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청심] 여름, 다 놓고 길을 떠나라|마음공부 생활수행

2018. 2. 4. 11:3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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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淸心] 여름, 다 놓고 길을 떠나라
 
기사등록일 [2010년 07월 20일 13:05 화요일]
 

삶이란 곧 하나의 여행이다. 어머님 뱃속을 뚫고 이 세상으로 내던져진 순간 우리는 모두 한 사람의 나그네요 순례자가 된다. 그리고 펼쳐지는 매 순간의 삶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순유중이다. 단 한 순간도 정체하거나 머물지 않고 매 순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 여행은 누구에게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숭고한 귀의(歸依)의 과정. 존재의 근원이라는 본래 나온 그 텅 빈 곳으로 누구나 되돌아가고 있다. 삶이라는 여행길은 언제나 완전한 깨달음을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삶은 곧 하나의 여행이기에 한 순간도 머물지 말고 흘러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이 끝없는 우주를 여행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것의 목적은 끊임없는 여행에 있지 어느 한 곳에 정착하는데 있지 않다. 불가에서는 길을 떠나는 것을 만행, 순례라고 하여 수행의 필수적 요소로 본다. 매 순간 머물지 않고 흐르는 이러한 무집착의 여행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영적인 성장의 과정이요, 깨달음을 향한 정진의 길이 된다.

 

특히 홀로 고요한 숲길을 걷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수행의 방식이다. 가부좌가 그렇듯 걷는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써 생각을 비우고 무심(無心)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대지를 맨발로 걸으면 우리의 정신은 우주로 연결된다’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말처럼 걷는 그 행위 속에 정신적인 각성과 우주적인 교감이 함께 한다.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좌선하거나, 천천히 걸으며 자신을 관조하는 경행(經行), 이 두 가지야말로 인류의 오랜 수행법이 아니었던가.

 

오랫동안 걷다 보면 우리는 저절로 생각이 멎는 것을 경험한다. 생각이 단순 명쾌해지고 저절로 욕심과 집착과 내면의 화가 사라지면서 삶에 대한 통찰과 사유가 싹튼다. 비로소 나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열린 자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게 되고, 비로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다운 독자적 삶의 방식을 깨닫게 되곤 한다. 모든 해답은 내 안에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아상의 확장을 위해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가 비로소 여행을 떠나며 두 발에 의지해 걷고 걷는 과정 속에서 삶의 해답을 찾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삶이란 본래 완전한 것이었으며 질문도 답도 모두 내 안에 구족되어 있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처럼 여행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누구에게나 구도(求道)의 한 과정이다. 우린 여행자가 되는 동시에 순례자가 되고 구도자가 된다. 누구나 여행을 통해 자신이 삶에서 깨달아야 할 귀중한 선물을 얻게 된다. 특히 홀로 걷는 여행은 또랑또랑한 지혜로써 삶을 빛나게 한다.

 

티베트의 위대한 성자 밀라레빠(Milarepa, 1052~1135)는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의 반은 성취한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히말라야로 떠났다. 그에게 히말라야는 우주의 중심이자 수미산이었다. 히말라야로의 순례는 그에게 깨달음의 원천이었으며, 이 우주 속에서 끊임없이 돌고 도는 윤회라는 여행의 종지부와도 같았다. 그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히말라야로 떠나라’고 외친다.

이제 곧 여름이고, 휴가 시즌이다. 어떤가. 이번 휴가는 홀로 숲길을 걷는 만행의 길을 떠나 보는 것이. 지리산도 좋고, 올래길도 좋고, 산사의 숲길도 좋으며, 히말라야도 좋다. 한 사람의 순례자가 되어 홀로 고요한 숲길을 걷는 그 텅 빈 구도의 길을 떠나 보자.

 

 

운학사 주지 법상 스님

                   

                   

만남과 인연은 / 박옥화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대와 나 하늘이 맺어준
고운 인연입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세상보는 눈이 달라졌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를 일깨어준 그대

그대는
내 생에 잊지못할 고귀한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