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치기를 기다리면 깨치지 못한다

2017. 10. 1. 12:0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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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마음으로 정진하라


참선하는 데에 가장 요긴한 것은 간절한 마음이니 간절해야만 힘이 된다.

간절하지 않으면 게으른 생각이 나고,

게으른 생각이 나면 방종ㆍ방일하여 그르치게 된다.

 

만약 간절하게 마음을 쓰면 방일이나 게으름이 아예 생길 수 없다.

간절한 이 한 생각만 잊지 않으면 조사의 경지에 이르지 못할까,

근심하거나 생사를 깨뜨리지 못할까 걱정할 것 없다.

 

이 간절한 생각은 당장에 선악의 허물을 뛰어넘는다.

화두가 간절하면 망상도 졸음도 없다.



깨치기를 기다리면 깨치지 못한다


참선하는 데 깨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이 집에 간다면서 도중에 앉아 가지는 않고, 집에 닿기만을 기다린다면

그는 끝내 나그네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집을 향해 가야 집에 이를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음으로 깨닫기만을 기다린다면 깨닫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화두를 잡아 힘쓸 뿐 깨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정진에 진취가 없다고 걱정할 것은 없다. 진취가 없거든 더욱 힘쓰는 이것이 공부다.

 

향상(向上)이 없다 해서 머뭇거린다면 비록 백겁 천생을 기다린다 할지라도

누가 어떻게 해 줄 것인가. 의정이 일거든 놓지 않는 것이 향상이다.

'생사生死' 두 글자를 이마에 붙인 듯 생각하고

마치 범에게 쫓기듯이 쉬지 말고 정진하라.

 범에게 쫓기게 되어 안전한 곳에 피신하지 못하면 잡아 먹히고 말 것이니,

어찌 다리가 아프다고 도중에서 쉴 수 있으랴.


화두로 병을 물리치다


내 나이 스물에 이 일 있음을 알고, 서른 둘에 이르도록 열 일곱여덟 분의

장로(長老)*²를 찾아가 법문을 듣고 정진했으나 도무지 확실한 뜻을 알지 못했었다.

후에 완산(脘山) 장로를 뵈오니 '무(無)'*3자를 참구하라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스물 네 시간 동안 생생한 정신으로 정진하되,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

하고 닭이 알을 안듯이 하여 끊임이 없이 하라.

투철히 깨닫지 못했으면 쥐가 나무궤를 쏠 듯이 결코 화두를 바꾸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라. 이와 같이 하면 반드시 밝혀 낼 시절이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참구하였더니 십팔 일이 지나서

한 번은 차를 마시다가 문득 부처님이 연꽃을 들어 보이시니 카샤파(迦葉)가

미소한 도리를 깨치고 환희를 이기지 못했었다.

 

서너 명의 장로를 찾아 결택(決擇)*4을 구했으나 아무도 말씀이 없더니,

어떤 스님이 말하기를 '다만 해인삼매(海印三昧)로 일관하고 다른 것은

모두 상관하지 말라' 하시기에,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두 해를 보냈다.

 

경정(景定) 오년 유월에 사천(泗川) 중경(重慶)에서 극심한 이질병에 걸려

죽을 지경에 빠졌으나 아무 의지할 힘도 없고 해인삼매도 소용없었다.

종전에 좀 알았다는 것도 아무 쓸 데가 없어 입도 달싹할 수 없고

손도 꼼짝할 수 없으니., 남은 길은 오직 죽음뿐이었다.

업연(業緣)의 경계가 일시에 나타나 두렵고 떨려 갈팡질팡할 뿐,

어찌할 도리가 없고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닥쳐 왔었다.

그때 내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어 가족에게*5 후사를 말하고 향로를 차려 놓고

좌복을 높이고 간신히 일어나 좌정하고 삼보와 천신에게 빌었다.

 

'이제까지 모든 착하지 못한 짓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바라건대 이 몸이 이제 수명이 다하였거든 반야(般若)의 힘을 입어

바른 생각대로 태어나 일찍이 출가하여지이다.

혹 병이 낫게 되거든 곧 출가 수행하여 크게 깨쳐서 널리 후학을 제도케 하여지이다.'

 

이와 같이 하고 '무無'자를 들어 마음을 돌이켜 스스로를 비추고 있으니, 

얼마 아니하여 장부(臟腑)가 서너 번 꿈틀거렸다.

그대로 두었더니 또 얼마 있다가는 눈꺼풀이 움직이지 않으며,

또 얼마 있다가는 몸이 없는 듯 보이지 않고 오직 화두만이 끊이지 않았다.

 

밤 늦게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니 병이 반은 물러간 듯했다.

다시 앉아 삼경 사점에 이르니 모든 병이 씻은 듯이 없어지고

심신이 평안하여 아주 가볍게 되었다.

 


몽산 : 원나라 스님. 그의 법어는 조선 세조때 번역되어 우리에게는 널리 알려졌다.
장로 : 학덕이 높고 나이 많은 스님.
무無 : 조주(趙州)의 무자 화두.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묻기를
             '개에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하니 '무(없다)'라고 했다.
             부처님 말씀에는 꿈틀거리는 벌레까지도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개에는 불성이 없다는 것일까?
*
4 결택 : 바르게 일러 줌.
*
5 ~가족에게 : 이때는 몽산스님이 출가하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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