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글은 짧지만 이치는 멀고도 깊다/지안스님

2015. 6. 14. 19:1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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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은 짧지만 이치는 멀고도 깊다”

 

 

현장과 반야심경

 

지안스님/조계종 고시위원장

 

 

   

 

 

 

‘경중의 經’으로 중국 주석서 77권

‘같이 가자’ 뜻으로 ‘아제’가 두 번

 

 

현장(玄?, 602~664) 삼장(三藏)은 중국 불교사에서 역경의 제1인자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인도에 들어가 17년을 지내면서 수많은 경론을 수집, 당(唐)으로 귀국한 후 75부 1335권을 번역한 것으로 통계되어 있다. 이는 진(晉)나라 때 구마라습이 번역한 것 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현장이 당 태종에게 표(表)를 올려 인도에 가는 것을 허락해 줄 것을 청하였다. 그러나 그의 재능을 아낀 태종이 천축에 들어가는 위험을 염려하여 허락하지 않자 그는 몰래 장안을 빠져나와 옥문관을 통하여 인도로 떠났다. 그 해가 629년으로 되어 있다. 도중에 그는 고창국(高昌國)에 들려 왕 국문태(麴文泰)의 융숭한 대접을 받다 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도로 들어가 나란다에서 수학하고 인도 전역 130여 곳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혔다. 귀국한 뒤 이 견문을 제자 변기(辨機)에게 구술하여 기록하게 해 <대당서역기>가 나왔다.

그가 인도로 들어갈 때 겪었다는 반야심경과 얽힌 전설이 하나 있다. 그가 계빈국에 이르렀을 때 길이 험악하여 곤란을 겪던 중 어느 폐사에 들어가 자게 되었는데 이 때 절에 병들어 신음하는 한 노승을 발견한다. 몸에서 고름이 나오고 악취가 나오는 그런 상태였다. 현장은 이를 보고 연민의 정을 일으켜 며칠을 지극한 간호를 하며 노승을 돌보았다. 현장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한 노승이 범어로 된 <반야심경>을 현장에게 외우라고 하면서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현장은 매일 스물 한 번씩 <반야심경>을 외웠다고 한다. 천축의 순례를 무사히 하게 된 것도 이 <반야심경>을 열심히 지송한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야심경>의 범어본은 그 사본이 현재 일본의 법륭사에 전해지고 있다. 이것을 의지하여 6개의 사본이 더 만들어졌다. 그리고 돈황석굴에서 영국의 고고학자 스타인(Stein)이 범어 소본을 한자로 음역한 것을 발견하여 그 원본이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장의 한역 번역본을 1864년 영국의 불교학자 사무엘(Samuel)이 영어로 번역한 것이 영역본의 최초이고 그 뒤 막스 뮐러(Max Muller)에 의해 다시 영역본이 나왔다.

경중의 경인 <반야심경>에 대한 주석서도 많이 나왔다. 과거 중국에서 나온 주석서만 하여도 무려 77종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 현장의 번역본에 대한 주석서로 현장의 제자 규기(窺基, 632~682)가 지은 <반야바라밀다유찬>과 우리나라 신라 때 원측(圓測, 613~693)이 지은 <반야바라밀다심경찬>이 유명하다.

 

 

 

   
 

 

 

 

인도의 제바(提婆)는 <반야심경>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진리의 현종이요, 법신의 명칭이다. 그 체는 불생불멸(不生不滅)하고 불거불래(不去不來)하며, 그 크기는 허공과 같아 한 번도 변하는 일이 없다. 그 넓기를 말하면 두루 법계를 감싸고도 남는다. 미세하기로 말하면 개자나 먼지로도 비유할 수가 없다.

드러났을 때는 삼라만상이 그것이요, 숨었을 때는 색(色)이나 이름(名)이 있을 수 없다. 대반야의 요긴한 말을 적어 그 숨은 뜻을 드러내 보인 것이 <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그 글은 짧지만 이치는 멀고도 깊다.”

마지막에 반야바라밀다주를 설하여 열반의 저 언덕에 가자고 독려를 한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는 가자는 뜻이다 나도 갈 테니 너도 가자하여, 같이 가자는 뜻으로 아제가 두 번이다. 바라아제는 저 언덕으로 가자이고 바라승아제는 저 언덕으로 같이 가자이다. 모지 사바하는 깨달음을 빨리 이루도록 하는 뜻으로 곧 열반의 성취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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