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다 / 현정선원

2014. 5. 28. 18:1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728x90

 

 

 

  

 

     [문]좀더 좋은 집에서, 좀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싶어하는 제 자신이

      속물처럼 느껴집니다.

 

 

[답]

속물이면 왜 나쁜 거요? · · · · · · 속물은 싫고 성인이 좋은 것은 전부

인간의 부질없는 분별 때문에 그렇게 된 거요.

     이 말을 또 막돼먹은 속물처럼 막행막식(莫行莫食)하라는 소리로

     듣는 어리석은 이는 없을 거라 믿소.

     이 밑도 끝도 없이 허공에 수도 없이 그어놓은 분별과 간택을 말하는 거요.

     그래서 조도행(鳥道行)이니 이류중행(異類中行)이니를 말하는 것이고.

     막말로 지나가는 강아지한테 물어보시오. 속인이 좋은지 성인이 좋은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이 있지만, 문자 그대로 인간이 그 숱한 복잡한 뜻과

이름을 지어놓고 제 스스로 거기에 걸려서 허우적거리는 거요.

생각이 복잡하게 얽히거든 그걸 부여잡고 매듭을 풀려고 끙끙 애쓰지 말고

그냥 보내 리시오.

아무리 좋은 생각도 생각 없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그 말이오.

     그저 무심(無心)으로 돌아가시오. · · · · · ·

 

'내 생각'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이 무생(無生)이오. 왜 그렇겠소? · ·
· · · · 늘 하는 소리지만, 이 세상에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나는(生) 법은 없기

 

때문이오. 주재자(主宰者)가 없다 소리요. 이 말을 아주 깊이 알아야 하오.

     늘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고 또 그게 마음공부의 핵심이요,

    외길이기 때문이오.

 

 

이 말을 그저 늘 하는 소리려니 하고 건성건성 넘긴다면

절대로 마음 밝힐 분수는 없는 거요.
'바람이 불어서 나뭇가지가 흔들린다'고 말하면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거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소.

전부 인간이 억지로 이름지어 붙인 거요.

바람이라고, 분다고, 나뭇가지라고, 흔들린다고. · · · · · ·

그것은 붓대롱 속을 통해 볼 수밖에 없는 인간 의식의 한계 때문에

낱낱의 것들이 그렇게 따로따로 존재하고

따로따로 행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오.

 

 

총체적으로 진실을 보면 거기엔 움직이는 일은 없소.

바다는 종일 하루 물결쳐도 아무 일 없을 때와 똑같은 거요.

전체를 활짝 열어놓고 마음으로 비추는, 비춤 없는 비춤.

요상한 말 또 하나 들었다고 외우느라 헛수고하지 말고,

그 말을 참으로 깊이 사무쳐야 하오.

 

 

 

- 현정선원 법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