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輪回)의 문제점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좋은 것은 널리 알려야 한다
만약 윤회가 참이고 자작자수(自作自受)가 참이라면 남들에게 불교를 전파할 이유가 없다. 그냥 자기 혼자 선행을 하고 좋은 내생을 받으면 될 일이다. (이것이 소위 소승불교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열심히 불교를 전파할까? (보통 이것을 자비심이라 하고 이렇게 하는 이들을 대승이라 하지만 더 깊은 숨은 이유가 있다. 집단 무의식적인 이유이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행·불행은 다른 이들로부터도 오기 때문이다. 세상의 낙(樂)과 고(苦)는 대부분 타인으로부터 온다. 사람들은 자유의지를 가졌으므로 나와 관계없이 의지를 낼 수 있고, 그 의지가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인정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사회를 이루고 사는 생물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가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화(禍)를 당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인간적인 화뿐만이 아니라 번개·폭풍·홍수·산불·질병 등 천재지변도 있으나, 최소한 인간적인 화(禍)는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면 나에게 끼치는 화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끼치는 화가 줄어들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인간사회에 종교가 성(盛)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지구의 종교는 지구에만 신경을 쓰듯이(예를 들어 지구인 중에 마두상은하의 외계인들을 걱정하는 종교인은 없다), 자기 집단의 종교는 자기 집단에만 신경을 쓴다. 문제는 이로부터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집단 간(間)에 무력충돌이라는 비극이 발생했고 지금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외계인이 발견되면 외계인과 지구인 사이에 종교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주 곳곳에서 우주종교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참화가 지구에 도달하지 않기를 빈다. 지구인을 발견한 외계인의 군사력이 지구보다 월등하다면 지구엔 재앙이다. 지구인의 잡다한 신들에게 아무리 빌어도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이 외계인들이 의학발달로 영생한다면 지구상의 가장 고등종교인 불교의 윤회론조차 미개한 교리라고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다. 지구인들에게 잔인한 짓을 하는 외계인들에게 ‘윤회에 의한 인과응보’를 들며 ‘제발 그러지 말라’고 설득하려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윤회에 의한 인과응보는, 영원히 살아서 윤회가 없는 생명체들에게는, 설득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회를 믿는 달라이라마도 육식을 하고 아무 탈이 없는데 영생하는 외계인이 미개한 인간을 잡아먹은들 무슨 탈이 있겠는가? 만약 직접 잡아먹지 않고 남이 잡은 걸 먹으면, 예를 들어 마두상은하 외계인들이 안드로메다 외계인들로부터 인간고기를 수입해 먹으면, 더 탈이 없을 것이다. 인간의 죽음이란 사실은 ‘외계인들에게 마음이 먹혀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설이 있다. 그걸 감추려고, 즉 진상을 파악한 인간이 마음이 무르익기 전에 절망 끝에 자해하고 자살하는 소동을 막으려고, 외계인들이 인간농장에 퍼뜨린 장치가 윤회론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는 지구인들이 외계인들에게 발견 당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훨씬 더 낫다. 인간의 외계인에 대한 동경과 외계인발견의 소망은 어리석은 동경과 소망일 가능성이 크다. 어렵게 상형문자를 발명한 산에 사는 멧돼지가 산 밖으로 ‘나 여기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면 삼겹살 바비큐 신세가 된다. 자기지능에 대한 과신(過信)은 이처럼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한다.)
작은 집단의 종교일수록 그 집단이 큰 집단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된다. 종교가 교리를 수정해가며 큰 종교로 발전해가는, 즉 진화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류집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라는 집단생물체의 안위와 행복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설사 윤회가 참이라 해도 자기만 알면 아무 소용이 없다. (좀 이질적인 예를 들자면 증시에서 호재를 미리 알고 특정주식을 샀더라도 타인이 그 호재를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주식을 산 후 적당한 시기에 그 호재가 타인에게 알려져야 한다. 널리 알려질수록 더 좋다.)
타인들도 자기들이 윤회한다는 것을 알아야 나의 고통이 줄어든다. (물론 타인의 고통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집단의 고통의 감소와 행복의 증가’이다. 설사 윤회가 참이 아니더라도, 윤회라는 개념이 이런 유효한 기능을 할 수 있으면 좋다. 이걸 불교에서는 방편이라고 한다. 문제는 한때 유용했던 도구일지라도, 인간의 인지가 비약적으로 발달함에 따라 도저히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한때는 에덴동산이라는 개념이 유효했지만,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화형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선행을 하게 만들었지만, 도도한 과학의 발달은 진화론을 발견하여 에덴동산이라는 방편을 무력화하고 있다. 그게 20세기 말에 가톨릭의 진화론 수용으로 나타났다. 과학발전은, 이런 종교적인 방편의 무력화를 가져왔으나, 기후와 기아와 질병으로부터의 대폭적인 해방을 가져와 인류의 행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종교가 인류행복에 기여하려면 과학을 받아들여 교리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시대의 미신과 맹신으로 남을 것이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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