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5. 10:20ㆍ일반/생물·과학과생각
<30>승의제와 세속제
- 인연으로 생겨난 모든것은 假相이며 공 -
- 언설은 實相아닌 경계서 일어난 분별지 -
양자역학에서의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에서 시작하여 언어적 개념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여 보았다. 이와 연관하여 승의제(勝義諦)와 세속제(世俗諦) 혹은 승속이제(勝俗二諦)의 문제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승의제란 언설불가득공인 절대 세계의 진리요, 경계에 사로잡히지 않은 무분별지(無分別智)이다. 한편 세속제란 상대적인 언어의 표현으로 나타난 진리이다. 언설에 의하지 않고는 승의를 알 수 없으므로 방편으로서 나타낸 것이다.
우선 세속이라는 말을 살펴보자. 세속에 대응되는 말에는 vyavahara, samvriti, prajnapti 등이 있다고 한다. 이 세 단어에 공통되는 의미는 세속(世俗), 속(俗), 언설(言說), 세간(世間), 가명(假名) 등이다. 이들 단어에는 언설등과 관련하여 각각 조금씩 다른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데 흥미로운 점이 있으니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vyavahara에는 언어활동이라는 의미가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학자가 있다. 그렇다면 언어에 의한 개념이나 개념을 기초 단위로 하는 논리까지도 세속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논리의 문제를 양자역학과 관련시켜 살펴보자.
우리의 일상적인 논리체계와 정합적으로 구성되는 대수학을 불리안 대수(Boolian algebra)라고 부른다. 그러나 양자 역학에서는 이 불리안 대수학이 성립되지 않으며, 그래서 이를 비불리안 대수라고 한다. 확률과 관계되는 양자 역학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자역학의 대수와 관련하여 주사위의 예를 하나 들어 보도록 하겠다. 주사위의 1과 2가 나올 확률은 각각 1/6이다. 그러면 1이나 2가 나올 확률은 1/3이 된다. 이것은 불리안 대수의 간단한 예가 된다. 그러나 양자 역학에서의 주사위는 그렇게 간단한 주사위가 아니다. 양자 주사위에서는 1과 2가 나올 확률은 0에서 부터 1/3사이에 있는 값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하면 양자 역학에서의 확률은 우리가 논리적으로 친숙하게 생각하는 그런 확률이 아니다. 양자 주사위는 어린 아이가 가지고 노는 주사위가 아니라 아주 기묘한 주사위인 셈이다. 이러한 셈법이 비불리안 대수학의 예가 된다. 이 양자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확실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논리의 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논리학에서의 명제가 자명한 것으로 보이 기는 하지만, 그것은 우리 인간의 경험 한계 내에서 형성된 의식의 틀 안에 서만 자명한 것일 뿐 그것을 조금 벗어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과 학은 양자역학의 발전에 힘입어 20세기에 와서야 겨우 보여줄 수 있었다. 그 러나 숫타니파타에서는 이미 ‘세간에 있어서의 어떠한 세속의 것이라도 그 들 일체에 지자는 집착하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것은 모두 호칭이고 명칭이고 표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samvriti에는 ‘가리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사물의 진실성을 가린다는 의미에서는 무명(無明)과 같은 것이다.
언설이란 산만한 마음으로 경계에 미쳐 일어나는 생각 곧 분별지(分別知)일 뿐이니, 허망치 않은 진실한 본상 즉 실상(實相)을 가린다는 말일 것이다. 이 는 언설불가득의 진여(眞如), 공성(空性)을 언설로서는 드러낼 수 없다는 것 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prajnapti에는 ‘실체성이 없는 가상(假相)’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연기이기 때문에 자체로서 생하지 않고 오직 상대적으로 의존해서만 생겨나니 연기무자성공이라고 하겠다. 용수보살은 중론 관사제품(觀四諦品) 제24장 18, 19게에서 ‘인연으로 생겨난 모든 것을 우리는 공이라고 한다. 이 는 가명이며 중도(中道)이다. 인연따라 생겨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으므로 일체법에 공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이 모든 세속의 논의는 언설로 표현된 것이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 한다. 그러면 최상승의 절대 진리는 어떻게 알려야 하는가. 다음 번에 승의제 를 살펴 보면서 논의하여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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