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가는 삶

2016. 3. 27. 11:4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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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ridge to Never Never Land.


 



놓고 가는 삶



인생이란 무수한 상황(경계)의 연장이며
그 상황에 반응하고 적응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살아가며 겪게 되는
무수한 경계들 중에는
즐겁고 행복을 가져 오는 것들고 있으며
괴롭고 답답함을 가져오는 것들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그저그런 별다른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경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수한 경계들 속에서
우리들은 나름대로 반응을 해 나가며 살아가게 됩니다.
때로는 화를 내고, 주먹이 날아가기도 하고,
환한 웃음을 짓기도 하며, 행복에 겨워하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우리의 반응도 각양 각색입니다.
이러한 각종의 경계에 따라
우리의 마음은 행복과 불행을 오고 갑니다.

이런 경계에 대한 반응을 함에 있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항상 평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진정 참다운 수행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순간순간 마주치는 경계를 대할 때
중생들의 반응은 습관적이며
업장에 이끌리기 쉽습니다.
경계의 종류에 따라
쉽게 좋아하고 쉽게 괴로워하며
그렇게 수도 없는 나날을
지옥.. 천상.. 지옥.. 천상..
끊임없이 오고 가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바른 수행자가 있어
다가오는 경계, 상황을 대함에 이끌리지 않고
주인이 될 수 있다면 올바른 수행자일 것입니다.

중생의 소견은 상황을 대할 때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방향으로
반응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욕구가 좌절되는 순간 괴로움을 느끼고,
욕구가 성취되는 순간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순간 순간 다가오는 경계에
가지고 있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본능을 일으키다 보니
때로는 욕구가 충족되고
때로는 욕구가 좌절되는 것입니다.
욕구를 무한히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법이겠지만
우리네 인생이 그럴 수 만은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욕구가 충족될 때
행복을 느끼고
좌절될 때 불행을 느낀다는 것은 알지만
욕구가 놓이는 순간
해탈을 느낀다는 것은 너무도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순간 순간의 경계에 욕구를 충족시키고
혹은 좌절되는 그 어떤 마음도 놓음으로써
드러나는 마음처럼 맑고 순수해 질 수는 없습니다.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상황이란 끝없는 문제의 연속이기 때문에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상황이 해결 되는 순간
다른 상황은 이미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순간 순간의 경계에 놀아나지 말아야
올바른 수행자입니다.
삶의 당당한 주인공입니다.
순간의 경계에 대한 욕구를 놓아버림으로써
생활 속에 닥치는 그 어떤 경계도
여여하고 담담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붙잡고 세상을 살아가기에 힘이 듭니다.
수행이란 끝임 없는 '놓음'의 연속입니다.
놓고 가는 삶이 진정 자유롭습니다.





 

추야우중(秋夜雨中)
 

秋風唯苦吟  - 가을바람에 외로운 한숨소리
世路少知音 - 세상에 알아주는 이 적네
窓外三更雨 - 밤은 깊은데 창 밖에 비는 내리고
燈前萬里心 - 등불 앞 고향 그리는 아득한 마음이여)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狂奔疊石吼重巒 - 미친 물 바위를 치며 산봉우리 울리어
人語難分咫尺間  - 사람 소리 지척에서도 분간하기 어렵네
常恐是非聲到耳 - 세상의 시비소리 귀에 들릴까 두려워하여
故敎流水盡籠産 - 일부러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막았네

 

- 최치원(崔致遠)

 
   



 



 


천천히 가는 삶 / 아르테미스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천천히 가자.
굳이 세상과 발 맞춰 가려 애쓰지 말고,
게으로이 제 호흡대로, 제 혜음대로 가자.
늦다고 제촉할 이, 내 자신말고 누가 있겠는가..?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남보다 앞서 갈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가자.
사는 일이 욕심 부린다고 뜻대로 살아지나..?

다양한 삶이  한울 안에 공존하며
다양성이 존중될 때만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이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에서,
너와 내가 아름다운 동행인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쪽에 네가 있으므로
이 쪽에 내 선 자리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함께 부디껴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 귀한 사람.
너는 너대로 가고, 나는 나대로 가자.

네가 놓치고 간 것들 뒤에서 거두고 추슬러 주며 가는 일도
나름 보람되고, 즐거움 아니겠는가..?
가끔은 쪼그리고 앉아, 애기똥풀이나
돌 틈 사이로 피어난 민들레 꽃을 들여다 보는 기쁨도,

오솔길 걷다가 포송거리며 날아 오르는
종다리를 보는 사소한 행운도
특혜를 누리는 사람처럼 감사하며 천천히 가자.

굳이 세상과 발맞추고, 보폭을 빠르게 할 필요는 없다.
불안해 하지 말고,
모람모람 웃 자라는 욕심을 타이르면서, 천천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