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니 어찌 큰 착각이 아니겠는가?

2015. 6. 6. 19:3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신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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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니 어찌 큰 착각이 아니겠는가?
      將心用心 豈非大錯                - 신심명 중에서


마음이 무엇일까요?

바로 이 말과 이 생각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있는 것이 마음입니다.

마음이 없다면 이런 말, 이런 생각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마음은 어떤 실체도 없고, 어떤 모양도 없으며, 어떤 속성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물리적 심리적 작용이 마음입니다.

무상한 변화작용이 그대로 변함없는 마음입니다.

가고 감에 흔적 없고            去去無標的
오고 옴에 또한 그러하다      來來只麽來
어떤 사람이 묻는다면          有人相借問
말 없이 해해 한번 웃겠노라  不語笑咍咍

번뇌가 그대로 마음인데, 그 마음을 가지고 다시 번뇌를 어찌 해 보려 하는

마음을 일으키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겠습니까?

물로써 물을 씻어내려 하는 격이고, 허공으로 허공을 감싸려는 격입니다.

주관과 객관, 그 모든 일체의 경계가 꿈 같고

환상 같은 마음의 작용일 뿐임을 철저하게 사무쳐야 합니다.

허망한 육신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디든지 돌아갈 길을 만나고        處處逢歸路
언제든지 거기가 고향이다            時時復故鄕
예와 이제에 드러나 있는 일에       古今成現事
하필 생각하기를 기다릴 것인가     何必待思量

스스로 믿지 못하니 주저할 뿐입니다.

믿는 마음이 확실하면 있는 이대로가 마음입니다.

투철히 마음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있는 이 마음을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깨닫는 것이 마음을 믿는 것이고,

마음을 믿는 것이 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봄날의 아지랑이 같은 생각에 스스로 미혹하여

이미 주어져 있는 마음을 돌아볼 줄 모르고 헛된 마음을 구할 뿐입니다.

일념의 마음이 그대로 이것이거늘                 一念之心卽是
어느 곳에서 따로 찾으려 하는가                  何須別處尋討
대도는 다만 눈앞에 있건만                         大道只在目前
미혹하고 어리석은 자가 알지 못할 뿐이로다  迷倒愚人不了 

- 몽지릴라 밴드에서

 

 봄꽃은 겸손한 지혜를 먹고 핀다 / 김영학

산수유, 진달래, 벚꽃, 홍매화 등
봄 축제의 꽃들이 화장한 어른들 같다면
산길에 핀 복수초, 청노루귀, 흰노루귀, 
 

변산 바람꽃들은 해말간 민낯의 아이들 같다.

황금의 꽃, 황금 술잔으로 불리는 복수초는
햇빛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활짝 피었다가도
날이 흐리거나 해가지면 꽃잎을 집삼아 발길

서두르는 '변산아씨'처럼 꽃잎을 닫는다.

청초하고 앙증맞은 변산 바람꽃은 여리지만
아름다움을 흩뜨리지 않는 멋스러움과 우아함이 있다.
들꽃 향기는 진한 향수가 아니라 은은한 향香이다.
은은한 꽃은 앞에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천천히 핀다.
천천히 피는 꽃은 늦된 꽃이 아니라 겸손한 꽃이다.
겸손한 꽃은 계절의 이치를 안다. 이치를 안다는 것은

항상 제자리에 반듯하게 있음이다.

봄을 전하는 들꽃들을 볼 때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생각케한다.
참고 견디는 것은

나가고 뽐내는 것이 아니라,
삼가고 존중하는 것이다.
들꽃 향기를 맡으며 봄꽃의 겸손한 지혜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