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려라 / 나옹혜근 懶翁慧勤 선사

2016. 2. 6. 18:3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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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려라 / 나옹혜근 懶翁慧勤 선사 


재(齋)를 올린 뒤 스님은 법상에 올라 한참 묵묵히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여러 불자들, 알겠소? 여기서 당장 빛을 돌이켜 한번 보시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 등은 본지풍광(本地風光)을 밟을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면 한 가지 말하 겠으니 자세히 듣고 똑똑히 살피시오.

사대(四大)가 모일 때에도 이 한 점의 신령스러운 밝음은 생기지 않았고

사대가 흩어질 때에도 그것은 무너지지 않소.

고 죽음과 생기고 무너짐은 허공과 같은데 그것이 어디 있겠소.

이미 없어진 것이라 찾아도 자취가 없고 트이어 걸림 없음이 허공과 같소.

이 세계와 티끌이 바로 미묘한 본체요,

일마다 물건마다 모두가 주인공이오.

소리와 모양이 있으면 분명히 나타나고

모양과 소리가 없으면 그윽히 통하게 되오.

때를 따라 당당히 나타나고 예로부터 지금까지 오묘하고 오묘하오.
자유로운 그 작용이 때를 따라 죽이고 살리고 하는데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모두 그것의 힘이오.
여러 불자들, 알겠소?

만약 모른다면 이 산승(山僧)이 불자들을 위해 알도록 하겠소."

주장자로 탁자를 내리치면서 한 번 할(喝)을 한 다음 이와 같이 말했다.
"여기서 단박 밝게 깨쳐 깊고 묘한 이치의 문을 뚫고 지나가

삼세의 부처님과 역대의 조사와 천하의 선지식들의 골수를

환히 보고 그분들과 손을 마주잡고 함께 다닐 것이오."

또 한 번 주장자로 탁자를 친 뒤 말을 이었다.
"이로써 많은 생에 함부로 자식이 되어 부모를 해치고

친한 이를 원망한 일에서 벗어나시오.

이로써 저승과 이승에서의 온갖 업(業)에서 벗어나고

지옥의 갖가지 고통 받는 무리에서 벗어나시오.

이로써 괴로워하는 축생의 무리에서 벗어나고,

성내는 아수라의 무리에서 벗어나시오.

이로써 인간의 교만한 무리에서 벗어나고

천상의 쾌락에 빠져 있는 무리에서 벗어나시오."

죽비를 내던지고 이렇게 말을 맺었다.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릴 일이지

무엇하러 다시 나루터 사람에게 길을 묻는가?"

 

* 懶翁慧勤 선사 약력 

고려 시대의 고승. 20세에 승려가 되고, 중국 원나라 북경에서

 

지공(指空)선사 아래에서 2년 동안 공부하였다.

1371년 왕 사가 되고 보제존자(普濟尊者)의 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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