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봉이야기 11. 예불- 구품화(九品華) 석경옥|우바이

2014. 6. 25. 17:0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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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봉 이야기



구품화(九品華) 석경옥|우바이, 불광사



11. 예 불



멀리 경상북도 울진에 볼 일이 있어서 큰스님께서 어려운 걸음을 했을 때의 일이다.

서울에서 울진까지는 워낙 길이 멀어서 미처 볼 일도 보기 전에 해가 저물고 말았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당일로 왕복을 예정했으나 막상 도착하고 보니까 너무 안이하게 일정을 계획했던 것이다. 승용차로 쉬지 않고 달렸으나 워낙 먼 거리였던 까닭에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머물게 되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당일로 서울에 올라가려고 했는데, 큰스님께서 몸도 쇠약하신 데다가 밤길에 무리하여 모신다면 혹시나 하는 염려도 되었고, 뿐만 아니라 캄캄한 밤중에 자동차를 운행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아 계획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 큰스님을 정중하게 모시는 문제도 쉽지 않았다. 부근에 적당한 사찰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서 함께 간 학륜스님과 의논해서 하는 수 없이 깨끗한 여관으로 큰스님을 모시기로 했다. 사실 큰스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가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선 공양도 무척 힘든 문제였고 잠자리도 편치 않아 혹시 건강이 더 나빠지면 어쩌나 염려가 컸다.



하지만 그날은 어쩔 수 없이 주변 식당에서 된장찌개 백반을 마련하여 큰스님께 올리고 우리도 저녁공양을 먹었다. 이미 저간의 사정을 다 아시는 큰스님께서도 별다른 내색 없이 공양을 조금 드신 다음 잠자리에 드셨다.



나는 하루 종일 운전하여 먼 길을 달려온 피곤 때문인지 자리에 눕자 금방 잠이 들었다. 피곤에 떨어져 한참 곤하게 자고 있는데 꿈결 속에 부르는 소리가 아련히 들리는 것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어 귀기우려 보니 상좌스님이 방 밖에서 부르고 있었다. 깜짝 놀라 웬일인가 하고 벌떡 일어났다. 혹시 큰스님께서 어떠신가 싶어서 걱정을 앞세우고 문을 열었더니, 상좌스님께서 가사 장삼을 수하고 나보고 빨리 예불하러 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또 깜짝 놀라서 얼른 시계를 보니까 그때 나의 손목시계는 새벽 3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허둥지둥 세수를 한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큰스님 계시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차가운 방바닥에는 담요가 깔려 있고, 그 위에 큰스님과 상좌스님 두 분께서는 예불하실 준비를 다 마치시고 내가 오기만은 기다리며 서 계셨다. 내가 들어가자 곧 ‘지심귀명례 삼계대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하고 조용조용한 예불송이 퍼져 나갔다.



경북 동해의 바닷가 울진에 있는 어느 여관, 신새벽에 때아닌 예불소리가 어둠을 타고 조용히 바다로 하늘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큰스님은 절에서도 예불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예불에 빠지는 일이 없었다. 법당에 나가지 못할 만큼 건강이 따라주지 않을 때에 『금강경』을 빼놓지 않고 독송했다. 항상 수지하고 계신 아주 작은 ‘금강경 독송 수첩’은 겉표지가 거의 닳아서 반질거릴 정도로 낡아 있었다.




광덕스님 시봉일기 8권-인천(人天)의 안목, 글-송암지원

산같이 물같이 살자

 

텅빈 마음엔 한계가 없다
참 성품은 텅빈곳에서 스스로 발현된다

산은 날보고 산같이 살라하고
물은 날보고 물같이 살라한다

빈몸으로 왔으니 빈마음으로 살라고 한다
집착, 욕심, 아집, 증오 따위를 버리고

 

빈그릇이 되어 살라고 한다
그러면 비었기에 무엇이든 담을수 있다고 한다

 

수행은 쉼이다
이것은 내가 했고 저것은 네가 안했고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는 식으로
항상 마음이 바빠서는 도무지 자유를 맛볼 수 없다


내가 내마음을
"이것"에 붙들어 매어놓고
"저것"에 고리를 걸어놓고 있는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항상 노예로 살 수 밖에 없다

 

수행은 비움이다
내가 한다 내가 준다 내가 갖는다

하는 생각 또는 잘 해야지 잘못 되면 어쩌나
하는 따위의 생각을 버리고
한마음이 되는 것이 수행이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