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은 물었다. 「존자여! 무엇이 저 세상에 바뀌어 태어납니까?」 「명칭[名] [즉 인간의 정신활동]과 형태[色] [즉 물질과 육체]가 바뀌어 태어 납니다.」 「현재의 명칭[名]과 형태[色]가 저 세상에 바뀌어 태어납니까?」 「아닙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에 의하여 선(善)이나 악(惡)의 행위[業]가 행해지고, 그 행위[業]로 인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명칭[名]과 형태[色]가 저 세상에 태어납니다.」 「존자여! 만일 현재의 명칭과 형태 그대로 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은 악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존자 스님은 대답했다. 「만일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인간은 악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왕이여,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한 악업으로부터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나이가 한 소녀에게 구혼하며 값을 치르고 갔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소녀가 장성하여 묘령의 처녀가 되었을 때 딴 사나이가 값을 치르고 그 소녀와 결혼했다고 합시다. 먼저 사나이가 와서 '당신은 왜 나의 아내를 데리고 갔소'라고 따졌습니다. 나중 사나이가 '나는 당신의 아내감을 데려간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구혼하여 값을 치른 어린 소녀와 내가 구혼하여 값을 치른 처녀는 딴 여자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시다. 그들이 입씨름을 하다가 왕에게 재판을 요구한다면 왕은 어느 쪽을 옳다고 하겠습니까.」 「먼저 사나이가 옳다고 할 것입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나중 사내가 무슨 말을 하든, 장성한 그 아가씨는 어린 소녀로부터 성장했기 때문입니다.」「대왕이여! 그와 같습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현재의 명칭(名)과 형태(色)와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명칭과 형태는 딴 것이긴 하지만, <저 세상 것은 이 세상으로부터> 생겨납니다. 그러므로 악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소 치는 소년으로부터 우유 한 병을 사서 그에게 맡기고 가면서 '내일 가지러 오겠다'라고 했다고 합시다. 다음날 그 우유는 굳은 우유로 변할 것입니다. 그 사나이가 와서 우유를 달라고 하므로 굳은 우유로 변한 것을 내어 주었습니다. 사나이는 '내가 산 우유는 굳은 우유가 아닙니다. 내 우유를 가져 오라'고 했습니다. 소치는 소년은 '나에겐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당신의 우유가 굳은 우유로 변한 것 뿐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들이 서로 싸우다가 왕 앞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면 왕은 어느 편을 옳다고 하겠습니까?」 「소치는 소년이 옳다고 할 것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유를 산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굳은 우유는 그가 산 우유가 변하여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세나 스님은 답하여 「대왕이여! 그와 같습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현재의 명칭과 형태와는 다르지만 굳은 우유가 우유로부터 나온 결과이듯이 사람은 악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