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31. 13:0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 순천만
번뇌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있으니,
마음이 없다면 번뇌가 어느 곳에 머물겠는가?
煩惱因心有故 無心煩惱何居 - 지공화상 <대승찬>중에서
내가 두통을 느낀다고 하여 두통이 곧 나 자신은 아닌 것입니다.
두통은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집니다.
그러나 나 자신은 두통이 있거나 없거나 변함이 없는 무엇입니다.
번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번뇌는 번뇌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번뇌라 이름하는 마음과 짝하여 일어나는 것입니다.
번뇌라 이름하는 그 마음이 곧 번뇌입니다.
번뇌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늘 존재하는 것이 참마음입니다.
참마음은 일어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나'라는 거짓마음은 일어났다 사라지고 경계를 따라 변화합니다.
'나'라는 거짓마음은 늘 '나' 아닌 경계와 짝을 이루어야만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번뇌가 있어야 '나'가 있고,
'나'가 있어야 번뇌가 있습니다. '나'와 번뇌는 둘이 아닙니다.
둘 없는 참마음에서 '나'와 번뇌가 출몰합니다.
'나'와 번뇌가 모두 뿌리 없는 허깨비인 것을 자각한다면
문득 늘 여여한 한 바탕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것으로! (침묵)
- 몽지릴라 밴드에서
황혼 / 이육사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 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 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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