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이 없이 모든 것을 하라

2016. 5. 1. 10:2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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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이 없이 모든 것을 하라



"많은 법우님들께서 '방하착' '방하착' 하니
그렇게 다 놓으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많이들 궁금해 하셨습니다.
다 놓고도 일체를 다 할 수 있는 도리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방하착, 방하착 하니
많은 이들이 의심을 가집니다.
그러면 다 놓고 나면 어떻게 하지...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저 돌처럼 바위처럼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방하착(着)이란
착심(着心)을 놓으라는 것이지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저 멍 하니
바보처럼 세상을 소극적으로 살아가라는 말이 아닙니다.

집착하는 마음을 놓으라는 것입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라 하였습니다.
마땅히 마음을 내되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라...

마땅히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아갈 일입니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게으르지 말고 살아갈 일입니다.
다만 마음을 한 쪽으로 머물러 착(着)을 두어선 안됩니다.

게으르게 사는 것은
복을 까먹는 일일 뿐입니다.
적극적으로 복을 짓고 순간 순간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 밝은 깨침의 마음으로 늘 순간의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돈을 벌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벌되 돈에 대한 '집착'으로 벌지 말라는 것입니다.
돈 그 자체에 마음이 머물면
많이 벌게 될 때 즐거울 수 있지만
돈을 벌지 못하게 되면 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돈에대한 집착을 놓으면
많이 벌어야 한다는 집착을 놓았기에 적게 벌어도 여여하며,
많은 돈을 벌었어도
다른 이를 위해 보시를 할 때
아깝다는 마음 없이 무주상보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돈에 대해 집착이 없으니 돈에 머물지 않는 무주상보시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랑을 해야지 '집착'이 되어선 안된다는 말입니다.
그 사람을 위해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이 떠나가더라도 그 사람이 잘 된다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면
나와 함께 해서 괴롭더라도 붙잡고 싶어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다는 이유로
그를 증오하고 괴롭히며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가만히 살펴봅니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집착'일 뿐입니다.
'내 여자' '내 남자'라고 하는 또 다른 아상일 뿐입니다.

상대방이 '내것'이라는 생각
나 좋은 대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아집(我執)'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맑고 순수하게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함이 없이 하라는 도리인 것입니다.

이렇듯 집착을 놓아버리는 일이야말로
끊임없이 계속되는 욕망의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괴로움의 연장인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순간 순간 올라오는 경계를
그저 주인공, 불성, 한마음, 본래면목, 참나라고 하는
그 지고함 속에 넣고 녹이는 것입니다.
내 안에서 녹이는 것입니다.

일체의 모든 경계를 이렇듯
내 안에 밝은 자리에 놓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방하착.. 놓고 가는 이는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떳떳하고 당당합니다.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으며,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기에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항상 여여합니다.

함이 없이 늘 묵묵히 일을 해 나갑니다.
이렇듯 함이 없이 해야합니다.
일을 하며 '내가 한다'는 생각이 끼어들면 위험합니다.
그렇기에 그 마음
'내가 한다'고 하는 그 아상, 아집을 놓고 가는 것입니다.

방하착엔
내가 한다는 마음이 없기에
설령 괴로운 경계가 닥치더라도
괴로움의 주체가 없기에 하나도 괴로울 게 없습니다.

내가 괴로워야 하는데 아상을 놓았으니
괴롭지 않은 것입니다.
아니 괴로울 것이 없는 것입니다.

다만 '괴로움'이란 현상만 있을 뿐
내가 괴롭다는 느낌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됩니다.
나를 놓고 나면 이렇게 자유롭습니다.

 

   

 

백합 같은 소중한 인연 수천 / 김용오 흐릿해져 가는 그 모든 기억들에서 다른 모든 것들은 잊혀져가도 보석이듯 담아 두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내가 힘들었을 때 조용히 곁에 와 내 얘기에 귀기우리고서 무거운 짐을 나누어 짊어 준 별이라 부르고픈 놓치고 싶지 않은 그대의 아픈 이름일 것입니다. 그대의 이름을 잊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내팽개쳐 버리고 싶었지만 못내 버릴 수 없었던 거짓된 나의 삶의 방식에 있어 많이도 아주 많이도 깨우치게 하여 그대의 좋은 점을 닮게 해주어 빛을 보고 빛이라 할 수 있고 숲을 보고 숲이라 할 수 있는 전혀 다른 나를 만들어 준 고맙고 고마운 백합 같은 인연 별이라 부르고픈 놓치고 싶지 않은 그대의 아픈 이름일 것입니다.

 
 






대담자 서문

인생을 묻고 싶었던 선지식을 만나다

 

 

 

 

 스님들을 만나 인생을 묻고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고 살아온 지 어느덧 25년이다.

그 세월은 늘 행복함으로 충만했고 내 인생도 아름답게 변화했다고 감히 고백하고 싶다.

그러한 행복한 시간의 강물을 건너오면서 가장 최근에 만나 뵙고 인생을 물은 선지식이

수덕사 덕숭총림 방장이신 설정스님이다.

스님과의 첫 만남은 십오륙 년 전 문경 봉암사에서였다.

 먼 산에 눈길을 둔 채 선방 툇마루에 앉아 계시는데 얼굴에 웃음이 하나 가득이었다.

온통 흰 눈썹에 온화하고 환한 미소,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듯 무심하고 고요했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큰 병고를 치른 뒤 선방에서 안거를 나고 있던 중이었다는 걸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알았다.

그날 스님을 먼 벌치에서 뵈면서 언젠가 한번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 생각을 내는 순간 하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금언이 10년 후 현실이 되었다.

몇 년 전 선지식들에게 인생을 물은 책 ‘인생을 낭비한 죄’ 출간을 앞두고 스님을 떠올렸다.

책의 주제인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사는 방법에 대해 누구보다 좋은 말씀을 해주실 것 같아 수덕사로 달려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요?

 아무런 준비 없이 객을 맞았으나 스님의 진솔한 말씀은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었고,

두 시간 말씀을 듣는 동안 마음이 확 트이면서 용기와 희망이 샘솟았다.

 “인생은 정성을 다해 사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습니다. 나의 참 생명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십시오.

  스님께서 하신 원고지 50매 정도 분량의 말씀은 읽고 또 읽어도 처음 듣는 듯 새로웠다.

삶에 용기와 지혜가 필요할 때마다 스님이 하신 말씀들을 상기하면서 좀 더 깊은 인터뷰를 통한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용기를 얻고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냈다.

스님의 상좌인 주경스님을 만나 이러한 생각을 전했더니,

‘그러잖아도 은사스님의 삶과 법문을 담은 책을 내드리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며 뜻을 함께 했다.

 그런데 정작 스님께서 흔쾌히 동조하지 않으셨다. 아직 구경究竟에 이르지 못했으며,

일생을 담은 책을 내기에는 모순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부처님 경전으로 책은 충분하지 않느냐고 하시는 스님을 설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진실하고 사람답게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말씀을 해주십시오.

 나의 간곡한 부탁을 스님은 중생에 대한 자비심으로 끝내 물리치지 않으셨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승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해서 얘기해봅시다."

 지금, 여기에 몰입해서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것이 인생의 핵심이자 행복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2년여에 걸쳐 이루어진 열네 번의 인터뷰는 매번 열정적이고 감동 깊었다.

  “우리가 사는 게 뭡니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는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 삶의 보람은 무엇이며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걸 확실히 알고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입니다.

 인생이라는 광활한 무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승가에 들어온 출가자들의 사명은 무엇인지,

누구나 지니고 있는 참 생명을 드러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정성을 다해 말씀해주신 것을 그대로 기록했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근간은 우리 삶의 영원한 테마인 ‘어떻게 살 것인가’(2부)에 있지만, ,

스님의 삶과 수행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큰 축을 이루었다.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세상 사람들을 위해서 기꺼이 속내를 꺼내 보인 스님의 삶은

결코 쉽고 편하게 살지 않겠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실천한 신념과 열정의 흔적이었다.


스님은 1954년 열네 살에 출가해서 승가 안팎의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강원과 대학을 마쳤다.

수덕사 본사 주지와 조계종 종회 의장을 역임하면서 부처님과 세상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 세월을 살았고,

생사를 넘나든 병고를 이겨낸 뒤 출가 본사인 덕숭산 수덕사로 돌아와 후학들과 함께 매 안거마다 치열하게 정진하고 있다.

출가에서부터 총림의 방장으로 있으면서 수행의 현장에 있는 현재까지의 삶을 1부에 담았다.

그리고 승가에게 전하는 스님의 간곡한 메시지를 3부에,

수덕사의 수행전통의 뿌리인 경허선사의 삶과 사상을 스님의 말씀을 통해 기록한 것을 4부에 담았다.

적지 않은 세월 스님들의 삶의 글로 써온 작가로서

 한국불교 역사의 현장을 통과해온 스님들에 대한  1차적인 기록이 한적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껴왔다.

생존해 계실 때 생생한 증언을 통해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포교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이 책에 가지는 중요한 의미는 불교 역사의 한 복판을 가로질러 온 스님에 대한 일차적 기록에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 이순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스님의 인문학적 메시지가 담겨있어

삶을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설정 스님은 스님들 사이에서 가장 스님다운 스님으로 평을 받고 있고,

또 후학들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스님으로 꼽힌다.

그러한 스님을 가까이에서 뵙고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행운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도 이 책을 내는 이유 중의 하나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삶과 말씀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전해 받았으면 더할 수 없는 보람이 되겠다.  

다만 대담자의 부덕함으로 인해 스님의 내면의 향기를 다 전하지 못함을 아쉽게 여기며 이 책을 펴낸다.

끝으로, 만나 뵐 때마다 온 정성과 최선을 다해 작가의 질문에 답을 해주신 설정 큰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깊은 삼배를 올린다.

스님을 뵈면서 쉽고 편한 길을 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배웠고,

선지식은 자신은 버리고 온전히 뭇 생명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요?


 아무런 준비 없이 객을 맞았으나 스님의 진솔한 말씀은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었고,


두 시간 말씀을 듣는 동안 마음이 확 트이면서 용기와 희망이 샘솟았다.


 “인생은 정성을 다해 사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습니다.


나의 참 생명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십시오.


 


“진실하고 사람답게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말씀을 해주십시오. 


  “우리가 사는 게 뭡니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는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


삶의 보람은 무엇이며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걸 확실히 알고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입니다..



스님은 1954년 열네 살에 출가해서

승가 안팎의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강원과 대학을 마쳤다.

수덕사 본사 주지와 조계종 종회 의장을 역임하면서

부처님과 세상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 세월을 살았고,

생사를 넘나든 병고를 이겨낸 뒤 출가 본사인 덕숭산 수덕사로 돌아와

후학들과 함께 매 안거마다 치열하게 정진하고 있다.

 

 

- 박원자(승진행) 


20164월 세상의 꽃들이 만발한 날

이 책을 읽고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