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자가 없다는데 . . / 현정선원

2013. 12. 5. 23:2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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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그 어떤 일에도 주재자(主宰者)가 없다는 말씀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답]모든 게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오. · · · · · · 가령 '바람이 불어서 나뭇가지가

흔들린다'는 말은 전적으로 중생들의 망령된 분별 때문에 나온 말이오.

언뜻 듣기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주재자(主宰者) 같지만, 만법이 인연으로 있는

것이라면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그 전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낱낱의 요소

들은 전부 빈 거요.

바람, 나뭇가지, 불다, 흔들리다 등등 모두가 그렇소. 만법이 성품 없는 도리를 밝히고
나면 그저 세속법을 따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일은 없음을 환히 볼 수 있는 거요.

전수무사(全收無事)라 도무지 아무 일도 없는 게 진실이오.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인연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나는 일은 없소. 그렇듯 만법이
다른 인연에 기대서만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의 성품이 없다고 하는 거요.

자체의 성품이 없다는 말은 다시 말해 그러한 것은 있는 듯 보일 뿐, 실제로는 존재

하지 않는다는 뜻이오.

그와 같이 이 우주 삼라만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요소는 전부 다 성품이 없는

거요. 그래서 붓다가 말씀하시기를 일합상(一合相)이 일합상이 아니고 다만 그 이름이

일합상이라고 하신 거요.

진실이 이러한데 그중에 있지도 않은 '나'라는 놈을 세워, 그 '나'를 드러내고 고이고
섬기고 우쭐해하는 기분으로 온통 정신 없는 게 중생이오.

그래서 그 끄트머리에서 지지고 볶고 마냥 먼지만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근원으로

회향(廻向)하라는 말을 하는 거요. 목숨 뿌리까지 뽑아 가지고 돌아가야 하오. · · · · · ·

결국 드러난 모양은 전부 빈 거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인식할 수 있는, 그래서 이러쿵저러쿵 이름을 짓고 뜻을 짓는
모든 것은 손바닥으로 허공을 더듬고 메아리를 좇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거요.

 

 

-현정선원법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