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7. 09:47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당신은 부처님 선시(禪詩)의 인불사상 / 삶이 그대로 불공
곳곳이 부처님이요,
하는 일마다 불공이더라.
[處處佛像 事事佛供]
모든 사람은 부처인 까닭에 곳곳이 부처뿐이요, 하는 일마다 부처인 사람을 위한 일이므로
그대로가 불공이다. 달리 다른 곳에 가서 부처를 찾을 필요가 없다.
법당이나 불교성지에 가서 찾는 부처는 모두가 가짜 부처다. 진짜 부처는 곳곳에 널려 있는
사람부처가 진짜 부처다. 법당에서 하는 불공도 가짜 불공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 그대로 불공이다. 왜냐하면 부처인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부처님 선시(禪詩)의 인불사상 / 부처노릇을 하고 산다
전단향 나무로 중생의 형상을 만들고
여래의 형상과 보살의 형상을 만들어
천 가지 얼굴 만 가지 머리들이 각각 다르지만
만약 그 향기를 맡아보면 모두가 일반이더라.
[栴檀木做衆生像 及與如來菩薩形 萬面千頭雖各異 若聞薰氣一般香]
-석문의범-
이 게송은 불상이나 보살상, 또는 나한상과 같은 성인의 상을 조각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법당에 모시고 점안의식(點眼儀式)을 할 때 그 의식문 서두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참선을 하거나 경전을 보지도 않고 그냥 염불만 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잘 아는
법문이다.
전단향 나무로써 온갖 형상을 다 만들어서 그 얼굴이 각각 다르더라도 그 조각상에서 나는
향기는 모두가 똑같은 전단향의 향기다. 왜냐하면 재료가 전단향 나무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람이 다 각각 달라도 우리는 그 재료가 부처이기 때문에 모두가 부처노릇을 하고 산다.
그 부처노릇이란 보고 듣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일이 곧 부처노릇이다.
흔히 말하기를, 부처라면 부처노릇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 외에는 달리 특별한 부처노릇은
없다. 소승적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사람을 떠나서 따로 부처가 있다는 엉뚱한 환상
에 젖어 있어서 무슨 특별한 부처노릇을 상상하지만 그들이 상상하는 부처노릇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사람부처가 살아가는 일상사인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등 온갖
일이 모두 그것이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영상(경계境界)과 스크린(자성自性)
당신은 영상
나는 스크린
당신은 총칼로 나를 피로 물들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님을 떠나 보내기도 합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불타거나 이별하거나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오시면 텅빈 적멸(寂滅)의 객석을 향해
밤낮을 홀로 불밝혀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영화만 끝나면 돌아보지도 않고 떠나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은 언제든지 오실줄만은 알아요
나는 태어나거나 죽는 일이 없이 영원함을 아실테니까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며 날마다 새날을 맞이합니다
당신은 영상
나는 스크린
나룻배 自性인 나는 境界인 행인 당신이
짓밟고 가거나 오지 않거나
언제나 기다리고 있답니다.
돌아보지 않고 떠나셔도 섭섭한 일이 없다오
당신이 오고가도
나는 자취가 없고 生滅이 없이 영원하므로
언제든 또 오실 줄을 알고 있기때문입니다
앵두나무 처녀-김정애(195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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