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11. 13:22ㆍ일반/생물·과학과생각
<32>하나의 세계<Ⅰ>
- 현대물리학 미시 거시 세계 모두 다뤄 -
- 세계는 색 포함한 공의 세계만이 존재 -
양자 역학에서 다루는 물체는 파동이면서 입자이고 입자이면서 파동이며, 역으로 말하면 파동도 아니고 입자도 아니라는 논의를 하였었다. 이는 우리의 지각 경험에 근원을 두는 언어 개념이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또한 승의제와 세속제와 연관시켜 최상승의 절대 진리는 언설로 다 다를 수 없는 경계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상당히 의미있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질문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다. “양자 역학에서는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말하지만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공간에 놓여 있는 물체는 파동적인 성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양자 역학은 비결정론적인 확률 분포를 말하지만, 어제 사용했던 책상은 하루 밤을 지내고 난 지금도 내 앞에 어제와 정확히 같은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일상 생활에 확률분포란 개념은 적용될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의 개념들은 우리의 삶의 공간과 전혀 연관없는 것이며, 이에 기초한 논의들도 또한 허황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다.
불교의 공에 대해서도 이와 평행한 질문이 가능하다. “내눈앞에 분명히 책상이 놓여있다. 그 위에 책을 놓을 수 있고 만지면 만져지는 물건이 분명히 있는 데 왜 불교에서는 공이라고 하는가? 나는 모든 감각 기관을 다 가지고 있는 데 왜 반야심경에서는 무안이비설신의라고 하는가? 공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이다.
뉴턴 역학은 거시 세계에 관한 물리학으로서 천체의 운동을 비롯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과거의 많은 사람들은 뉴턴에 의해서 물리학은 완성된 것으로 보았었다. 그러나 물리학에서의 관측 영역이 확장되면서 뉴턴 역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이 양자역학이나 상대론이다. 대략적으로 말한다면 양자역학은 크기가 작은 물체, 즉 미시 세계에 대하여 뉴턴 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설명한다.
뉴턴 역학이 천체라든가 돌멩이 등의 운동을 기술할 수 있는 반면에 양자역학은 전자나 광자 등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세계를 기술한다. 또한 상대론은 물체의 속도가 아주 빠른 경우나 아니면 중력의 영향이 아주 큰 영역의 물체에 대하여 뉴턴 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를 다루는 것을 특수 상대성이론이라고 하며, 중력까지를 포함하여 일반적인 경우를 다루는 것을 일반상대성 이론이라고 한다.
이처럼 상대론이나 양자역학 등과 같은 현대 물리학의 이론들은 우리의 감각 경험이 미칠 수 없는 영역을 다루고 있다. 공의 세계는 우리의 감각 경험으로 구성할 수 없는 세계이며, 우리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이다. 양자역학이 다루는 전자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전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과학자도 또한 없다.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이 미치지 못하며 우리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하여서 절대 진리의 세계가 부정될 수는 없다.
현대 물리학의 이론들은 우리의 감각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기술하는 데에 주로 쓰이지만 우리의 일상 영역도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물리학은 고전 물리학을 포함한다. 고전물리학은 현대물리학의 근사이론이며, 이는 현대물리학의 어떤 극한으로 표현된다. 이 근사 이론은 세계의 일부 즉 거시 세계만을 기술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미시 세계를 기술하는 양자역학이 따로 있고 거시 세계를 기술하는 뉴턴 역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세계가 미시세계와 거시 세계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세계가 존재하며, 이 세계를 기술하는 것이 현대물리학이다.
공의 세계는 우리의 감각이 미치지 못하는 세계이다. 그 공의 세계는 색의 세계를 포함한다. 색의 세계 즉 현상계는 공의 세계의 근사이며 한 극한일 뿐이다. 그러므로 공의 세계가 따로 있고 색의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공의 세계와 색의 세계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 공의 세계만이 존재한다. 현상계는 공의 세계의 극한으로써 잠시 나타났다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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