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4. 20:09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법화경·관세음보문품
『법화경』에서는
제법실상(諸法實相)이라고 하여
일체 모든 것은 그 자체로써
참된 모습이요 실상이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또 선에서는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고 하여
내가 서 있는 바로 그곳이 모두
진실 된 자리라고 설하고 있지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 그 자체,
나라는 존재 그 자체,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쁘고 슬픈,
행복하고 불행한 이 모습 그대로가 사실은
더없이 진실하고 참된 진리가 펼쳐진 모습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요.
우리가 보기에 세상은 진리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거짓도 많고,
불행, 괴로움, 질투, 화, 분노, 전쟁 등
도저히 진리라고 볼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삶을 보더라도
내 인생에는 수많은 괴로운 일들,
서럽고 화나는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전이나 선사스님들께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왜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진리처럼
참된 진실처럼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의 분별심 때문입니다.
세상이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대상으로 헤아리고 분별해서
둘로 쪼개서 이해했기 때문에
문제가 시작된 것이지요.
쉽게 말해 우리는
무엇을 보든 대상을 볼 때는
둘로 나누어 바라봅니다.
좋거나 싫거나, 옳거나 그르거나,
선악, 미추, 장단 등으로 나누어 놓고
그 가운데 한 쪽을 선택합니다.
좋거나 옳거나 마음에 드는 쪽은
집착하고 애착하면서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싫거나 틀렸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쪽은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거부하려고 애쓰지요.
이처럼 둘로 나누는 분별심은 곧
좋고 싫은 쪽으로 마음을 몰아가고
그것은 다시 집착이나 거부를 만들어 냅니다.
좋아서 하는 애착이나 소유욕도,
싫어서 하는 미움이나 거부감도 모두
결국 괴로움을 만들어 낼 뿐입니다.
좋은 것을 가지지 못할 때 괴롭고,
사랑하는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데
떠나가면 괴롭지요.
싫어하는 대상에는
미움과 증오가 생겨나기에 괴롭고,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함께 해야 할 때
괴롭게 마련입니다.
사실 내 앞에 펼쳐진 일들이
정말 나에게 나쁜 일인지 아니면 좋은 일인지를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거사님께서는
10년 쯤 전에 암 초기 진단을 받고
수술 후에 지금까지 더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십니다.
매일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몸을 돌보지 않던 삶에서
수술 이후에는 더욱 더 건강을 챙기고,
술 담배를 끊고, 운동하면서
그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시지요.
그 분은 말씀하십니다.
10년 전에 암 진단을 받을 때만 해도
순간 죽을 것처럼 괴롭더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우주법계에서 부처님이 나를 돕기 위해 보내 준
감사한 일인 것 같다고 말이지요.
이처럼 암 진단을 받은 것조차
그 순간에는 괴로운 일이라고 분별했지만,
알고 보니 그것은
그를 돕기 위한 아름다운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사실 우리는
우리 앞의 그 모든 문제들에 대해
괴롭다거나 싫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분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이 왜 나에게 온 것인지,
그것이 나를 어떻게 도우려고 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삶에 대해서 우리는
그 어떤 작은 것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모를 뿐이지요.
그렇기에 나의 작은 알음알이로 현재를 분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허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앞에 지금 당장에는
괴로운 일인 것처럼 보이는 일들 또한
사실은 입처개진이며,
제법실상이기 때문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것 자체는 좋거나 싫은 어떤 경계가 아닙니다.
다만 내 스스로 그 일에 대해
좋다거나 싫다거나 헤아려 분별하고,
좋은 것은 집착하고
싫은 것은 미워할 뿐인 것이지요.
우리의 이 둘로 나누는 분별심만 없다면,
우리 앞에 펼쳐진 그 모든 삶의 현장은
그것 자체로 진실한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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