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일체법이 모두 불법이다

2014. 11. 3. 21:0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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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일체법이 모두 불법이다

 

진눈개비가 날리는 계사년 정월 초사흘, 대중법회가 있었다. 예불을 모시고 스님께서 법상에 올라가 법문을 하셨다.

 

(주장자를 들어 보이며) 여기를 보십시오. (주장자로 법상을 세 번 두드림) 주장자를 보고 세 번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셨죠? (다시 주장자를 들어 보이며) 이것은 여러분의 명근(命根)을 보인 것, 자기를 보인 것입니다. 세 번 두드린 것도 나의 생사와 모든 죄업을 소멸시켜주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왜 바로 보지를 못하고 듣지를 못하느냐 이겁니다.

 

부처님 법이 어렵다 하는데 부처님의 법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쉬운 것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모든 법이 본래부터 하나입니다. 하나란 말은 두 가지 모양이 없다, 두 가지 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부처님 법, 불법이라 하지만 그것도 이름일 뿐이에요. 불법이 있다고 하면 불법 아닌 것이 있겠죠? 불법이라는 것도 이름일 뿐이어서 따로 있지 아니하다, 본래 있는 이 하나의 법을 이름하여 불법이라 한다 이겁니다. 불법이 있고 불법 아닌 것이 있는 불법이 아니라, 오직 불법뿐이다. 그렇다면 불법 아닌 것도 불법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에서 ‘일체법이 모두 불법이다.(一切法皆是佛法)’라고 하였습니다. 다 불법 하나라 그랬습니다. 그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육신, 이 세상은 물론, 죽어서 가는 세상, 귀신, 영가, 온 우주, 일체법이 모두 하나란 말입니다. 그 하나의 이름을 불법, 부처님이라 했다 이겁니다. 부처님이 바로 불법이에요. 일체 만법이 하나라는 말은 그것뿐이다, 다른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라는 것도 이름입니다.

 

진리가 하나라고 했는데, 지금 나라는 것이 있고 바깥에 부처님이 있으면 두 개가 되잖아요? 여기 있는 나라는 것과 내가 모르는 불법, 두 개가 있단 말입니다. 여러분이 부처님을 모시고, 절을 하고, 기도를 드렸는데, 부처님을 보았습니까?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미륵불을 친견했습니까? 못 했죠? (등 뒤의 불상을 가리키며) 이것은 부처님을 조각해 놓은 것이지 어찌 이것이 진짜 부처님이겠습니까? 분명히 나라는 것과 내가 알지 못하는 부처, 두 개가 있는데 어째서 하나라 하는고? 의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라는 말을 알아들으면 견성성불입니다. 부처님처럼 신통묘용을 갖춰서 성불하는 게 아니고, 그것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참선을 하고, 염불을 하고, 삼천 배를 하고, 다라니를 해야 불법을 공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을 쫓아서 그것을 불법으로 여기지 말라 이 말입니다. 지금 자기가 알아듣는 이것이 바로 제일가는 불법이에요. 예전에 황벽스님이란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모든 부처님과 일체 중생은 한마음일 뿐 거기에 다른 어떤 법도 없다. 이 마음은 본래로부터 생기거나 없어진 적이 없으며, 푸르거나 누렇지도 않다. 정해진 틀이나 모양도 없으며, 있고 없음에 속하지도 않고, 새롭거나 낡음을 따질 수도 없다. 또한 길거나 짧지도 않고, 크거나 작지도 않다. 그것은 모든 한계와 분량, 개념과 언어, 자취와 상대성을 뛰어 넘어 당체가 바로 이것이다.”

 

황벽스님은 모든 것이 한마음이라고 하셨습니다. 본래부터 하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있고 부처님이 있으면 둘이 되어서 하나가 아니잖아요? 하나가 되려면 일체법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하나가 되는 게 아니고 일체법이 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나 아닌 것이 있으면 하나가 안 되죠? 이해가 잘 안 되면 여러분이 꾸는 꿈을 생각해 보세요. 꿈속에서는 내가 있고, 부처님도 있고, 여러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깨고 보면 누구만 있어요? 자기 하나만 있죠? 우주의 진짜 근원이 나 하나란 말입니다. 끝까지 나 하나만 있어서 다른 사람이 없습니다.

 

살아도 나이고, 죽어도 나이고, 극락세계에 가도 나이고, 지옥 속에 가도 나이니 극락과 지옥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모양이 다르니까, 거기에 속으니까 다르다고 하지만, 그것이 다 누구의 꿈입니까? 내 꿈이니까 다 내 마음이죠. 자기다 이 말입니다. 모든 시간과 공간이 다 나이니까 이것이 없어질 수가 있습니까? 언제든지 나이니까 나는 영원무량한 것입니다. 이미 나이니까 이것을 알려고 할 필요도 없잖아요? 전체가 다 나이니까 없어질 물건이 있겠습니까? 없죠? 다시 생겨날 물건이 있겠습니까? 없죠? 본래부터 항상 이러하다 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왜 성불하지 못합니까? 자기인데? 여러분이 수행해서 부처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부처님이 되어 있는 거예요. 본래부터 하나로서 두 모양이 없습니다. 부처와 중생이 없다 이 말입니다. 그게 바로 자기입니다. 자기를 깨달으란 말이 그 말입니다. 그러니까 나를 깨달으면 모두 해결되어 버리죠? 나 아닌 게 없고, 부처님 아닌 게 없으니까? 나고 죽음도 없고, 영원무량겁토록 변함이 있겠습니까? 없죠? 언제든지 나 하나뿐이니까. 이 이상 좋은 법이 어디 있습니까? 부처님이 이것을 깨달으신 것입니다. 깨닫고 보니까 일체 중생이 부처님이거든? 그래서 일체 중생이 모두 성불할 수 있다고 불법을 이야기해 주신 것입니다.

 

주장자를 세 번 치고 법상에서 내려 오셨다.

 

 

 

명랑한 기분이 보약이다 / C. 샌드버그


명랑한 기분이 보약이다
명랑한 기분으로 생활하는 것이
육체와 정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값비싼 보약보다 명랑한 기분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약효를 지니고 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나목만 남기고

서성이는 빨간 연정

루른잎 무성하게

어우르던 사랑은 가고

못다한 황혼의 연서만이

나목을 얼싸 안네

 

- 시월 끝날에

 

 

 

시월

 

갈길을 여며 잡으며

서성이는 늙은 연정

 

우듬치 녹음의 몽유

살뜰하던 그 훈풍이여

 

부시다 때로 선 나목

노을빛의 긴 편지

 

- 노을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