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27. 16:55ㆍ일반/생물·과학과생각
<29>개념의 한계
- 도봉은 도봉이 아니요 이름하여 도봉일뿐 -
- 언어 형상 관념 집착 버릴때 실체 드러나 -
지난 번에는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에 대하여 생각하여 보았다. 그리하여 양자역학에서의 물체는 파동이면서 입자이고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는 말을 하였다. 이는 곧 이러한 물체가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 이러한 물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다시 도봉산으로 돌아가 보자. 도봉산을 그린다고 할 때 어찌 서울이라든가 의정부라는 두 방향만이 존재하겠는가? 사실은 무수히 많은 방향에서 도봉을 그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각도를 조금만 달리하여도 산의 모습은 전혀 다른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울이나 의정부라는 도시가 있으므로해서 그 방향에 익숙해져 있고, 그런 연유로 설정된 어느 특정한 두 방향의 가능성만을 고집하면서 도봉을 그려보겠다고 별렀던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도봉산이 그림으로 설령 나타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방향이 서울쪽이거나 의정부쪽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전자나 광자에 대한 설명이 또한 이와 같다. 전자라는 존재도 파동과 입자라는 면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파동이나 입자라는 개념은 서울이나 의정부에서 보는 방향과 같이 우리가 비교적 친숙히 아는 상대적인 개념의 쌍일 뿐이다. 그러므로 전자를 바라보는 무수히 많은 개념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기에 양자역학을 만들어 갔던 물리학자들은 파동이나 입자라는 개념말고는 전자를 기술하기에 적당한 개념을 달리 알고 있지 못하였다. 그래서 파동과 입자라는 잣대로 전자의 존재를 그리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파동도 아니고 입자도 아니라는 등의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파동이나 입자뿐이 아니라 우리가 아는 언어적 개념이란 것이 모두 이와 같다. 사물의 실체를 드러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은 그림일 뿐이다. 그림은 어느 한 쪽 방향에서 그릴 수 밖에 없으니 그 실체는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그림은 어느 쪽에서 그렸건 그건 단지 그림일 뿐, 그 그림이 도봉의 실체는 아니다. 종이에 묻은 먹을 아무리 따져보아도 도봉은 나타나지 않는다. 도봉을 그린 그림만이 아니라 도봉에 대한 어떠한 말도 마찬가지이다. 금강경의 표현을 빌려본다면 도봉은 도봉이 아니요, 다만 이름하여 도봉일 뿐이다. 또한 대품반야경에서는 “보리와 중생과 보살이 다 이름뿐이요, 그 자성은 불생불멸이며 불구부정이다 … 세상에서는 가설로 붙인 이름에 얽매여 망상 분별과 말과 집착을 일으킨다”고 하였다.
그러면 도봉을 그린 그림은 결단코 도봉을 드러낼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는 데에 인간의 위대한 점이 있다. 그 그림을 보면서 종이 위에 단지 먹이 묻어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면 도봉은 살아나게 된다. 도봉을 아는 사람은 어느 방향에서 그린 그림을 보고도 도봉을 드러낼 수 있다. 그가 보는 그림은 이제 더 이상 종이 위에 묻은 먹이 아니다. 그가 보는 그림은 새가 울고 꽃이 피고 맑은 물이 흐르는 살아있는 도봉이다. 이것은 그림을 그린 방향에 대한 집착, 먹물이 그려낸 형상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만 가능하다. 도봉이라는 언어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만 도봉은 살아나게 된다.
양자역학이 발달하면서 물리학자들은 파동과 입자라는 개념으로 세계를 기술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들은 장(場)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사실은 이것도 또 다른 하나의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던 개념에 대한 집착은 일단 놓은 셈이다. 파동과 입자라는 상대적 개념의 세계는 벗어난 것이다.
석가 세존은 먹물에서 도봉이 드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분이다. 서울과 의정부, 파동과 입자, 생과 멸, 깨끗함과 더러움 등의 모든 상대적 관념을 초월하여 중도의 입장에서 반야바라밀을 수행한다면 우리 모두의 불성이 드러난다는 것을 증명하여 주셨다. 어느 방향의 그림이건 어느 사물이건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 어느 그림이 진짜 도봉을 그린 그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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