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1. 11:1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물위에 나뭇가지처럼 / 길상스님
수행하는 사람은
마치 물 위에 떠서 흘러가는
나뭇가지와 같다.
양쪽 기슭에 가 닿지도 않고,
누가 건져 가지도 않고,
소용돌이에 휩쓸리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다면,
이 나뭇가지는 마침내
저 드넓은 바다에 다다를 것이다.
우리들도 이와 같아서
탐욕에 빠지거나
잘못된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정진에 힘쓴다면 반드시 뜻을 이룰 것이다.
[사십이장경]
물 위에 떠서 흘러가는 나뭇가지,
물 위에 떠서 흘러가는 나뭇가지를 잘 기억하라.
내 존재가
그저 저 물 위에 떠서 흘러가는
나뭇가지가 되도록 하라.
나뭇가지는
억지로 물의 기슭 마른 땅으로 가려고 애쓰지 않고,
빨리 가려고 애쓰거나 늦게 가려고 애쓰지도 않으며,
물가의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으며,
양 갈래 길이 나오더라도 어느 한 길을 고집하지 않고,
다만 큰 물줄기의 흐름을 타고
완전히 온 존재를 그 흐름에 맡겨 흐를 뿐이다.
그렇게 완전히 내맡기고 흐르기 때문에
흐르면서도 그 어떤 집착도 결박도 멈춤도 없고
자연스럽게 완전한 놓음을 순간 순간 행함 없이 행한다.
그렇듯 흐름에 들 때에만
비로소 썩지 않은 채 저 드넓은 바다에 다다르는 것이다.
수행자가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내던지고,
어떻게 살려고 애쓰는 흔적을 지워버리고,
어느 한 쪽의 삶만을 선택하려는 노력을 던져버리고,
삶의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빨리 가려고도 늦게 가려고도 애쓰지 않고,
다만 우주적인 삶의 큰 물줄기에
온 존재를 내맡긴 채 다만 흐르기만 할 수 있다면
그는 반드시 큰 자성의 바다에 다다를 것이다.
내 앞에 펼쳐진
인생이라는, 삶이라는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완전히 나뭇가지처럼 나를 버리고 내맡겨 보라.
삶 속에서 느껴지는
좋고 싫다는 그런 느낌이나 판단도 다 놓아버리고,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그저 다 내맡기고 다만 흐름을 완전히 타 보라.
그렇게 흐름에 몸을 맡긴채 흘러가는 것,
그래서 흐름을 끊지 않고,
인생이란 강가의 어떤 기슭에도 정박하지 않고,
어떤 좋은 인연이나 상황이나 소유에도 머물지 않고,
다만 흘러가는데 집중하는 것,
그런 노력없는 쉼의 자연스러움
그것이 바로 정진이요 수행이고 명상이다.
그렇게 완전히 삶에 힘을 빼고,
두 눈에, 두 마음에, 두 다리와 팔에 힘을 빼고,
그저 내맡기고 흐름에 드는 것,
그래서 이미 지나 온 과거나
아직 다다르지 않은 미래에 무엇이 오게 될 지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다만 흐르기만 할 때,
그 때 우리는 저 대양을 만날 것이다.
인생에 힘을 빼라.
공연히 있는 힘 다 주면서 용을 써 놓고
다리에 힘이 들어 가
몸에 마비가 온다고 마음이 경직된다고
삶이 괴롭다고 하소연 할 일이 무엇인가.
나뭇가지처럼
힘을 빼고,
모든 노력을 버리고,
모든 기대와 욕구를 버리고,
다만 흘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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