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3. 17:54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법구경
죽이지말자 죽게 하지도 말자 / 법정스님
내가 듣는 바깥 세상 소식은 오로지 라디오를 통해서다.
맨날 비슷비슷한 사건과 사고로 엮어지기 때문에
귀기울여 들을 것도 없지만,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라
습관적으로 아침 저녁 식탁에서 뉴스를 듣게 된다.
또 끔찍한 살인의 소식이다.
아버지가 어린 세 자녀를 죽여 암매장했다고 한다.
어찌하여 우리 시대에 와서 이런 끔찍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지,
같은 인간의 처지에서 참담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 할지라도 그 아이는 부모의 것이 아니다.
그럴 만한 인연이 있어 그 부모를 거쳐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동물이건 식물이건 간에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신성한 우주다.
부부간의 갈등 때문에 감정 처리를 제대로 못하고 죄 없는 어린 생명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 어린 것들을 셋이나 비정하게 죽였다니,
이러고도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요즘에 이르러 새삼스레 안간존재 그 자체에 회의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폭력적이다.
자기네 부모나 자식 혹은 형제와 자매 친구들을 죽이는 것은,
많은 동물 가운데서 오직 인간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인간끼리 살육하고 파괴하는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이 폭력의 작용이다.
또 인간들은 먹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죽이는 일을 즐기기 위해서 죽이기도 한다.
사냥이나 낚시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요즘 사람들은 '레저'라고 한다.
여가를 이용한 놀이와 오락이라는 것이다.
당하는 쪽에서 보면 절박한 생사문제인데,
그것을 놀이와 오락으로 즐기고 있다니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산토끼는 어린아이처럼 운다는 말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법구경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 이치를 자신의 몸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
모든 생명은 안락을 바라는데 폭력으로 이들을 해치는 자는,
자신의 안락을 구할지라고 그는 안락을 얻지 못한다.'
한 생명의 숨결이 희미하게 꺼져가는 임종의 자리를 지켜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한순간 한순간 마치 힘든 고개라도 올라가듯 어렵게 어렵게 들이쉬고 내쉬는
거무줄 같은 그 가는 목숨의 숨결이 얼마나 엄숙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우리가 인간이라고 내세울 것이 있다면, 믿도 의지해 살아가면서
서로를 사랑과 존엄성을 지니고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존엄성과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는 거죽만 사람 형상을 하고 있을 뿐 진정한 인간은 아니다.
<삼국유사> 5권에는 혜통(惠通) 스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혜통이 출가하기 전 세속에 있을 때,
그의 집은 남산 서쪽 기슭인 은냇골 어귀에 있었다.
어느 날 집 근처 시냇가에서 수달 한 마리를 잡게 되었다.
고기는 끓여서 먹고 그 뼈는 뜰가에 버렸다.
이튿날 아침 뜰가에 나가 보니 그 뼈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기고 자세히 살펴보니 웬 핏자국이 띄엄띄엄 나 있었다.
그 핏자국을 따라가보니 전날 수달을 잡았던 그 근처 보금자리에
수달의 뼈가 고스란히 다섯 마리 새끼를 안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그는 크게 놀랐다.
자신의 행동을 자책한 끝에 그는 마침내 속세를 등지고
출가 수행자의 길로 떠났다.
죽은 어미의, 새끼를 그리는 생각이 얼마나 지극하고 간절했으면
죽어서 버려진 뼈가 새끼를 안고 있었겠는가.
이것이 모성에요 영혼의 작용이다.
짐승도 이러는데 사람이 어떻게 어린 자식들을 제 손으로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육체는 얼마든지 죽일 수 있지만, 영혼은 그 무성으로도 죽일 수 없다.
영혼은 불생 불멸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신이 거주하는 사원과 같은 것,
사원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가슴은 파괴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중심에 신이, 혹은 불성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무엇이 숨을 쉬고 있을까.
무엇이 보고 들을 줄 알고 꿈을 꾸는가.
무엇이 들어 있어 아름다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고,
꽃 향기를 식별할 줄 알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가.
살아 있는 목숨을 죽이지 말자. 그리고 죽게 하지도 말자.
남의 목숨을 끊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일이다.
인간사는 스스로 지어서 받는 인과관계로 엮어진다.
-법정 스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에서-
살아 있는 목숨을 죽이지 말자. 그리고 죽게 하지도 말자.
우리나라 정치 위정자 들에게 하고 싶은말입니다
너무도 고통스러운 나날입니다
법정스님의 법어로 정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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