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8. 20:3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다 묻기도 전에 분명한 소식
본성은 묻기 이전에 분명하고 답하기 이전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법을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완연하며, 모르는 마음이 동하자마자 다 드러났습니다.
이미 완전한 이것이 아니면 단 한마디도 할 수 없고, 의문도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이미 부족함 없는 이 일이 아니면 모를 수도 없고, 아는 일 또한 불가능합니다.
본성은 무엇을 아는 일도 아니고 모르는 일도 아닙니다.
본성은 말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말할 수 없는 일도 아닙니다.
이 모두가 본성으로 그려진 허망한 그림자일 뿐입니다.
지금 무슨 경험을 하고 있든 분별되어 드러난 현상이 아니라
모든 현상을 펼쳐내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이라고 분별할 수 없어 텅 비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없음도 아니어서
온갖 것이 여기서 살아있습니다. 없는 일 또한 이것으로 생생히 깨어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모든 일들이 다만 이 한 개의 일입니다.
삶에 대한 그림들, 죽음에 대한 그림들이 바로 지금 이것으로 그것이 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 쉽고 어려운 일, 기쁘고 괴로운 일이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이것입니다.
온통 이 하나의 일이 있을 뿐이기에 임제 스님이 법을 다 묻기도 전에
황벽 스님이 한 방망이를 때린 것입니다. 묻고 답하는 일에 빈틈이 없이
너무도 분명하기에 황벽 스님은 곧바로 가리켜 보인 것입니다.
또한 법에 대한 망상을 일으켜 의문에 떨어지기에 이 망상을 부수려고
한 방망이 때린 것입니다. 묻는 자리가 바로 답하는 자리이고,
때리는 자리가 바로 맞는 자리입니다.
이 하나의 깨어있음에서 묻기도 하고 답도 하며,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주인도 있고 손님도 있고, 스승도 있고 제자도 있지만,
본래 주인도 없고 손님도 없으며,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습니다.
온갖 말을 다 하지만 말이 있는 것이 아니며,
온갖 생각을 다 하지만 허망한 생각일 뿐입니다.
온갖 행동을 다 하지만 자취가 없고, 온갖 경험을 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습니다.
바로 지금 생생히 깨어있는 일. 생생히 깨어있다는 말이 뜻이 되기 이전에
분명한 일. 분명하다는 말도 여기에서는 허망해지는 일. 말할 수 없지만
온갖 말이 말이 되는 이것. 이것일 뿐입니다. 이것이 아닌 이것일 뿐입니다.
봄을 알리는 매화 향기가 그윽한 한 방망이 소식입니다.
- 릴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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