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사원연합회장 원영스님 / “한국불교 세계화 위해선 언어소통 시급”

2014. 7. 9. 16:5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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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사원연합회장 원영스님

 

 뉴욕에서 해외포교를 하는 원영스님은 “한국불교는 남방불교 등에는 없는 부처의 길에 이르는 방편 등을 제시하고 있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불교 세계화 위해선 언어소통 시급”

 

  언어습득 능력좋은 젊은 스님들에 대한

  종단차원 의무교육 전향적 조치 ‘필요’

 

원영스님(63)은 미국 뉴욕불교사원연합회장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성철스님을 은사로 뒤늦게 출가한 스님은 주로 미국에서 포교를 한다. 세계의 수도라고 하는 미국 뉴욕에서 한국 교포와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한국불교를 전하는 원영스님을 지난 20일 만났다.

 

서울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경기도 하남 검단산 아래 정심사가 있다. 공장과 주택이 혼재한 좁은 농로를 지나 산 중턱에 자리한 정심사는 벤치가 있는 공원처럼 아늑하고 조용했다. 대웅전에는 평일인데도 적지 않은 신도들이 가부좌를 하고 참선에 몰입하고 있었다. 보통 절을 하며 기도를 하는 신도들이 많은 반면 이 절에는 참선하는 신도가 많다. 1980년대 후반 성철스님이 서울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때 머물던 역사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성철스님의 영향이 아직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절이다.

 

깡 마른 체격에 경상도 사투리가 짙게 배어나 국제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스님이 반갑게 맞이했다. 말을 할 때 마다 웃음이 떠나지 않고 너덜너덜해진 승복에서 소탈함, 자상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외형과 얼굴이 산속 토굴에서 농사 짓고 홀로 정진하는 수좌승 그대로다. 컨츄리(?)한 외형과 달리 스님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에서 불교학을 공부하고 동국대 불교학 박사 출신의 아주 국제화된 엘리트다.

 

스님에게 미국 내 한국불교 포교 실상과 향후 과제 계획 등을 들었다. 스님은 몇 해 전 뉴욕의 한국불교를 취재한 경험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소감을 물었다. 한국 사찰이 모두 규모가 작고 현지인 포교를 못하고 있더라는 지적에 스님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미국을 다녀가는 종단 관계자 등 방문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가 현지인, 특히 백인 포교는 왜 못하냐는 질문을 한다. 맞다. 대부분 한국 교포들이다. 먼저 그 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포교 대상을 누구로 삼을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고 무조건 현지인 포교는 못한다고 하면 안된다.”

 

스님은 다른 나라 불교의 사례를 들며 한국불교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할지 설명했다. “먼저 티베트 불교가 있다. 티베트 불교 사찰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백인이다. 그런데 포교하는 사람들이 모두 백인 재가자들이다. 티베트 스님들이 아니다. 티베트 스님들은 아예 없다. 그 다음 미국에 포교를 한지 100년이 된 중국과 일본이 있다. 중국은 한국과 비슷하다. 자국의 교포들을 대상으로 포교한다. 일본은 백인이 80%면 교포는 20%이다. 그런데 돈을 내면서 사찰 운영을 지탱하는 비율을 보면 거꾸로다. 즉 20%에 불과한 재일 교포 출신들이 80%의 비용을 대고 백인들은 거의 기여도가 없다.” 스님은 물었다. “우리는 어느 경우를 따를 것인가. 재가 불자들이 포교하는 티베트의 예인가. 사찰 기여도가 없는 백인인가, 아니면 스님이 포교하고 재가자가 후원하는 한국형인가. 50년 후면 한국불교도 100년이 된다. 그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사찰들의 문제는 남는다. 스님은 가장 큰 문제로 이민 동포들을 흡수하지 못하는 점이라고 했다. “이민 동포들과 교포 2, 3세들이 사찰에 오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언어소통”이라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님은 “언어 습득이 빠른 젊은 스님을 종단 차원에서 외국에 파견해주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제안했다. 스님은 “빨리 와서 해외 포교를 하고 싶어도 종단 의무 교육기간에 걸려 지체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불교 국제화를 위해 종단 차원에서 전향적 조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이 또 하나 지적한 점은 한국불교 전통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절에 있으면 서양불자들이 자주 온다. 이들 대부분은 남방불교를 접한 불자들이다. 한국불교가 티베트 미얀마 등과 어떻게 다른지 묻는다. 뻔히 알면서 시험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에게 오매일여(寤寐一如)를 설명한다. 이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또 3000배, 1만배 수행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이 사람들 미쳤다며 펄쩍 뛴다. 그러면서 한국불교에 관심을 갖는다. 이처럼 우리 한국식 불교에 충실할 때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된다.”

 

 

교포2세 한국불교체험 행사 확대 요망

뉴욕사암연합 차원 라디오방송국 추진

 

 

모두들 불가능하고 문헌으로만 존재한다고 할 때 성철스님은 ‘오매일여’의 경지를 이야기 했다. 성철스님은 제자들에게 “공부란 것이 잠이 깊이 들어서 일여한 거기에서도 모르는 것이고, 거기에서 참으로 크게 살아나야만 그것이 바로 깨친 것이고, 화두를 바로 안 것이며 동시에 그것이 마음의 눈을 바로 뜬 것이다. 이처럼 바로 깨치려면 오매일여가 되어야 한다. 내가 항상 이 오매일여를 주장한다고 오매일여병에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오매일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불법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고, 또 선(禪)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원영스님은 “외국인들에게 나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않았지만 우리 티쳐(teacher)가 그 경지에 일러 우리들에게 말씀하셨다고 말하면 이들은 놀라면서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스님은 서양인들이 불교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과학적 사유체계 때문이라며 한국불교가 그 사유체계를 가장 잘 받아들여 계발했다고 말했다. “불교가 무엇이냐고 많이 묻는다. 그 전에 종교가 무엇인지 보자. 나는 종교를 생활 양식의 근본을 형성하는 사유체계라고 본다. 그런데 이 사유방식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다양한 종교가 만들어졌다. 불교는 인과법을 사유방식으로 삼는다. 이 점이 다른 종교와 다르다. 불교 역시 신이 있지만 다른 종교처럼 절대화된 창조주가 아니라 인과의 산물이다. 즉 어느 특정한 면에서 신이나 보살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불교의 인과법은 과학이 발달하면서 가장 합리적이며 타당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런 점에서 합리성을 중시하는 서양의 지식인들이 심취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면 안된다. 사유방식을 불교적 수행으로 자꾸 계발해야 한다. 그 계발의 극치가 바로 간화선 수행법이나 오매일여의 경지다.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한국에서 위빠사나가 좋다면서 선원 수좌들도 배우고 한다는데 불교 발달사를 보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중국불교가 전래 초기에 호흡법에 치중하다 이후 관심법으로 발전하고 이것이 천태관법으로 성립됐다. 뒤에 화엄이 나오면서 간화선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원래 부처임을 자각하는 방편으로 간화선이 나왔다. 이것은 남방불교에는 없는 체계다. 현재 오직 한국불교만 말할 수 있다. 한국불교는 그런 점에서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스님은 템플스테이가 외국인들에게 한국불교를 알리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며 극찬하고 결계 포살이 외국에 나온 한국스님들의 행방을 파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아주 좋아했다. 스님은 “결계로 인해 절반 이상의 조계종 스님이 파악됐다. 다음 총무원장 스님도 꼭 이어가주기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스님은 끝으로 “종단에서 시행중인 교포 2세 한국불교 체험 행사를 계속 실시하는 한편 바빠서 한국에 오지 못하는 이민 1세대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당부하며 “해외 포교 활성화를 위해 뉴욕불교사원연합회에서도 라디오 방송국 설치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원영스님은…

1947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스님은 1979년 대학을 졸업하고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0년간 성철스님을 시봉했다. 1987년 하남 정심사를 짓고 성철스님을 모셨다. 1992~3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불교학을 공부하고 1998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성철스님 어록을 엮은 <선림고경총서> 편집책임자를 맡았다.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해외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뉴욕 조계종 사찰로 결성된 뉴욕불교사원연합회 회장이며 뉴욕 보리사 주지다.

 

[불교신문 2569호/ 10월28일자]

뉴욕사원연합회장 원영스님 / “한국불교 세계화 위해선 언어소통 시급”

Rain / Goombay Dance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