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세상은 늘 불안하고 불확실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상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하다는 것이다 <짐 콜린스>
도를 닦는 과정에서 심신이 편안해진 것을 道로 알면 안 된다. 특히 신(身)이 위험하다.
무릇 한번 자리잡은 것은 무뎌지기 마련이라, 심신의 편안함이 익숙해진 연후에는, 조금이라도 변하면 불편해진다. 운이 나쁘면, 암이나 불치의 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러면 지난날의 심신의 편안함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세상은 수많은 능소(能所 주체와 객체)에 의한 연기(緣起)의 세상인지라, 내 심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 의지나 행위만이 아니다. 가족, 친지, 직장, 사회, 국가, 자연, 기후, 국제정세 등도 있다. 세월호 침몰이나 대구지하철 폭 발,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인재(人災)도 있으며, 지진, 해일, 토네이도, 진사봉뢰(震死逢雷) 같은 천재지변도 있다. 핵폭탄 피폭도 있으며, 앞의 재앙들은 아무것도 아닌 전 지구적 대재앙인 대형혜성충돌도 있다. 이런 끔찍한 횡액(橫厄)을 당하는 것은, 무지렁이 백성 일개인(一個人)이 이런 일에 책임이 있을 리 만무하므로, 개인의 업(業)과는 무관하다.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가 배가 침몰하여 죽을 지경이 되었다. 너무 억울하다고 하느님에게 항의하자 하느님이 대답했다. “너같이 아주 나쁜 놈만 30명을 한날, 한시, 한곳에 모으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이런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업이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재난과 흉사 앞에서는, 이전의 수행으로 자리잡은 심신의 편안함과 안정은 풍전등화처럼 취약하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심신의 일시적인 건강을 도(道)의 증거로 받아들이지 말라.
건강은 도를 닦아도 나빠질 수 있으며, 병 역시 찾아올 수 있다: 부처님 당시의 아라한들도 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례들이 있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불교지도자 틱낫한 스님이 심각한 뇌출혈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생로병사는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
도(道)란, 이 모든 신체상의 변화를 당연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어느 한 상태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육체적인) 건강, 젊음, 물질에 집착하지 않는다.
집착하다가는 크고 작은 사기꾼들에게 당할 수 있다. 사이비 종교의 특징은 ‘자기 종교를 믿으면 절대 병에 걸리지 않고, 절대 가난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있는 병은 사라지고, 가난은 부로 변한다’고 홀린다. 그런데 그리 되려면 꼭 돈을 내야한다고 한다. 즉 (진짜) 돈을 내고 (가짜) 돈을 사라는 말이다.
지난해 늦가을 어느 날, 종로에서 서울역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 운전사는 세월호 실소유자인 구원파 교주 유병언을 사이비교주라고 맹비난했다. 종교를 물어보니 택시기사는 기독교 신자였다. 직장에 다니는 딸 둘과 하나뿐인 마누라까지 모두, 일 원 한 푼도 에누리 없이 십일조까지 바치는 독실한 신자였다.
“너무 액수가 많지 않느냐, 가계에 부담이 아니냐?”는 필자의 질문에, "오히려 이익"이란다. “큰 병에 걸리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느냐?”고 반문하며, “자기 가족은 병에 절대 안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게 다 충실히 십일조를 내는 덕이라는 것이었다.
“혹시,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 누가 병에 걸리면 그땐 어쩌시려느냐?”고 묻자, 그런 일은 하나님을 옳게 믿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범주적으로 부인한다. 하지만, 그러다 병에 걸리면 엄청나게 손해다! 건강보험은 병에 걸려야 이익이지만, 종교보험은 병에 걸리면 손해다. 건강보험은 병이 걸린다는 데 걸지만, 종교보험은 병이 안 걸린다는 데 걸기 때문이다. 종교보험과 건강보험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차라리 신앙없이 열심히 살다가, 병에 걸리면 그냥 치료비를 내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익일 것이다. 매년, 꼬박꼬박, 치료비로 수입의 1/10을 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심한 경우는 죽을 때까지 그리한다.
가장 난해하고 비극적인 경우는 이 택시기사 아저씨의 교회목사가 병에 걸리는 경우다, 그것도 암 같은 중병에! 이런 경우에는 (열심히 믿어도 병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불길하기 이를 데 없는) 목사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아직까지 병에 안 걸린 사람들이 모여 아직 병에 안 걸린 목사를 초빙하여 새끼교회를 만드는 전통이 있다. (부언하자면, 이 택시기사는 감기를 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가족도 이 병에는 때때로 걸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믿음과 행복과 건강’이라는 축복을 날려버릴 무상풍(無常風)이 그 기사 집안에 불지 않기를 기원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나친 믿음은 믿지 않느니만 못하다. 사이비종교로 인도할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선량한 서민인 그 기사 아저씨 가족이 이미 ‘종교기생충’에 집단감염된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심신이, 특히 마음이 ‘허(虛)’하고 ‘약(弱)’해서 ‘꼭’ 종교를 믿어야 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드린다. 다음의 황금률을 기억하시라. “돈을 주고 구원(육체적 구원인 건강과, 영적 구원인 마음의 평화, 영생)을 사야한다면 그 종교는 사이비종교이다”: 돈을 많이 내야 할수록 ‘사이비지수(cult index)’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한다.
세속적인 남녀 간의 사랑조차도 돈을 주고 사면 가짜 사랑인데, 어떻게 구원을 돈을 주고 살 수 있겠는가?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한 창녀는 자기 애인과 잠자리를 할 때도 매번 꼬박꼬박 돈을 받는다. 다른 사람과 잘 때도 돈을 받는데 자기 애인이라고 돈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화이다! 이 사랑은 진짜 사랑일까, 가짜 사랑일까? 만약 이 창녀가 “다른 여자들은 한 달에 한 번 몰아서 받지만, 자기는 잘 때마다 받을 뿐”이라고 항변하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사이비 지수는 0과 1 사이의 수이다. 사이비지수가 0이면 전혀 사이비가 아니며, 1이면 100% 사이비이다. 교주의 부가 비대칭적으로 지나치게 증가하여 교단 내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우면, 이것은 교주가 사이비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세월호 침몰을 초래한 구원파 교주 유병언과 통일교 교주 문선명이 전형적인 예이다. 이 둘은 생전에 재벌이었다. 물론 그 부는 ‘신도들 재물의 자발적인 강탈과 신도들 노동력 착취’를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부가 교단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안에 머문다는 점에서, 사이비교단은 경제적인 사이비군집생물체이다.)
인간은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인식한다. 하지만, 바로 그 인식기능으로부터 정신적인 고통이 생긴다. 이 인식기능을 안으로 돌려(廻光返照 회광반조), ‘인식기능의 주체에는 실체가 없음’(무아 無我)을 깨닫는 것이 이차파생고통을 제거한다. 이 이차파생고통을 번뇌라고 한다.
세상은 변하고 변한다. 고(苦)에서 낙(樂)으로 낙에서 고로, 그리고 고가 낙으로 다시 낙이 고로. 끝없이 변한다. 몸이 늙고 건강이 상하고, 마음이 무디어지고 고장이 나더라도,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고장나더라도, 한 가지 '앱(app)'만 지키면 된다.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를 인식하는 앱만!
그러면 무슨 일이 닥쳐도 감당하고 소화할 수 있다. "흠! 반(反)삼법인 세력들이 또 소란을 피우는구만!" 하고 말이다.
불법이란 어느 날 ‘뻥’하고 터득하고 이해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실생활에 응용·실천·증명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다: 깨달음을 얻기 전이나 후이나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깨달음이란 ‘오진 한탕’이 아니다. ‘오탕(오진 한탕)’만을 노리고 끝없이 미래시점으로 미루는 것은, 수행이 아니다. 만행(萬行)에 충실(充實)한 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며, 동시에 깨달음이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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