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립의 피안>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18. 4. 1. 10:3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728x90


모든 <대립의 피안>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온갖 것이 가고 옴이 없으니 있는

그대로 여실한 것입니다.

  

우리는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을 오랜만에 보면서

 "몰라보게 컸구나"하는 말을 곧잘 하곤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 그 어느 존재도 자체의 성품이 없다 "는

말을 깊이 이해한다면 오히려 그 아이를 알아본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로 이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의 육신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고 동시에 늙은 세포는 사라지면서 말이지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변한다는 말은,

한순간 전의 <나>와 한순간 후의 <나>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입니다.

한 독립적인 실체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성장한 듯이 보이지만,

그러한 지속적인 진화의 현상은, 우리의 착각 때문에, 일어난 듯 할 뿐이지

그런 현상은 원래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형상은 매 순간 새로운 존재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오랫동안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순간순간 다른 아이를,
역시 순간순간 다른 <나>가 알아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알아보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것은 불완전한 경험에 의해 축적된 우리의 기억 때문입니다. 

매 순간 새로운 대상을 대하면서도 우리는 늘 낡은 기억 속에 저장되어있는

그 대상과 비슷한 모습을 떠올리며 그와 동일시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거기에는 새로운 만남이나 창조적인 만남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외부로부터의 "도전"은 항상 새로운데 

우리의 반응은 언제나 낡은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한순간 전의 <옛것>으로부터 한순간 후의 <새것>으로 옮아온

실질적인 '에너지'의 이동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것 하나

매 순간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공자(孔子)도 그의 제자 안회(顔回)에게

다음과 같이 경책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희야! 새로운 것으로 보라. 남깐동안도 옛 것이 아니리라"

 
이처럼 <새것>과 <옛것>, 즉 앞뒤의 것이 서로 도달하지 못하므로

단 한 물건도 옮아갈 수 가 없는 것이며, <지나간 때>는 지나간 때에 머물고,

 <옛날의 형상>은 옛날에 머무니 이것이 바로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불천(不遷)의 이치>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달 전의 아이가 오늘로 옮아왔다"는 사실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우리 의식의 왜곡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가를 깨달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승조(僧肇)선사의 다음 말씀은 그러한 왜곡된 의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회오리 바람이 큰 산을 쓰러뜨리는데도 항상 고요하고,

강물이 앞다투어 쏟아지는데도 흐르지 않으며,

아지랑이가 떠다니며 치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해와 달이 하늘을 돌아다니는데도 돌지 않는다.


- 승조선사의 肇論에서 
 

산에 도달한 바람은 처음에 불기 시작한 그 바람이 아니요,
매 순간 새로운 바람이며, 쓰러진 산도 처음의 큰 산이 아니라
새로운 산인 것이지요.
그러니 한바탕 큰 바람이 불어 큰산이 쓰러졌다는 현상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매 순간 새로운 바람과 새로운 산만이 있는 것이니

고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모든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발전하고 전개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우리의 분별적 개념이 지어내는 환상으로, 이러한 착각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인 전 우주를 토막토막 나누어 단편화된 부분밖에

볼 수 없게끔 제약하는 우리의 특유한 의식구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모든 <물질적 존재>가 각기 고유의 독립적 성질을 가진

실재가 아니라면, 곧 그런 '물질'이 실제로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우리의 목전에서 전개되는 모든 시간 공간적인 변화는 전혀 왜곡된

인식작용이 빚어내는 환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미 갔으니 "가는 것"은 없고,

아직 가지 않았으니 역시 "가는 것"은 없구나

이미 "갔음"과 "아직 가지 않았음"을 여의면

가는 대 도한 "가는 것"이 없으리라

- 청목(靑目) 핑갈라(Pigala) 논사




    향수 젖은 흘러간 옛 노래모음 01. 고향의 이쁜이 02. 그때가 좋았네 03. 죽마고우 04. 공항의 두얼굴 05. 뜨네기 06. 한강 07. 마음은 울면서도 08. 임진강 나그네 09. 야학길 꼬아리 10. 두만강 11. 비오는 남산 12. 비겁한맹세 13. 옥분이 14. 전당포인생 15. 금오산 16. 동기 17. 산천도 울었다 18. 섬마을 소식 19. 짝잃은 철새 20. 고도의 푸념 21. 행복을 빌어 주세요 22. 첫남편 23. 순정꽃 24. 종점없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