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11. 16:58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문]모두가 한 바탕이라고 생각하니 예전의 간절한 마음이 덜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그 질문을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시오. 모두가 한 바탕이라면 간절한 마음이니 덜 간절한 마음이니 하는 구분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며, 또 예전엔 간절했는데 지금은 그런 간절함이 덜해서 걱정이라는 그놈은 또 누구요? 모두가 한 바탕이라면서. · · · · · · 아직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내가 거기에 얼마나 부합하게 행동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렇지 못한가를 가지고 공부 진척의 척도로 삼는다면 그 사람은 아직 법문도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오.
모두가 한 바탕이라는 소리를 알아듣고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그것을 하나의 알음알이로 쌓아나가는 것으로써 공부를 삼는다면 그건 전혀 거꾸로 가고 있는 거요. 그렇게 한 바탕이라고 아는 것과 자취도 없이 참으로 그 한 바탕에 계합해버린
것과의 차이를 막연하게나마 한번 떠올려 보시오. 보이는 족족 죄다 하나라고 들이대며 다니지 않을까 걱정이오. 이 법이 본래 일여(一如)하여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지만, 미혹한 중생이 연생(緣生)이 무생(無生)인 도리를 깨닫지 못하고 어리석게 면전의 경계를 취해 그것을 고유의 성품을 지닌 실체로 오인하여 분별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그
미혹을 떼어주기 위해 모두가 한 바탕이라고 말한
것뿐이오. 꿈속에선 울퉁불퉁한 온갖 것들이 저마다 고유의 성품을 지닌 실체로 나타나 한바탕 꿈판을 벌이지만, 꿈을 깨고 나면 그것이 몽땅 제 한마음이 변해서 나투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듯이, 유정, 무정을 막론한 지금 면전의 모든 이런 것 모든 저런 것들은 전부다 본래의 참된 성품 바다에서 인연 따라 꿈처럼 그림자처럼 나투어진 것이니, 그것을 다시 하나니 둘이니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인 거요.
그러니 한 바탕이라는 말을 들었거든 그 말을 추켜들고 한 바탕이니 아니니, 한 바탕이라 간절함이 없어지니 어쩌니 하며 뽀얗게 먼지만 피우지 말고, 모든 것이 한 바탕이라면 과연 그게 무슨 뜻인가를 좀 더 진지한 자세로 투철하게 참구해 보시오. - 현정선웡 대우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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