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부재/릴라님

2018. 3. 4. 11:4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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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부재


깨달음의 여정은 진리를 찾는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여전히 찾는 마음이 있다면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삶의 불만족에서 벗어나 만족을 얻으려고 도를 닦지만

만족을 얻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도와는 거리가 먼 일입니다.

깨달음은 길에 있지 않습니다. 길을 멈추었을 때 깨달아지며,

갈 곳이 없다는 깨달음이 일어날 때 길은 사라집니다.

불만족은 본래 있는 일이 아니고, 스스로에게서 일어난 생각일 뿐임을

깨달을 때 만족을 얻기이전에 불만족이라는 망상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진정으로 도를 닦는 일은 생각 속의 도를 닦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진실에 눈을 뜨는 일입니다.

언제나 도달해 있고, 떠날 수 없는 자리에서 온갖 추구를 했었고,

길을 간다는 망상을 했습니다. 도로 나아가는 길은 없습니다.

길은 생각일 뿐이고 욕구가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도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 또한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은 없습니다. 

 아무리 멀고, 높고, 고귀한 곳이라고 할지라도

바로 지금 여기에서 그것이 되고 있습니다.

떠날 수 없는 여기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진정한 만족은 불만족과 만족이 바로 여기서 일어난 생각이라는

깨달음에서 이루어지며, 진정한 깨달음은 경험하는 세계의 모든 것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일어난 환상과 같은 인연이라는 데서 일어납니다.

여기는 생각일 때 생각의 뿌리이며, 느낌일 때 느낌의 뿌리이며,

감각일 때 감각의 뿌리이며, 욕망일 때 욕망의 뿌리이며,

모든 것일 때 모든 것의 뿌리입니다.

그러나 그 뿌리라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가지와 별도로 있는 그것이 아닙니다.

참된 뿌리는 말이자 말의 부재이며, 존재이자 존재의 부재입니다. 

 매 순간 시간이자 시간의 부재이며, 곳곳에서 공간이자 공간의 부재입니다.

나이자 나의 부재이며, 세상이자 세상의 부재입니다.

깨달음이자 깨달음의 부재이며 어리석음이자 어리석음의 부재입니다.

다 있는 것인데 그것이 없는 신비롭고 깨어있는 부재입니다.

바로 지금 온갖 말이 일어날 때 바로 여기,

말과 분리되어 있지 않지만 말이 아닌 이것.

어디 갈 필요도 없고, 불만족을 치유할 필요도 없이

바로 서 있는 곳의 진리에 눈뜰 일입니다. 

 모든 것이 있으면서 아무것도 없는 이 사실에 눈뜰 일입니다.


- 릴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