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가, 백납가, 고루가 (나옹스님)

2016. 8. 20. 18:1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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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가, 백납가, 고루가 (나옹스님)


 


ㅇ 완 주 가 ㅇ




신령한 이 구슬은 지극히 영롱하여,


본체는 항사(恒沙)를 둘러싼 안팎이 비었도다.


사람마다 부대 속에 당당히 있어,


언제나 희롱하여 희롱이 끝이 없다.




마니(摩尼)라고도 하고 영주(靈珠)라고도 하나니,


이름과 모양은 많으나 본체는 다르지 않네.


세계마다 티끌마다에 분명하나니.


마치 밝은 달이 가을 강에 가득한 듯하도다.




배고픔도 그것이요 목마름도 그것이나,


목마름과 배고픔을 아는 것은 대단한 것 아니네.


아침에는 죽 먹고 재(齋)할 때는 밥 먹으며,


피곤하면 잠자기에 어긋남 없네.




어긋남도 그것이요 바름도 그것이매,


미타(彌陀)를 염불하는 수고가 없네.


혹 집착하기는 하나 집착이 없으매,


세상에서 자유로워 그는 곧 보살일러라.




이 마음구슬은 붙잡기 어려워


분명하고 영롱하나 얻기 어렵네.


형상이 없으면서 형상을 나타내고,


오고 가도 자취없어 헤아리기 어려워라.




쫓아가도 못 따르다가 갑자기 스스로 와,


서천에 잠시 갔다가 순식간에 돌아오네.


놓으면 허공도 그 옷 안에 들고


거두면 티끌보다 쪼개기 어렵구나.




불가사의한 그 몸이 굳고 단단하거니,


모니(牟尼)는 제 마음의 왕이라 불렀도다.


그 작용은 끝이 없고 또 다함이 없으매,


세상 사람들 망년되이 스스로 잊고 있네.




정령(正令)의 행이여, 누가 그 앞에 서랴.


부처도 악마도 모조리 베어 조금도 안 남기네.


그로부터 온 세계에 다른 물건은 없고,


피는 강에 가득하여 급히 흐른다.




눈도 보지 않고 귀도 듣지 않나니,


보지도 듣지도 않음이 참 보고 들음이네.


그 가운데 한 알의 밝은 구슬이 있어


토하거나 삼키거나 새롭고 새로워라.




마음이라고도 하고 성품이라고도 하나,


선이나 도란 원래 억지로 한 말이다.


사고(師姑)도 여인으로 된 것임을 진실로 알면,


걷는 수고 하지 않고 저곳에 도착하리.




부처도 없고 악마도 없나니,


악마도 부처도 뿌리가 없는 눈(眼)속의 꽃이니라.


언제나 날로 쓰면서 마침내 무사하매,


신령한 구슬이라 하면 나무람을 받으리.




죽음도 없고 남(生)도 없으매.


항상 비로자나 정수리를 밟고 다니네.


거두거나 놓거나 때를 따르매,


마음대로 작용하여 골격이 밝네.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으면서


서거나 앉거나 분명하여 언제고 떠나지 않네.


힘을 다해 그를 좇으나 그는 떠나지 않고


있는 곳을 찾아보아도 알 수 없도다.


 


아하하하 이 어떤 물건인가,


일, 이, 삼, 사, 오, 육, 칠이로다.


세어 보고 뒤쳐 보아도 끝이 없나니.


마하반야바라밀이네.



 


 


ㅇ 백 납 가 ㅇ




이 백납이 가장 내게 알맞나니,


겨울. 여름 입어도 언제나 편리하다.


누덕누덕 꿰매어 천만의 맺음이요,


겹겹이 기웠으매 먼저와 나중 없다.




혹은 자리도 되고 혹은 옷도 되나니,


철과 때를 따라 쓰되 어기지 않네.


지금부터 上行에 만족할 줄 알았거니,


음광(飮光)의 끼친 자취 지금에 있다.




한잔의 차와 일곱 근의 장삼을,


趙老는 부질없이 재삼 들기 수고했다.


비록 천만 가지의 玄妙한 말 있다 해도


어찌 우리집의 백납장삼만 하랴.




이 누더기옷은 편리한 점 매우 많나니,


입고 가며 입고 옴에 일일이 편리하다.


취한 눈으로 꽃을 보고 누가 구태여 집착하랴,




깊이 도에 사는 이는 능히 스스로 지키거니,


이 누더기가 몇 춘추를 지난 줄을 아는가,


반은 바람에 날아가고 반만 남았네.


서리치는 달밤의 초암(草庵)에 앉았노니,


안팎을 가릴 수 없어 모두가 蒙頭인데,


몸은 비록 가난하나 도는 다함이 없어,


천만 가지 묘한 작용은 끝이 없어라.




누더기에 멍청이 같은 이 사람 웃지 말라,


일찍 선지식 찾아 眞風을 이어받았거니.


해어진 옷 한 벌에 여읜 지팡이 하나,


천하를 횡행해도 걸릴 데 없네.




江湖를 돌아다니며 무엇을 얻었던가,


원래 배운 것이라곤 빈궁 뿐이었다.


이익도 이름도 구하지 않고


백납의 가슴이 비었으니, 무슨 情이 있으랴.




한 바리의 생애가 어딜 가나 족하거니,


그저 이 한 맛으로 여생을 보내리라.


생애가 족하거니 또 무엇을 구하랴,


어리석은 이들 分外의 것을 구하는 것 우스워라.




전생에 복락을 모아두지 못하고서,


천지를 원망하며 부질없이 허덕이네.


달도 기억 않고 해도 기억 않으며


경전외기나 좌선도 하지 않네.




누런 얼굴에 잿빛 머리인 이 천치 바보여,


오직 한 벌 백납으로 여생을 보내리라.





ㅇ 고 루 가 ㅇ




이 마른 해골은 몇천 년 동안,


축생이나 人天으로 허덕였던가?


지금 진흙 구덩이에 떨어졌으니,


반드시 전생에 마음 잘못 썼으리.




한량없는 겁 동안 性王에 어두워


육근은 분주히 靑黃으로 달렸으리.


다만 탐애만을 친할 줄 알 았거니,


어찌 머리 돌려 바른 광명 보호했으랴.




이 마른 해골은 매우 어리석 고 완악하여


그 때문에 천만 가지의 악을 지었지만,


하루아침에 無, 有가 공 임을 꿰뚫어 보았더라면


寸步도 떼지 않고 벗어난 몸 찾으리라.




그 당시의 가장 좋은 시절 등지고,


이리저리 허덕이며 바람 쫓아 날았으리.


권하노니 그대는 빨리 머리를 돌려,


眞空을 굳게 밟고 바른 길로 돌아가라.




모였다가 흩어지고 떴다가 가라앉나니,


저승이나 이승이나 마음 편치 않으리.


다만 한 생각에 능히 빛을 돌이키면,


단박 생사 벗어나 뼛속 깊이 들어가리.




머리에 뿔이 있거나 없거나,


삼도(三途)를 기어다니면서 어찌 능히 깨달으리.


문득 先覺들의 교훈을 의지하면,


비로소 그 잘못을 알리라.




어리석음 혹은 탐욕, 분노로 곳곳에서


혼미하여 망진(妄塵)을 뒤집어 쓰네.


머리뼈가 바람에 날려 남북으로 흩어졌거니,


어디서 참사람을 볼지 몰라라.




생전에도 그르치고 죽 어서도 그르쳤거니,


세세생생에 또 거듭 그르치리.


만일 한 생각에 無生을 깨달으면


그르침이란 원래 그르침이 아니네.




추한 데도 집착하고 고운 데도 집착하여,


집착하고 집착하면서도 깨닫지 못하였다.


단박 한소리에 얼른 몸을 뒤쳤으면,


눈에 가득 허공이 모두 떨어졌으리라.




그르거나 혹은 옳거나, 시비의 구덩이에서


항상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죽은 뒤의 백골 무더기 깨닫 지 못했거니,


당당한 데 이르러도 자재하지 못하도다.




이 마른 해골이여, 한 번 깨달으면


광겁의 무명도 단박 재가 되리라.


이때부터는 恒沙의 모든 불조 와


백천의 삼매 따위도 시기하지 않으리라.




시기하지 않으니 무슨 허물 있으 랴,


생각하고 헤아림이 곧 허물이니라.


만일 반(盤)의 구슬처럼 잘 운용하 며,


겁석도 그저 잠깐 지나가리라.




법도 없고 부처도 없으며,


마음도 없고 물건도 없으니,


이 경지에 이르면 그것은 무엇인가?


추울 때는 불을 향해 나 무조각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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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 잠에서 깬 코끼리가 개미에게 소리쳤다.
“야 임마! 무겁다, 내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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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개미가 앞발을 번쩍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조용해 자슥아! 콱 밟아 죽이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