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없고, 움직이면서 멈추니 멈춤이 없다.

2015. 6. 14. 18:0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신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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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추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없고, 움직이면서 멈추니 멈춤이 없다.
      止動無動 動止無止  - 신심명

이 공부에 있어 가장 힘든 일이 이분법적인 관점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있다/없다, 좋다/나쁘다, 옳다/그르다와 같은 이분법을 초월하여

둘이 없는 하나, 하나마저 세울 수 없는 하나로 돌아와야 합니다.

둘 가운데 하나를 없애거나 둘 모두를 없애 하나를 얻는 것이 아니라,

둘이 그대로 하나란 사실을 깨쳐야 합니다.

행인은 갈림길이 어렵다 말을 말라       行人休說路岐難
눈앞이 그대로 장안으로 가는 길이다    目前便是長安路

바다 표면의 물결과 심해의 고요함이 결코 둘이 아닙니다.

온통 한바탕의 바다일 뿐입니다.

표면에 일렁이는 물결 그대로가 바다요, 심해의 고요함 그대로가 바다입니다.

일상의 번잡함과 수행의 고요함이 따로 있다면 선정이 아닙니다.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도 깊은 명상의 고요함 속에서도

본래 마음의 선정은 깨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움직여도 움직인 바가 없으며,

아무리 멈추어도 멈춘 바가 없습니다.

움직임은 멈춤으로 돌아가고, 멈춤에서 움직임이 비롯됩니다.

움직임이 그대로 멈춤이고, 멈춤이 그대로 움직임입니다.

움직임이라 하면 곧 멈추는 것이고, 멈춤이라 하면 곧 움직이는 것입니다.

움직임 가운데 멈춘 것이 있고, 멈춤 가운데 움직이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삼라만상 어느 것이 참이런가   森羅萬象何處眞
양변을 다 잊어야 번뇌망상 끊어지네    二邊頓忘絶煙塵
하늘에 해가 뜨니 찬 기운이 사라지고   日照一天寒光淡
사계절이 바뀌니 산 빛이 새롭구나       山搖四節異色新

 

- 몽지릴라 밴드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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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1926년 開闢에 발표된 이상화(李相和)의 시다 .

작자의 반일(反日) 민족의식을 표현한 작품으로 비탄과 허무, 저항과 애탄이 깔려 있다.

비록 나라는 빼앗겨 얼어붙어 있을 망정, 봄이 되면 민족혼이 담긴 국토,

즉 조국의 대자연은 우리를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국토는 일시적으로 빼앗겼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봄은 빼앗길 수

없다는 몸부림, 즉 피압박 민족의 비애와 일제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식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