의 노보살님이 퉁퉁부은 눈으로 나를 찾아와
흐느끼며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약을 먹고 죽는 것도 죄가 됩니까?
저는 더이상 살고 싶은 의욕이 없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답을 보류하고 되묻자,
보살님은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털어놓았습니다.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은 뒤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세 자식을 갖은 고생끝에 키웠습니다.
먹고 싶은 것 먹지않고 갖고 싶은 것 갖지 않으면서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을 하여 삼남매를 대학까지 교육시켰고, 모두가 결혼하여
큰아들과 딸은 서울에서, 둘째아들은 부산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를 모시며 살았던 큰아들이 사업에 실패하더니,
의욕상실에 빠져 허구한 날을 술만 마시며 지냈습니다,
아들의 나약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보다못한 어머니가 어느 날 말했습니다,
"얘야, 사업이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법이다.
세상에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한 사람이 너 하나뿐이라더냐?
이제 그만 술을 마시고,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어머니라면 누구나 할 수있는 충고에 아들은 벌떡 일어나더니
의외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왜? 내가 술 먹는데 어머니가 부조한 것이 무엇이오?
돈을 줬소? 술을 받아줬소?"
"이놈이! 어젯밤에 먹은 술이 아직도 덜 깨었느냐? 왜 이렇게 야단이야."
"듣기싫소. 술만 마시는 내 꼴이 보기 싫겠지만, 나도 어머니가 보기싫소.
당장 내 집을 나가시오."
"얘야, 내가 갈 데가 어디 있느냐?"
"양로원으로 가든지 죽든지,마음대로 하시오.
옛날에는 나이 칠십에 고려장을 지냈소.
살 만큼 살았으면 죽어야지 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거야."
고래고래 소리치던 아들은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
보따리를 싸서 밖으로 내동댕이쳤습니다.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온갖 고생을 마다하며 키운 아들이, 더구나 며느리와 손자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천대를 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습니다.
"알았다. 네가 보따리를 내동댕이치지 않아도 내 발로 나갈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더욱 슬픈 것은 눈물을 흘리며 집을 나서는데도 며느리와 손자들이
만류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없이 양로원을 찾은 어머니는
어떻게든 그곳에서 버티어보려 하였지만, 형편없는 식사와 잠자리와
자유가 없는 생활을 견디다 못해 부산에서 살고 있는 둘째아들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내가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둘째며느리로 시집온줄 알아요?
더군다나 당신 어머니는 불교를 믿잖아요.
어떻게 마귀를 믿는 사람과 한집에서 같이 살아요? 당장 보내세요."
자신 때문에 부부 사이의 불화가 생기는 것이 싫었지만,
당장에 갈곳이 없었던 어머니는 아들에게 간청을 했습니다.
"일주일 후면 네 아버지의 제삿날이 아니냐? 그때까지만 있게 해다오.
제사를 지낸다음 갈 곳을 알아보도록 하마."
그런데 제삿날이 되자 우상숭배라며 며느리가 제사를
못 지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사정사정하여
떡과 나물반찬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혼자 울면서 남편의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튿날 아침, 어머니는 동네 노인들에게 나누어 주기위해 떡을 챙겼고,
이를 본 며느리는 호되게 따졌습니다.
"누구 돈과 쌀로 떡을 만들고 제사를 지냈는데, 마음대로 퍼주는 거예요?"
집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자 늦잠을 자던 아들이 방에서 나와
전후 사정을 듣더니 눈을 부라리며 어머니의 멱살을 움켜잡으며 소리쳤습니다.
"제사만 지내면 나간다고 했으니 빨리 나가요.
어머니가 온 후부터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소. 시끄러워 죽겠소!"
"날더러 어디로 가라는 거냐?" "양로원에 가든지, 죽든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큰아들처럼 둘째아들도 '양로원에 가든지 죽든지'를 외쳤습니다.
순간 '양로원에 가서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것이 낫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결심을 굳히고 약을 샀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 마지막 하직인사를 드리러 소림사로 왔다가
나에게 자초지종을 들려 준 것입니다.
"보살님 저와 함께 제주도 약천사로 갑시다.
그곳에는 보살님 같은 분이 서너 분 계십니다.
마침 약천사에는 내일부터 만등불사를 시작합니다.
함께 가서 등불도 밝히고 법문도 들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보살님은 불사 동참비가 1만원이라는 것을 알았던지 말했습니다.
"저는 돈이 없어 못갑니다."
"제가 대신 동참비를 낼 터이니 함께 가십시다."
"스님, 저는 신세를 지고 살기 싫습니다."
보살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다가 멈추어서는 호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놓았던 돈 2만원을 주며 부탁했습니다.
"스님, 서울에 있는 큰아들과 부산에 있는 작은아들이
무병 장수할 수 있도록 만등불사 때 불을 밝혀 주세요."
순간, 나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배은망덕한 아들들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 씀씀이 부모나이 백살이 되어도
여든 된 아들딸들을 걱정하고 서있거나 앉았거나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정성을 다 바쳐 한결같이 사랑하는 부모님의 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을
깊이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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