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3. 10:51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숨기지 말고 드러내라 /법상스님
세상 누구라도
자기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또한 비밀의 선도
상대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납니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비밀을
10단계로 구분지어
지하1층에서부터 지하10층까지로
나눈다고 생각해 보았을 때,
어떤 이에게는 지하 1층 정도만
또 다른 이에게는 지하 5층 까지도
또 어떤 이에게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
그 이외에는 절대 보이려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면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지하 9층, 10층 정도의 비밀을 쉽게 표현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지하 3층 정도까지의 마음만을
상대에게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지하 7층 정도의 깊은 마음까지도
상대방에게 쉽게 드러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밀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유롭지 못하며
건전한 마음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내면에 있는 마음을
좀 더 깊은 곳에까지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일수록,
내면의 지하로 3층, 4층, 5층,...
이렇게 깊은 곳에까지 수면위로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일수록,
마음은 좀 더 자유롭게 되고
맑고 향기로운 일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밝은 모임의 '마음 나누기' 장에서는
자신의 못 난 모습, 이기적인 모습, 비겁한 모습에서부터
도저히 어느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까지
자유롭게 끄집어 낼 수 있도록
어느 누구나 그를 향해 마음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란
참으로 큰 용기가 필요할 지 모릅니다.
나의 못난 모습,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드러낸다는 것은
나를 비울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무거운 비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나다' 하는 아상(我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저 사람이 나를 멀리하면 어쩌지?
이렇듯
그 안에는 '나'라는 것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수행은
아상을 비우는 것이라 했습니다.
비밀 때문에 고민하고,
비밀을 남이 알게 될까봐 걱정하는
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니
세상이 두려운 것입니다.
'나'를 비우고
놓아버렸을 때
그 안에 밝에 빛나는 '참 나'는
고고히 빛을 발하며 드러날 것입니다.
집착을 놓고
마음은 자유로워 지시기 바랍니다.
고백도를 높여야 합니다.
비밀이 많은 사이일수록 맑아지기 힘이 듭니다.
비밀이 많다는 것은
건전하지 못한 마음입니다.
아상이 전제된다는 것은
이기심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먼저 다가가
나의 비밀을 열어 보십시오.
내가 맑아지만 상대도 맑아지게 되어 있는것이
법계의 이치입니다.
상대방 또한 비밀이며
내면의 마음들을 하나 둘 씩 끄집어 내게 될 것이며
그 속에서 좀 더 진실된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고
좀 더 사심없이 맑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마음은 그저 텅 비워 버리시고,
방하착 해 버리시고
맑고 고요한 마음으로 다가가
내면의 지하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그 모든 탁한 마음들을 끄집어 내십시오.
지하 1층, 2층, 3층...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맑히시면 됩니다.
더이상 내면 가운데 지하의 층수가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그렇게 고백도를 높여 보세요.
못 난 모습,
이기적인 모습,
못 사는 집안 사정,
별 볼 품없는 나의 직장,
보기싫은 부모님,
과거부터 숨기고 있었던 죄의식들까지...
이런 나의 모습들은 결코 '죄'가 아닙니다.
어리석은 마음이 일으킨 '죄의식'일 뿐입니다.
오히려 이런 모습들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기는 것이 죄라면 죄일 수 있습니다.
숨기고 있던 그 모든 모습들을 버리고
또 다른 예쁘게 포장한 '나'만을 드러내려 해선 안됩니다.
미운 모습, 예쁜 모습,
잘난 모습, 못난 모습,
이기적인 모습, 이타적인 모습
이 모든 모습 모습들을 다 포함하고 있는 '나'가
진정한 나의 모습입니다.
숨길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비워야 합니다.
내가 없다면 부끄러워 할 나도 없어지고
다른 사람의 눈에 이러 저러하게 보일 나 또한 없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아상을 놓고 나면
저 깊은 곳에 잠 자고 있던 고요한 '참 나'가
가만히 드러날 것입니다.
맑은 나의 모습을 보며
한없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신비한 샘물...
어떤 부인이 정신과 의사를 찾았습니다.
"선생님, 더는 남편과 살지 못하겠어요.
그 사람은 너무 신경질적이고 잔소리가 심해요."
의사는 한참 고민하다가 처방을 내렸습니다.
"우리 병원 옆에 신비한 샘이 있습니다.
샘물을 한 통 길어서 집으로 가져가세요.
남편이 귀가하면 샘물을 한 모금 머금으세요.
그런데 머금기만 해야지 절대 삼키면 안 됩니다.
처방대로 하시면 금방 효과가 있을 겁니다."
부인은 처방대로 샘물을 길어서 돌아갔습니다.
그 날도 밤늦게 귀가한 남편은
평소처럼 짜증과 잔소리를 아내에게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부인도 맞받아쳐 싸웠을 테지만,
그 날은 처방대로 신비한 물을 입에 머금었습니다.
물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입을 꼭 다물었구요.
얼마가 지나자, 남편은 잠잠해졌습니다.
그 날 하루가 무사히 지나간 것이지요.
그 날부터 남편이 잔소리를 시작하면
부인은 어김없이 신비의 샘물을 입에 머금었구요.
그렇게 얼마가 지나자, 남편의 행동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신경질이 줄고 아내를 함부로 대하던 행동도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신비한 효과에 깜짝 놀란 아내가
의사를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신비한 샘물이 너무 좋더군요.
우리 남편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의사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편분이 변한 것은물이 아니라 당신의 침묵 덕분입니다."
침묵의 힘...
말싸움이 끝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억울하다. 이 말을 꼭 해줬어야 했는데."
상대를 설득하려고,
논리적으로 시비를 가리고,
때로는 비난을 퍼붓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논리적인 설득은 인간관계에 오히려 독이 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과정에서
상대를 찍어누르거나 자기를 과시하기 쉽습니다.
무심코 뱉은 말이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한 번 상처받은 상대는 어떤 논리로도 설득할 수
없고요. 무리하게 설득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상대는 귀를 막고 자신을 지키려 합니다.
말보다 침묵이 효과적입니다.
생각 할 시간을 주면 상대 스스로 깨닫게 되니까요.
침묵은 상대에게 스스로 돌아볼 여유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화났을 때 하려던 말을 노트에 적어놓고,
다음날 다시 읽으면 할만한 말은 절반도 안 된다고 합니다.
열흘이 지나서 다시 보면 할 말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요.
‘말을 배우려면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려면 60년이 걸린다’
말할 때를 아는 사람은 침묵할 때도 안다고 합니다.
설득하고 싶다면 침묵하세요. 침묵이 웅변보다 강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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