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싶고 그런데.. 남편을 보면 막 화가 나는데/법륜스님

2017. 12. 25. 13:3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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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오늘 사연이 길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리면요,
오늘 자식들에 관한 질문이 많은데 저는 무자식 상팔자인 사람이고요,


8년 전에 재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에 암 4기 선고를 받고 지금 치료중이고요..
그런데 재혼한 남편이 성질이 너무 불 같습니다.
그리고 4월에 뇌출혈로 쓰러져서 지금 6개월째 투병중이고요..
너무 힘든 게.. 경제적으로도 힘들지만 저도 아픈데 남편까지 간호를 해야 하니까..
이제는 너무 지쳐서요, 다 놓고 싶어요.
놓고 싶고 그런데.. 남편을 보면 막 화가 나는데
또 돌아서면 불쌍하고.. 그래서 버리고 떠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답
4기면 어차피 뭐 머지않아 죽을 건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을 건데 좀 도와주고 죽지.. (대중들 폭소)
(그래도 얼마를 살더라도 좀 편하게 살고 싶어요)


생각을 바꾸세요. 어차피 죽을 건데 남편이나 잘 돌봐주고 죽자..
(그게 안 돼요)
그렇게 해야 해요.
그래야 하루를 더 살아도 더 살아요.
(남편보다 제가 먼저 죽을 거 같은데요 뭐~)

그러지 말고, 이래 사나 저래 사나 지나고 보면 다 꿈이에요. 마음 먹기 달린 거예요.
그 성질 더럽고, 게다가 병까지 나서 쓰러져 있는 남편, 그 사람도 누구 자식이에요 아녜요?
(누구네 자식이죠..)
내가 그 엄마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 부모가 생각하면 어떨까? 어떤 여자가 돌봐주면 좋을까 안 좋을까?  (좋겠죠)
(그런데 남편한테 애들이 있는데, 그 자식들도 아빠 성격이 워낙 불같으니까 다 떠나버렸어요)
그럼 나도 버리고 가세요. 자식도 버린 사람인데 뭐 ~
(그런데 그게 안 돼요..)  (대중들 웃음)
버리고 갈 수 있겠어요 없겠어요?
(보면 버리고 싶은데, 또 돌아서면 불쌍하고.. 그래요)
그럼 계속 그렇게 사세요.. 결국 돌보는 거네? ㅎㅎ

(다들 저 보고 마음을 비우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살고 싶고요..)
아, 누구든지 살고 싶지.. 여기 죽고 싶은 사람 어디 있겠어?
죽고 싶은 사람은 약간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에요. (ㅎㅎ)
작은 미물도 건드리면 다 도망가잖아? 살고 싶은 건 이해돼요.
그런데 오래 살고 싶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
오래 살고 싶다고 오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어요. 왜?
그래봤자 아무런 해결책이 없으니까.

그런데 왜 마음을 비우라고 하느냐? 살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하느냐 하면.
그 생각 안 하면 그 걱정은 안 하니까 결과적으로는 하루를 더 살아도 더 산다..
사는 동안 편하게 살고.. 실제로는 하루라도 더 산다..

(그러면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남편.. 내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겠나.. 불쌍하다.. 하는 마음으로 성심껏 남편을 돌보세요.
나도 몸이 아프니까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천천히.. 그렇게 하면
자기 죽을 때가 돼도 남편 돌보는 일이 남아 있어서 못 죽어요.
저 위에 하느님이 있다면.. 아직 할 일이 있으니까 조금 더 연장시켜줄 거예요.


좋은 일 하고 있으니까..
그게 내가 오래 사는 길이에요.
그래서 내가 돌보라고 그러는 거지.. 4기다 그러는데도..
4기면 나도 힘들고..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겠지만..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고..
난 그래도 움직일 수 있으니까 힘 자라는 대로 천천히..
그래도 저 사람은 내 손길이 필요하니까
내 숨 넘어가는 날까진 도와줘야지.. 이렇게 마음을 내면
내가 하루를 살아도 보람이 있습니다.
자기 좋으라고 내가 이런 얘기 하지
그 남자 좋으라고 이런 얘기 하겠어요?
그 남자 누군지도 모르는데.. 성질이나 버럭버럭 내고.. ^^



그러나 그 남자하고.. 애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래도 정을 붙이고 살았잖아요?
병들었다고 매정하게 끊고 가려니.. 마음에 찔려요 안 찔려요?
찔리는 거 없으면 괜찮아요.. 짐승처럼..
그러나 자기가 사람이기 때문에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 어차피 있을 바에야, 미워하며 사는 것보다는
'에이구, 불쌍한 사람.. 나니까 도와주지 누가 도와주겠나?'
'그래도 나같은 여자니까 도와주지..'  다른 여자 같으면 도와주겠어?
그런 마음을 내면 자기 마음이 보디사트바 같은 마음 아녜요?
보살 같은 마음을 내면 내 병도 좀 개선되고, 하루를 살아도 더 산다 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기도할 때 '저 오래 살게 해주세요' 이러지 말고
'우리 남편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제가 도움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해보세요.

(그런데요 스님, 제가 꼭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저의 친정엄마한테서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죄가 애기 못 낳고 가는 거'라는


말씀을 자주 들었는데요..)
네, 나도 자주 들었어요.  (대중들 폭소)
(ㅎㅎ 그게 그렇게 큰 죄인지.. 그게 죄라면 어떻게 해야 사해지는 건지..


애를 낳아야 되는 건지.. ㅎㅎ)
자기는 지금 그런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지금 나이가 몇 인데?  (쉰 둘이요)
나이도 나이지만 지금 암이 4기라면서 애 낳을 수나 있나?  (ㅎㅎ)
애기 못 낳는 입장에서는.. 애 못 낳으면 죄가 된다는 말을 믿는 게 좋아요 안 된다고 


믿는 게 좋아요?
(안 된다고 믿는 게 좋지요) 그럼 좋은 걸 믿어야지 왜 나쁜 걸 믿을려고 그래?
애기 낳아가지고 제대로 키우지도 않고, 버리고.. 죄 짓는 사람들도 많은데, 자기는 최소한


그런 죄는 안 지었잖아?
애기 안 낳아서 어른한테 좀 서운하게 했지, 쪼그만 아이한테 나쁜 짓 하진 않았잖아?
자기는 다른 사람보다 죄 훨씬 적게 지었으니까 지옥은 안 갈 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대중들 웃음)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자기가 선택한 길에 대해서 그렇게 자신감이 없으면 어떡해?
그렇다고 해서 또 여기 다른 사람들은 누가 '청정하게 독신으로 살아야지


애 낳고 살면 죄다' 그래도 믿지 마세요.
어차피 애 낳고 살고 있는 사람이.. 자기 손해 날 걸 뭐하러 믿어?
그거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
확인할 수 있으면 또 모를까.. 그것도 아니잖아?
그런 거를 '유언비어'라고 그래.. (대중들 폭소)

그러니까 1년 밖에 못 산다.. 이게 고통이 아니고
1년 밖에 못 산다는 그 말에 빠져서 인생을 괴롭게 사는 게 고통이에요.

암 4기리고 해서.. 이 방 안에 있는 사람 중에 자기가 가장 먼저 죽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 중에 자기보다 먼저 죽는 사람도 있을까?
있을까 없을까? 있어요..
우리나라 전체를 보면 자기보다 먼저 죽는 사람이..
지금 멀쩡한 사람이 자기보다 먼저 죽는 사람이 천 명도 넘고, 만 명도 넘을 거예요.
자기 억울할 거 하나도 없어. 그 인간들도 잘 사는데 자기가 뭣 때문에..

자기는 그래도 암이라도 가지고 죽으니까 덜 억울하지.. (대중들 폭소)
아무 병도 없이 멀쩡하다가 죽는 사람도 많아..
그러니까 얼마를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하루를 살더라도 기쁘게 사는 게 중요해요.
자기도.. '암 4기다' 이런 생각 말고
멀쩡한 사람들 위로 많이 해주세요.

오히려 건강하면 남편을 버리고 도망갈 수도 있어요.
그러나 뭐.. 어차피 다 살았는데 뭐..
가기 전에 좋은 일이나 한번 하지 뭐.. 이렇게 마음 먹으면 별 문제 없어요.
(감사합니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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