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과 카라마조프 총무원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조계종 총무원에 이상한 소문이 들려왔다. 미륵 부처님이 환생하셨다는 이야기였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은 총무원은 조사단을 파견해 사실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말로 미륵부처가 환생했다고 보고했다. ‘그분이 어떻게 생활하시느냐’는 물음에,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 회상에서 제자로 살 때와 똑같이 탁발을 하며,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고 대답했다. 총무원은 원로회의와 종회를 소집해, 미륵 부처님이 환생하셨다는데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토의를 했다. 난상토론 끝에 입장을 정리한 총무원은 미륵 부처에게 대표단을 보내 총무원의 입장을 설명했다. “미륵 부처님, 오시려면 약속대로 56억7천만년 뒤에나 오시지 이렇게 빨리 오시면 저희는 앞으로 무얼 해 먹고 살라는 말입니까?” 특히, 젊어서 살날이 많은데다가 (사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공적으로도) 쓸데없이 벌려놓은 일이 많은 종회의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얼마나 번다(煩多)히 일을 벌였는지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있는 걸 피치 못하게,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들도 제법 있다.
나쁜 놈들은 성인의 출현을 반기지 않는다. 특히 사악한 성직자들이 그렇다. 성인을 팔아먹고 살면서도, 정작 성인의 출현은 반가워하지 않는다. 심하게 얘기하자면, (삿된 선정을 닦은 자들을 고용해서 도리천과 사바세계의 중간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암살할지도 모른다. 그게 어렵거나 미수로 끝나면, 어용언론을 동원해서 가짜(미륵 부처)로 몰면 된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광고가 안 되면 무용지물이 되듯이, 성인도 성인이라 알려지지 않으면 설사 출현할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성인은 ‘질 좋은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주겠노라’ 했지만, 질 나쁜 제자들은 ‘성인이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준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 방법을 알려주겠노라고 (의도적이건 비의도적이건) 사기를 치며 얼토당토않게 비싼 값을 받기 때문이다.
이상은, 필자가,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기독교 예수재림 이야기를, 불교 미륵환생 이야기로 각색한 것이다.
기업도 세계화를 하고, 학문도 세계화를 하고, 심지어 딴따라라고 멸시받던 연예계도 세계화를 하는데, 한반도 남쪽에 틀어박혀 세계화를 안 하는 집단이 있다. 불교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계종이다. 숭산 스님이 이미 수십 년 전에 원대한 포부를 품고 바다를 건너 한국불교를 서구에 퍼뜨렸고 그 결과 100여 명의 외국인 승려가 배출되었는데, 지금 이 승려들이 환속을 하거나 등을 돌리며 한국불교를 떠나고 있다.
그제 한국불교 탈퇴를 선언한 현각 스님에 의하면, 한국불교의 전근대적인 풍토 때문이라고 한다: 유교문화, 상명하복 위계질서, 출가·재가차별, 남녀차별, 기복풍토, 금전숭배, 정부가 만든 프랑켄슈타인 템플스테이 등을 꼽는다. (승려도 연고가 없는 절에 묵으려면 공짜로 묵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짓은 자기 애인에게도, 잠자리를 할 때마다, 돈을 받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창녀와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이다.)
필자는 현각 스님을 조계사 주지나 총무원장으로 앉히면, 한국불교가 비약적으로 발달할 걸로 본다. 전 세계에서 구도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걸로 믿는다. 200억 원이나 되는 조계사의 수입을 얼마나 알차고 복되게 쓸 것인가?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끼리끼리 모여서 수상한 짓이나 모의하는 자들이 하는 것보다야, 천배 만배는 나을 것이다. 이자들은, 일체 고정관념을 배격하는, 선불교가 가진 유연성을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기들 나쁜 짓을 정당화하는 데 쓰고 있기 때문이다.
현각이 떠나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라고 한 적이 없는데 스스로 오더니 대접이 시원찮다고 비난을 하며 떠나는 건 무슨 경우냐’는 것과, ‘얼마나 한국불교가 부패했으면, 25년이나 몸을 담은, 한국불교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떠나겠느냐’는 것이다. ‘세상은 항상 더럽고 혼란에 빠져있으므로 그걸 이유로 떠날 수는 없는 일이고, 오히려 머물며 세상을 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건 물을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힘 있는 대근기(根氣) 사람에게나 할 말이지, 거센 물결에 자기 몸 하나 가누기 힘든 힘없는 소근기의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다. 현각이 어떤 근기인지는 오직 현각 자신만이 알 일이다. 현각이 보기에, 부처님 당시의 힌두교와 지금 한국불교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환망공상에 빠져있을까? 독자 여러분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시는가?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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