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4. 11:55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초견성 그후 / 각성스님
간화선(看話禪)의 종장인 대혜 스님은 화엄경 10회향품을 보시다가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선사도 화엄경을 보지 않고
부처님의 설법을 모른다면 선사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도통한 위대한 종사, 조사라고 해도
부처님보다 더한 사람은 없습니다.
천친보살, 무착보살, 미륵보살, 마명보살 같은 이도 부처님을 최고로
받들었고 달마대사나 육조스님도 부처님을 최고로 말씀하셔서
“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그래서 나도 그런 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보면 다 해결이 됩니다.
그러니까 깨달음으로
완전히 조사 공안을 타파하드라도
그 다음에 보임하고 부처님의 법문을
제대로 잘 아는 공부가 더욱더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필요하지 않다면
화엄경에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설법을 듣고 다 알아버렸으면 끝내버리지,
뭐하려고 53선지식을 낱낱이 친견하면서 고행을 했겠느냐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古來로 초견성(初見性)한다는 좋은 말이 있습니다.
화두타파하여 견성하는 것을 초견성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한국불교에만 있는 것입니다.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초견성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특유하게 쓰는 말입니다.
초견성하고 재견성, 3차, 4차로 그것도 가능합니다.
고봉선요에도 보면 깨달은 것이 자꾸 점진적으로 더 높아지는 단계가 있었습니다.
대혜스님도 그랬고 옛날 임제종이나 다른 선종과 전등록에도 다 그렇게 나옵니다.
- 각성스님의 <화엄사상 강의> 중
이 세상이라는 무대위에서 공연되는
내가 주인공도 되고 감독도 되는
삶이라는 드라마를 만끽하고 즐겨라.
다만 그 삶은 늘
연극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백지의 말 / 이기철
나의 몸은 언제나 하얗게 비워두겠습니다
네 모는 날카로워도 속은 늘 부드럽겠습니다
설령 글씨를 썼다 해도 여백은 늘 갖고 있겠습니다
진한 물감이 있어도 내 몸을 칠하지 않겠습니다
가까이 가고 싶어도 늘 멀리 떨어져 있겠습니다
바람이 불면 납작하게 엎드리겠습니다
칼날이 다가오면 물처럼 연해지겠습니다
그러나 불빛에는 되도록 반짝이겠습니다
노래가 다가오면 치렁치렁 몸으로 받겠습니다
언제나 당신이 들어올 문을 열어두겠습니다
당신이 들어오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향기가 되겠습니다
그땐 당신이 내 몸에 단 한 폭 그림을 그리십시오
그러기 위해 한 필 붓을 마련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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